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편해진 3색 볼펜

푸른하늘김 2004. 1. 28. 12:14

 

마무리에도 한.일 간의 차이가?! 


글:장팔현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3색 볼펜을 애용하고 있다. 볼펜 한 자루에 빨간색, 검정색, 파란색을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을 많이 쓰는 본인이 인쇄된 활자를 교정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대개는 컴퓨터로 글을 쓰지만 가끔 손으로 원고를 쓸 때는 검정색이나 파란색을 이용하고, 수정시에는 빨간색을 사용하니, 이 아니 일거삼득인가?!

소비자에게는 고마운 3색 볼펜이다. 이 볼펜은 3색이나 사용함에도 꼭지가 붙어있어 양복 안주머니나 와이샤쓰 주머니에 꽂아 넣을 수 있어 휴대가 간편하기에 더욱 좋다. 가끔 여행 중이라도 좋은 글쓰기 주제가 섬광처럼 지나칠 때면 메모하기 위해 바로 빼들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매우 도움이 되는 필기구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볼펜을 휴대하기가 영 곤란해졌다. 아니 벌써 서너 자루가 책상위에 나뒹굴고 있다. 휴대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쪽 호주머니에 휴대하기 편하던 꼭지가 똑 같은 제품의 볼펜인데 벌써 서너 차례 부러졌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 제품인데, 꼭지의 목 부분이 보기보다 너무 쉽게 부러지고만 것이다. 겨울이라서 아마도 더 쉽게 부러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니 마지막 공정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훨씬 편리하게 볼펜의 잉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볼펜 한 자루에도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경화 플라스틱을 썼는지, 강하게 보이나 충격에 약한 것 같다. 이러한 꼭지 부분만이라도 고무성분을 첨가하거나 쉽게 부러지지 않게끔 개량을 했으면 소비자로서 더없이 고마워할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마지막 공정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같은 기술, 같은 설계도로 제품을 만들더라도 일본에서 만든 것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들어도 제품에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

일본인들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잇쇼켕메이(목숨 걸 듯 열심히)’ 마지막 마무리인 ‘시아게(仕上げ)’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옥동자를 낳듯이 한다. 바로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이러한 ‘시아게’ 단계에 있다. 같은 설계도로 제품을 만들어도 이 마지막 단계에서 차이가 나기에 아직도 일본 제품이 국산보다 평가를 받는다 할 것이다.

처음 인천공항이 개항한다 할 때 유학 중 기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빨리 한국의 웅장하다는 공항시설을 보고 싶었다. 들뜬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와보고 웅장한 시설에 과연, 훌륭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 화장실을 들러보고, 역시 ‘시아게(마무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이내 알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나, 필자가 본 화장실의 대리석은 엉터리 공사였다. 아무리 화장실이라도 그렇지, 금이 간 대리석을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있었고 잇댄 대리석과도 높낮이의 단차(段差)가 미묘하게 있어 보였다.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차이이지만, 진짜 숙련공이라면 이 정도는 판가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마지막 일의 마무리에서 우리는 일본에 아직 떨어지는 것 같다. 이 점만 고친다면, 일본도 따라잡을 수 있으려만...,

하여튼 3색 볼펜도 조금 더 재질 개선을 하고 마무리에 정성을 쏟는다면, 나는 오랫동안 그것들을 고맙게 사용할 것이다.


 

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