고이즈미는 일본의 ‘정통 우익’이 아니다.
-사이비 우익, 고이즈미 탄핵일보직전-
글:장팔현
일본정통우익은 자국민을 끔찍이도 아낀다. 만일 일본인이 해외에서 인질로 잡혀있다면, ‘그 어떤 국익보다도 일본인 구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방인(邦人-일본인이 자국민을 일컫는 말)만이 고귀하고 인접국이나 다른 나라 국민들은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지구 어디에서 무슨 큰 사고라도 일어나면 일본 국영방송인 NHK는 정규방송도 중지하고 “오늘 사고로 방인이 사고현장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대사관 직원이 현장에서 조사 중입니다. 확인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라 하면서 계속 자막으로 일본인의 ‘안삐(安否-안위)’를 알려준다. 이런면만을 볼 때는 해외의 자국민 보호에 소홀한 우리와 비교되어 부러울 정도이다.
일본의 정통우익이 지금까지 유지되던 이유이다. 아무리 우익 정치가의 역사인식 결핍에 따른 망언으로 한국.중국 등 그 어떤 나라로부터의 국제적 비난 속에서도 일본 우익이 자국민들로부터 지지받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방인 최우선’이념 때문이다. 항상 일본인이 최우선 보호대상인 것이다.
그런데, 금번 이라크 일본인 인질사태에서 보여준 고이즈미의 냉담함(위험지역에 들어간 개인의 책임)은 일본 정통 우익 사상으로 보아도 상당히 어긋난 발언이었다.
이는 ‘사이비 우익인사’로서 이라크 내 일본인 인질의 안위보다 친미국가로서의 ‘국익우선’으로 많은 일본인들에게 비추어졌을 것이다. 만일,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정말로 인질이 처형당했다면, 고이즈미는 일본국민은 물론 정통 우익인사로부터도 엄청난 비난을 받고 총리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탄핵 받았을 것임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거의 확실하다.
70년대 남미에서 무장 게릴라 세력에 의한 일본인 인질 잡기가 극성을 부릴 때도 당시 일본 수상은 “사람의 생명은 천금보다도 중요하니, 돈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괜찮으니 인명부터 살려라!” 하면서 일본 고위인사에 엄청난 협상 금액을 들려 보내 바로 남미 현장으로 보냈을 정도이다.
물론 그 후유증으로 일본인들이 아직도 돈버는 인질로서 봉 노릇하는 일면도 있다 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중국 인질들이 조건 없이 바로 풀려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이들 국가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호의적 인식을 고려한다 해도 그렇다.
분명 금번 이라크에서 벌어진 일본인 인질 사태에서도 일본정부의 강경한 친미 푸들 식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물밑으로는 인질구출을 위한 협상을 했을 것이며, 상당한 경제적 반대급부가 있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때문에 사건 해결 후에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라크에 남겠다는 두 인질의 발언에 고이즈미 수상이 분노해하며 일본 정부가 예약해 놓은 비행기표와 검진에 들어간 비용을 물어내라고 일갈 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고이즈미 수상은 연구대상 인물인 것만은 사실이다. 근세 이후의 일본 역사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니, 아예 미국편에 서서 이라크 파병에 올인하며 이제는 방인인 ‘일본인보다도 더 미국을 위하는’ 완전 국익우선정책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무엇이 일본의 진정한 국익인가는 후세의 역사가 판명해 줄 것이다.
우선 고이즈미씨는 짧고 간단한 표어식(標語式) 발언으로 유명하다. 일본문화는 축소지향적으로 함축성과 축약에는 일가견이 있는 민족이다. 일례로 ‘맥도널드 햄버거’조차 ‘마쿠도나루도 함바가’라 발음하면서 너무 길고 힘들다 생각한 나머지, 도쿄 쪽에서는 ‘막크’라 줄여서 말하고 오오사카 쪽에서는 ‘마쿠도’라 한다.
일본의 짧은 시구인 와카는 17자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일본 거리 곳곳에는 대개 17자 전후로 된 표어가 많이 걸려있다. 예를 들면,교통질서를 지킵시다!<코오쯔- 마나-오 마모리마쇼오!>)등과 같은 축소지향적 표어문화가 대표적이다.
이는 일본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詩)인17자로 구성된 ‘와카(和歌)’의 리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도로변에 17자 전후로 구성된 표어천국으로 뒤덮여져 있을 정도이다. 어느 외국인은 일본 거리를 보고 또 다른 전체주의 국가이자, 바위에까지 글자를 새겨 넣는 표어천국 북한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조차 있을 정도이다.
고이즈미 수상의 짧은 표어식 발언은 경망스럽고 일반인의 생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있다. 그의 별명 ‘헨징(기인)’처럼 일탈자로서의 고집 센 돈키호테에 불과하다. 어쩌면 고이즈미 자신, “개혁성”과 “과단성”과 “냉철함과 온유함”을 함께 겸비했던 중세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를 꿈꾸고 자신을 노부나가에 일치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다 노부나가는 역사적으로 지켜오던 전통과 구습(舊習)마저 일도양단으로 깨버렸지만, 고이즈미는 말만 앞서지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요설가에 불과하다.
자신의 계보가 미약한 고이즈미는 자신의 권력기반이자, 일본 최고의 기득권층인 하시모토 파벌의 "개혁 발목잡기”로 한 발짝도 움직일 수없다. 때문에 총리 취임 후 제일성으로 개혁하겠다던, 우정성(우리의 체신부)민영화 개혁도 자민당 내 우정성족(우정성 이익에 몰두의원 친우정성계열 의원)의 발목잡기에 좌초 된지 오래고 건설 분야에서는 건설족 의원들의 집요한 방해로 두 손 두 발 다든지 오래이다.
이러한 위기를 “밖으로 눈을 돌려” 무리하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망언이나 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금번 이라크 일본인 인질사태에서 보여준 고이즈미의 대응 또한 평상시의 ‘정통 일본 우익’으로서의 발언이 아님은 너무나 또렷하게 보인다.
요즘의 고이즈미 발언을 보면, 이제 일본에서도 그를 정통 우익인사가 아니라, ‘사이비 우익 인사’로 평가 할 것 같다. 그는 이미 정통 일본 우익 사상으로부터 엄청 멀어진 이상하고 독특한 사상을 지닌 진짜로 별난 ‘돈키호테 헨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그는 평범한 일본인과 정통 우익인사로부터도 배척받고 탄핵받을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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