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칸센 지난 41년간 인사사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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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현 filmtwo@yahoo.co.kr |
일본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을 상징하는 단어로 '국화와 칼'을, 그리고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씨는 '축소지향'이라는 표제어를 사용해 일본을 묘사했다. 일본 입문서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알려진 두 책 외에도 출판계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게 일본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개중에는 민족주의적 감성에 교묘히 편승한 전여옥류의 <일본은 없다>라는 다소 과격한 신변잡기용 수필집도 있기는 하지만 외부에서 혹은 내부에서 일본을 사고하거나 경험한 선배들의 평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경험의 나열을 '일본'이라는 거대 주제를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일본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위해 시부야의 십대 소녀들과 록그룹 엑스재팬, 소니 그룹의 회장이 동시에 다루어져 '등가'로 취급되어 버리는 현상 말이다.
당시 치열한 논쟁과 무수한 뒷말, 이를테면 프랑스 정부가 테제베를 도입하면 문화재를 돌려주겠다거나 어떻게 일본의 신칸센을 도입할 수 있냐는 식의 민족주의적 감성에 호소하는 식의 고속철도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조차 횡행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렇게 한국에 데뷔(?)한 신칸센은 과연 일본에,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이 점에 관해서 신칸센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JR 동일본(Japan Railway 東日本)의 사카키바라(34) 홍보담당자는 이렇게 밝혔다. "일본은 철도의 나라이며, 일본인에게 철도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해 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철도를 한번쯤은 이용해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철도의 정점에 신칸센이 있다. 신칸센은 단순히 교통수단이 아니라 현 단계 일본의 실용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리고 전후(戰後) 폐허가 된 일본이 부활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조금은 과장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일본=신칸센이라고 생각한다." 이 홍보담당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신칸센이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1963년도에 개통되면서 단순히 철도라는 개념을 벗어나, 전후 일본의 번영과 부흥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당시 관동과 관서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인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1구간이 최초로 완공된 이후 신칸센 확장공사는 착착 진행되었고, 1985년에는 남단의 후쿠오카와 북단의 신아오모리가 연결됨으로써 한국 면적의 4배인 일본 열도가 1일 생활권에 진입하게 되었다.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신칸센은 균형발전과 인구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도쿄 인구가 근 15년간 1200만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도 신칸센의 영향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즉,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어 버리니 굳이 도쿄에서 살아야 한다, 혹은 도쿄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예전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례로 게임회사로 유명한 닌텐도의 경우 본사가 쿄토에 있고, 대형 슈퍼와 백화점으로 유명한 다이에도 후쿠오카에 본사가 있다. 신칸센을 운영하고 있는 JR이 일본의 철도산업에서 지닌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2001년 국토교통성 통계를 보면 연간 여객수송인원이 약 210억 명인데, 그 중 40% 정도인 87억 명을 JR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JR 역시 민영화 초기에는 기존의 공무원 마인드로 고객들에게 접근하다 사철(민간철도회사)에 밀려 매출이 점점 감소해 급기야 국가보조금을 가장 많이 쓰는 '세금먹는 하마'라는 불명예를 쓴 시기도 있었다. 그 때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한층 더 친절하게, 적극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고객 서비스'였다. 그리고 그 JR 서비스의 핵심이 바로 신칸센이다. 일본에서 신칸센을 한번이라도 타 본 독자들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로 신칸센의 안락함과 편안함, 승무원들의 친절은 독보적이다. 게다가 63년 도입이래 41년이 지나면서 그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는 것을 KTX 관계자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한국의 경우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 언제나 관계자들의 "설마 괜찮겠지"하는 얕은 안일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속철도는 그런 식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대형사고도 사고지만 고속철도는 그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기술의 징검다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철도라는 것을 그냥 "빠르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요" 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최고 수준의 실용 기술을 상징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일본의 도쿄, 그 공동화되어가는 거대한 도회지와 지방을 연결시켜 주는 신칸센. 다소 문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신칸센은 "소통의 매개체"다. 그리고 일본인은 신칸센을 전후 폐허를 딛고 일어선 부활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고속철도 역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상징으로 그리고 서울과 지방을 한층 더 가깝게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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