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자위대 철수 반대 53%, 찬성 32%
아사히TV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 포명
글:박철현
이슬람 무장 세력 사라야 무자헤딘(전사여단)에 의해 일본인 3인이 납치당한 지 만 나흘이 지난 13일 현재,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본 민간 방송 TBS에 의하면,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서 세번째 인질 관련 방송 "24시간 안에 자위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일본인 인질 중 1명을 죽이겠다"는 이라크주권수호동맹의 델 레이미 명의의 인터뷰가 발표된 지 만 24시간이 넘은 지금 일본 정부는 물론 이라크 현지의 NGO 단체에게도 그 어떤 구출 및 살해 정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12일 저녁 약간은 초췌한 모습으로 사흘만에 수상관저의 보도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고이즈미 총리는 "정보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어,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르겠다"며 지금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혀 온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정반대인 "무엇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모르겠다"는 내각총리대신의 짤막한 언급이 전파를 타자 홋카이도 도쿄 사무소에 모여 있던 납치 가족들은 "어제 하루는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라며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NGO 단체 대표 형식으로 유일한 정보 제공처인 카타르 도하의 <알 자지라> 방송국에 직접 나가 있는 '피스보트'의 요시오카 공동대표는 12일 아사히TV의 <보도스테이션>에 출연하여 "알 자지라의 방송국 임원이 오늘 아침(12일)에 "오후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건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켜 보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정보가 얽혀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현재 일본 정부와 정치권, 매스컴, 시민단체들은 모두 정보 수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에 의하면 "12일 <알 자지라> 방송에서 이슬람통치위원회 명의로 "인질 12명을 석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순 3인이 포함되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라크 이슬람당의 압둘 하미드 총서기가 곧이어 "점령군에 협력하지 않은(점령군과 관계없는) 민간인을 석방했다"라고 덧붙였고, 또 각 단체들이 이후 알자지라등의 통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일본인 3인의 석방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이 소식을 들은 납치된 타카토의 동생 슈지는 '왜 정부는 전력을 다한다면서, 자위대의 철수라는 가장 간단한 선택지를 빼버렸냐'며 순간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사실 납치 가족들 역시 "잃어버린 하루"라고 불리는 11일 하루 동안의 경험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고, 시민단체와 사회민주당, 공산당 등 고이즈미 내각을 비판하는 쪽의 입장에서 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타카토의 여동생인 이노우에(32)는 12일 공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미국 측과 협의해서 팔루자 근처의 가옥을 하나 하나 수색하는 전법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인질들에게 위해가 갈 요소가 다분하니 그만두어 달라는 신청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4일간의 강행군으로 녹초가 되어 탈진한 납치자 가족 5인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은 12일 오후 사회민주당을 방문하여, 후쿠시마 당수에게 "인질 구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울먹이며 애원했다. 이어 수상 관저 앞 촛불시위에 참가, "시민단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3인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납치 이후 세번째인 아사히TV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스테이션>을 통해 발표되었는데, 관심을 모은 "자위대 철수에 관한 항목"에서 철수 찬성이 32%, 철수 반대가 53%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것은 교도통신이 9일 발표한 철수 찬성 45%, 철수 반대 43%에서 나타난 팽팽한 균형이 역전된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해 오사카 경제법과대학의 요시다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보수우익 언론과 일본 정부의 협공에 국민들이 속아넘어간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이즈미 내각의 외교 전략이 일본국민들에게 호감을 산 측면도 없잖아 있다"며 "기존의 일본외교의 방침은 '예, 그러나(Yes. but)'였다. 즉 지금까지 일본은 외교에 있어 일단 상대방에 대해 '예'라는 긍정을 한 후 '그러나' 이러이러하니까 좀 봐달라는 식의 소극적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는 '아니다, 그래서(No. so)'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즉 상대방의 비판에 대해 '아니다'라고 확실히 말한 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할 것이다 라고 강한 모습을 보이는 외교"라고 덧붙였다.
요시다 교수에 의하면 고이즈미의 이러한 모습에서 일본 국민들이 호감을 느끼고 되고 언론의 지원 사격마저 있으니,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부터 독도 문제, 센카쿠 열도, 북한 납치 문제 등 거의 모든 부분의 외교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No. so'전략을 취해 왔다"며 이번 건도 그런 맥락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TBS 계열의 뉴스프로그램인 < NEWS23 >의 명진행자이자 방송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중 한 사람인 치쿠시 테츠야 아나운서가 고정칼럼시간에서 '인도와 인명(人道と人命)'라는 주제로 고이즈미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 "인도적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라크에 자위대가 주둔되어 있으나 과연 내각총리대신이자 국가통수권자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 자국민의 인명을 버려가면서 갈수록 험악한 상황으로 변모해가는 이라크의, 별로 현실 가능성도 없는 인도적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차분한 음성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전사여단이 "24시간 이내 자위대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 1명을 죽이겠다" 밝힌 마지막 <알 자지라> 방송 이후 경고 시한 24시간을 초과한 13일 현재,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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