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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린 3월 30일 도쿄돔. 뉴욕양키스 대 템파베이의 경기 내용이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의 일차적인 관심사겠지만, 기자의 눈은 경기 시작 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함께 마운드를 천천히 올라가는 고이즈미 총리에 고정되었다.
"정말 필드 오브 드림이다(まさに"フィールド・オブ・ドリームス"だ)." 마치 자신이 케빈 코스트너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간단하게 내뱉은 이 코멘트는 언론과 방송을 통해 전국에 퍼졌고, 고이즈미 총리는 0승 105패를 하고 있는 경주마 하르우라라가 106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한 3월 22일 이후 일주일여만에 다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지지부진한 도로공단의 민영화 및 금융권 개혁, 일본국민 약 40%가 반대하고 있는 자위대의 파병 등으로 인해 자신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본업과는 상관없는 스포츠, 문화, 연예 등의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 문제는 그의 이러한 발언들이 방송국의 입맛에 맞다는 것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방송국의 관계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웬만한 코멘테이터(뉴스프로그램의 게스트) 서너명을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압축적이고 핵심적이다. 특히 약 20초, 30초 내에 핵심만을 말하는 그의 발언은 거의 편집이 필요 없다. 방송용 멘트에 관한 한 천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힐 정도다. 실제로 그의 코멘트 퍼포먼스와 방송출연 횟수를 따라가 보면 이 관계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3월에 한정하여 그의 발언을 살펴보자. * 3월 5일 - 일본야구국가대표팀 나가시마 감독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것에 관해 "놀랐다. 걱정하고 있다. 어떻게든 빨리 나아서 올림픽 감독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한 선망의 대상이니까." * 3월 15일 - 여자 마라톤의 타카하시 선수가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떨어진 것에 대해 "의외다. 승부의 세계는 엄격하군. 한 명 더 뽑으면 안되나? 아무튼 아쉽다." * 3월 19일 - 일본 올림픽축구대표팀의 본선진출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올림픽이) 활기를 띠겠다. 역시 일본팀이 출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텔레비전을 볼 때 마음가짐이 달라지니까. 나도 올림픽에 흥미가 생겼다." * 3월 21일 - 유명연예인 이카리야의 부음을 듣고 "아아, 정말, 안타깝다. 좋은 배우였는데…." * 3월 22일 - 경주마 하루우라라가 106경기 연속패전의 대기록(?)을 작성하자 "안타깝군. 11마리 출전해서 10등이라고 들었는데…. 골프라면 부비상인데 말야. 아무튼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 져도 져도 응원할테니까 그 걸로 된 것 아닌가? 하루우라라답잖아." 대강 살펴본 것만 해도 이 정도이다. 정치인답지 않은 고이즈미 총리의 거침없는 발언과 다방면에 걸친 관심사에 대해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3월 30일자에서 "고이즈미 발언, 활개를 친다"라는 긍정적인 헤드라인과 "지지율 업(UP)을 기대한다"는 소제목을 달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런 이미지 메이킹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지율 반등과 다가오는 참의원 선거운동을 돈 한푼 안들이고 효율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는 내부의 평가도 뒤따른다. 방송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에둘러서 말하거나 애매모호한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하는 기존의 정치인들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는 고이즈미 총리의 전방위적 발언에 내심 호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이 대중적인 이미지메이킹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부분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어떤지를 누구도 체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 자체만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그 미점검의 내용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외교까지 다 포함되어 있으니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한국, 북한,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문제적 행동과 발언이 가벼운 몇 마디의 시시콜콜한 코멘트로 상쇄되고 있는 형국.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고 비판해야 할 민간방송국들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다는 이유로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내보내고 있다. 이 부당한 내부자거래를 지켜보고 있자니, 그리고 주위의 일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이즈미 총리의 말이 재미있다느니, 소탈하다느니 하며 화제로 삼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이 절로 밀려 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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