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위심사냐?돈 심사냐?

푸른하늘김 2004. 1. 31. 12:14

 

학위 심사에도 한.일 간의 차이가! 

글:장팔현  

 
 
일본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필자는 학위심사 과정에서도 한일 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일본에서 석사과정은 물론 박사학위 심사 받으면서 심사비용을 내거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교수님들에게 저녁이나 술 사 준 적도 없다.

박사학위 심사 때도 학칙에 나온 대로 심사를 청구한 학생이 기준에 합당한 논문 편수와 논문의 질(質)에 중점을 두지, 심사비용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학칙에도 분명히 심사 비용까지도 자세히 나와 있다.

일본 학위는 갑(甲-연속 학적을 두고 학위를 딸 때)과 을(오쯔:乙- 수료 후 저술 등 학술적 업적이 있을 시 신청해서 따는 학위)로 나뉜다. ‘갑’학위 심사 시는 심사비용은 물론 술값, 밥값은 전혀 필요 없다. 다만, 학교를 떠난 뒤 수년 후 심지어는 십 년이 넘은 사람이 ‘을’ 학위 심사 청구할 때에만 20만엔(약 220만원)의 심사비용이 필요하다고 명기되어 있다.

새로이 심사위원들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에 수고비나 섭외비가 들 것임은 당연하다. 물론 이도 일본 사립대학의 경우이고, 국립대학은 더 싸거나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필자는 일본에서 국제관계 석사 학위 심사 때는 물론 박사학위 심사 때도 심사비용은 일체 필요치 않았다. 다만, 한일 간의 미묘한 역사인식 차이 때문에 애를 먹었을 뿐이다. 즉, 백제와 왜국 간의 고대 한일 관계를 밝혀 줄 칠지도(七支刀)나 우전팔번경(隅田八幡鏡)등 금석문 연구로 학위 심사를 청구했기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외에는 일원 한 푼 들어가지 않았다. 논문 내용을 가지고 학장과의 어려운 담판을 끝내고 한국산 김과 전통주 한 병 사들고 찾아갔지만, 심사에 영향을 끼친다고 그것조차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귀국하여 한국 사정을 듣고서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에서도 학위심사 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부패지수가 거의 후진국 수준인데, 가장 깨끗해야할 대학 학위 심사과정에서도 심대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일례로, 국립대학에서도 석사 학위 심사 때는 심사위원들에게 고맙다고 식사를 학생들이 챙겨야하고, 박사학위 심사 때는 심사위원 1인당 30만원 정도의 수고비를 내야한다고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배 하나는 심사비용은 물론 술값, 밥값으로 1500만원이나 들었다며 자랑 아닌, 자랑하더라! 그러면서, 기껏 중요한 심사 때에는 논문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고 전공과 맞지 않는 심사위원도 있었다고 하며, 일단은 학위를 받았다는 데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는 말도 할 수 없는 치부임이 확실하다.

특히 일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위를 신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돈을 들여서라도 남이 써 준 석박사 학위를 쓰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오히려 돈으로 학위도 사고 이를 이용하여 진급과 승진에 이용하려 하기에 심사비용에는 아예 무감각한 사람조차 있을 정도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있어서는 안 될 비양심의 전형이다. 이 또한 부정부패의 한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에서는 관습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며, 역사가 짧은 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최초로 신청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학위 심사 때 들이는 비용이 기준이 되므로 “후배들에게 욕먹을 수 없다”며, 얼마로 기준을 정할까? 로 고심하는 것도 보았고, 논문을 다 써놓고도 1천만원 이상 심사 비용이 들어간다고 돈이 없어 아예 신청조차 못하는 사람도 보았다.

일본에서 적은 장학금이나마, 공부할 동안 꾸준히 받아가며 연구하고 심사 때에도 비용하나 들이지 않았던 필자가 볼 때는 우리의 대학 사정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대학의 잘못된 학위 심사비용은 과감히 개혁하여 없애던가, 차라리 합리적인 비용을 산정하여 학칙으로 정해두었으면 한다.

여기저기 너무도 개혁할 부문이 많은 한국 사회이다. 잘못되었음을 인식한 순간부터 이를 바꾸려 노력해야하고 개혁해야한다. 이제 교육계도 잘못된 점은 과감히 도려낼 각오로 일대 변혁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