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에서는 자전거 함부로 타지 마세요

푸른하늘김 2004. 2. 12. 12:03
-자전거 차체번호는 전부 등록되어 있다-


글:장팔현




일본사회는 세포(細胞)조직과 같이 잘 짜여진 사회이다. 각 마을은 쵸오나이카이(町內會 )라 해서 우리의 반상회와 비슷한 조직으로 그물망처럼 짜여져 있다. 일본의 이 조직은 아무리 도시라도 쵸오나이카이쵸오(반장)는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꿰차고 있을 뿐더러, 고방(交番-파출소)에서도 담당 지역 주민들의 이동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다. 때문에 그 지역 내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그 곳에 사는 외국인부터 의심하고 동태파악을 할 정도이다.

필자도 쿄토에서 4년간을 살았는데, 96년도에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가 발표된 다음 날 대대적으로 불법 체류자를 수색하던 일이 있었다. 당시 일본의 분위기는 공동개최도 수치로 여기고 단독유치에 실패했다고 분해하는 뉴스가 주류를 이루었었다. 결국 공동개최에 대한 분풀이로 불법 체류 한국인을 송환시키는 것으로 비쳐질 정도였다. 그 날부터 대대적으로 색출에 혈안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내가 살던 12채의 좁은 골목 안으로도 고방에서 나온 경찰이 반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연히 새벽 5시에 공부하던 중 듣게 된 내용은 이렇다. 경찰이 와서는“여기 외국인 살고 있지요”하자, 반장이 하는 말이“예, 장상 이라고 한국 유학생이 살고 있어요”하자, 이에 불심 검문을 나온 경찰이 “아, 예 그럼 불법 체류자는 없군요”하면서 돌아가는 것을 정말로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결국 2, 3일 사이에 불법체류 한국인 50여 명을 송환시켰다고 당시 쿄토 신문에 크게 보도된 일이 있다. 이 때도 외국인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경찰이 왔음은 불문가지이다.

하여튼 일본 사회는 빈틈없는 사회이다. 새것이나 헌 것이나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살 때 500엔(약 5500원)을 내고 등록을 한다. 물론 도난당했을 때를 예상해서 등록하는 것으로 운이 좋으면 잃어버리더라도 신고를 해서 찾을 수도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100엔이었는데, 5배나 등록비가 올랐다.

시내에 경찰들이 별로 안 보이는 일본 사회이지만, 사건이 나면 불심검문이 시작된다. 물론 외국인으로 보이면 거의 검문을 당한다고 보면된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가다 보면 불심검문을 당하는데, 약 10분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무전기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자전거 차체 번호와 도난 자전거와의 번호를 대조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 때 도난 자전거 번호와 자기가 타는 번호가 일치하면, 어떠한 이유로 타게 되었건 일단은 현행범으로 몰려 경찰서로 연행된다.

특히, 불심검문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으로 보이면 거의 대부분 불심검문에 걸린다. 나도 용모가 중국인 닮았다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일본 생활 8년 동안 서너 번 불심검문 당한 적이 있다. 다음으로는 남자가 여자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쉽사리 검문을 하고, 그런 상태에서 외국인이라면 더욱 꼼꼼히 검문을 당한다.

검문을 당할 때도 일본인들의 성격을 모르면 수모를 당하기 쉽다. 처음에는 반말 비스름히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따끔하게 자신은 공부하러 온 유학생임을 알리고, 조리 있게 반문을 하던가, 같이 반말로 대꾸하면 효과적이다. 잘못이 없을 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당당히 따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일본인들은 정당하고 논리적인 큰 소리에는 일단 쥐죽은 듯 고요하다. 물론 다른 복수의 방법을 찾겠지만, 아무 죄 없는 유학생들한테 나올 게 무엇이 있겠는가?

필자도 한 번은 석사과정 때의 일인데, 과에서 쓰던 자전거를 준다하기에 마침 필요하던 차라, 고맙게 얻어 타던 적이 있다. 그 때 그 자전거의 등록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받았기에 검문을 받을 때 솔직히 상당히 불안 했었다. 혹시라도 그 친구들이 방치된 자전거를 타다가 나한테 주었다면, 모든 책임은 내가 뒤 짚어 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자전거는 타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친구들이 귀국하면서 주고 가는 중고 자전거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돈 주고 산 것인지, 얻어 타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타야 뒤탈이 없고 안전하다. 만일, 귀국한 친구가 주고 간 자전거가 문제 있는 것이라면(워낙 길거리에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서)그 자전거를 얻어 탄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런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한 한국인 불법 체류자가 귀국하면서 타던 자전거를 친한 친구한테 주고 갔단다. 친한 친구가 준 중고 자전거이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타고 가다가 불심 검문에 걸렸는데, 여기서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그도 불법체류 상태였는데 타고 가던 친구가 준 자전거가 애꿎게 도난 신고 된 것으로 밝혀져 억울하게 3개월이나 옥살이를 하다가 강제 송환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일본어도 서툴고 노가다(건설업 종사자)하던 사람으로 행색도 남루하고 더욱이 불법 체류에 자전거까지 훔친 것으로 처리 됐기 때문이다.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대개 유학생을 불러 조서를 꾸밀 때 통역을 맡기나, 일본 경찰이 업적을 올리기 위해 미리 조서를 끝내 놓은 다음이라면 이를 반증하기란 상당히 힘들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자전거는 타지 않는 것이 상지상책이다. 필요한 사람이 직접 사서 등록한 다음에 타야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심 검문을 안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당히 오마와리상(경찰)과 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