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케이 약진의 이유

푸른하늘김 2004. 4. 12. 13:44
일본 종합일간지중에 산케이(産經)신문이라고 있지요. 한마디로 요즘 잘 나갑니다. 3월1일부로 경제지 ‘비즈니스 아이(Business i)라는 걸 만들었고요. 산케이를 잣대로 오늘의 일본 변화를 읽어볼까 합니다.

▽‘정론’의 실상
산케이신문의 극우(이념적 좌우 보다 실은 맹목적인 국수주의, 쇼비니즘에 가깝지만 흔히 그렇게들 부르니 그냥 놔두지요)색을 드러내는 건 무엇보다 사설과 칼럼이겠지요. 올해 1월 1일자 1면에 실린 대형 사설은 이렇습니다. 빨리 이라크 파병하라고 재촉한 글이지요.

“일본은 死地에 보내져도 임무를 완수하고, 무릇 살아있는 모든 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철학을 가진 정말로 강한 나라를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이처럼 역사에 새겨졌으면 하는 길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2월 하순 어느 날의 1면 하단 칼럼 내용을 볼까요.
“大義가 있는가 없는가, 어느 쪽에 대의가 있는가 하는 논의는 의미 없다. 전쟁은 어느 편이나 마찬가지다. 대동아전쟁도 일본이나 미국이나 쌍방에 이유가 있었다. 국가란 대체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한단 말인가. 국익이다. 정치가는 그 점을 제대로 통찰하고 국익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태평양전쟁’이란 말 대신 제국주의 냄새 풀풀나는 ‘대동아전쟁’을 쓰는 대목만 해도 사정을 아는 이들의 속을 뒤집어놓지요. 전쟁의 명분?. 그건 따질 것 없이 오로지 국익에 합당한가 아닌가만 따지고 전쟁에 나가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러니 과거 일제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1973년에 만든 ‘正論’이란 고정 칼럼 내용도 비슷합니다. 정론이란 대체 무엇인지 이 칼럼을 보면서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편향과 왜곡의 ‘비빔밥’ ‘잡탕찌개’ 같은 내용을 보면서요. 역사 인식이라고는 초등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 같은 소리를 자주 해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산케이 1면에 자주 칼럼을 씁니다.

세상에, 그런데, 이런 뭣같은 논조가 말이지요,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일본 사회의 변화와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수가 늘고 있고요. 할 말을 시원하게 잘 한다나요. 여하튼 틈새 시장을 잘 찾아낸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바른 세상(정말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이 오기를 고대하는 이들에게는 정말이지 밥 맛 떨어지는 일이지요. 혹 비아냥처럼 ‘신문도 기업이고 장사야, 돈만 벌면 됐지, 무슨 소리야’한다면 저로서는 할 말이 없지만요.


 

▽부수 증가
산케이의 부수 증가는 일본 ABC협회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2002년 하반기: 도쿄 본사 84만9004부. 오사카 본사 120만7607부.
2003년 상반기: 도쿄 본사 87만7531부. 오사카 본사 120만8860부.
2003년 하반기: 도쿄 본사 89만 360부. 오사카 본사 120만9769부.

산케이신문의 부수 신장은 비단 사회 흐름의 변화 만 아니로 공격적인 판매전략 변화에도 기인합니다.

산케이는 2001년 9월 ‘ONE COIN’ 작전을 시작합니다. 조간 1부 가격이 110엔이던 것을 100엔짜리 동전 한 개로 구입할 수 있도록 값을 인하한 것입니다. 효과는 1개월에 2만부 늘어난 것으로 입증됩니다. 출근길 100엔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이점이 먹힌 셈입니다.

2002년 4월 산케이신문 도쿄본사는 석간을 폐지합니다. 한 신문이 조,석간을 발행하는 것은 일본 언론계에서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과감하게 없애버린 것입니다. 조석간을 다 보던 독자 가운데 석간이 없어져 아쉽다는 사람도 있었지요. 대신 구독료가 싸졌고, 어차피 안 보던 거, 폐지 치우는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반기는 사람도 있었지요. 결과적으로는 부수 확장으로 연결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빠질 수 없는 게 선물공세이지요. 수위를 다투는 여타 신문도 사정은 비슷하지요. 2002년 1월부터 주기 시작한 ‘스누피’ 캐릭터를 사용한 대형 수건, 그릇세트, 가방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에는 자명종 시계를 준답니다. 선물에 약한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경제신문 창간
비즈니스 아이 창간은 신문업계 전체가 독자 포화 상태를 맞아 부수가 감소하는 상황 아래에서도 부수를 늘린 산케이의 자신감이랄까, 그런 게 배경에 있다고 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비즈니스 아이는 창간은 아니고 기존의 일본공업신문을 새로 단장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후지산케이그룹’의 회사였지요.

1933년 창간된 ‘일본공업신문’은 사실 산케이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신문은 1942년 타지와 합병하면서 없어지고 ‘산업경제신문’이 생겨납니다. 1958년에 일본공업신문이 복간되고 도쿄본사의 산케이지지(産經時事), 오사카 본사(일본신문은 한국과 달라 ‘본사’가 전국에 2개, 많으면 4개나 있지요)의 산업경제신문이 통합, ‘산케이’란 같은 제호를 쓰게 됩니다.

작년 10월 일본공업신문이 부채로 경영파탄에 이르며 보너스 삭감 등 사태를 맞이하자 산케이는 자금과 인력을 파견했습니다. 당시 산케이가 보유하고 있던 일간공업신문 주식은 1.1%에 불과했지만 이후 매수에 나서 올해 1월 말경에는 95%의 주식을 보유하게 됩니다. 자회사로 만든 것입니다.

이제 갓 창간된 비즈니스 아이는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닛케이라고도 하지요)에 비하면 아직 영향력은 보잘 것 없지만 몇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일본신문 중 가장 읽기 어렵다는 닛케이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입니다.


 

일면 편집부터 시원합니다. 주식시세란의 깨알만한 글씨는 배로 키웠습니다. 기업이 보면 인색하기 짝이 없는 신상품 소개란을 모아서 아예 한 페이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중국 홍콩의 경제 소식을 대폭 늘리고 중국의 상하이 등 증시의 주가시세도 싣고 있습니다. 국내 주가 소식도 5페이지로 늘렸고요.

산케이의 왜곡된 논조, 거기에 박수 보내는 이들이 늘어난 일본의 사회변화는 우려할 만합니다. 그걸 해결하는 건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양심세력 책무라고 보고 넘어갑니다. 산케이의 영악하리만큼 빠른 ‘변화를 읽는 능력’은 어쨌거나 他山之石으로 삼을 만 합니다.

생각해봅니다. ‘좋은 신문’이란 정말 ‘좋은 기자’ ‘좋은 기사’ ‘좋은 제작 이념’이 만들어주는 것일까하고요.
사람 좋은 이가 반드시 좋은 배우자 만나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사는 이상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거꾸로 돌아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신문계 사정은 어떨까요. 기사의 가치를 알고, 그걸 높이 평가해주고, 그 신문이 타지보다 비싸도, 설령 그 신문이 정기구독 연장시 선물을 안 주어도, 애정을 갖고 채찍질해가며 구독해주는 그런 ‘좋은 독자’들의 힘이야말로 바로 사회에 ‘좋은 신문’이 존재하고 성장하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독립신문 창간일을 기념해 제정된 4월 7일 ‘신문의 날’을 이국에서 지나보내면서요.

일본 도쿄=도깨비뉴스 리포터 지안 jian@dk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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