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행되는 총련계 신문 조선신보의 평양특파원 인터뷰
최근 서방의 북에 대한 주요한 관심사는 핵이 있느냐? 없느냐? 에서부터, 2차 6자 회담 일정과 향후 전망, 그리고 2-3년 전부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에 관한 것들이다.
아울러 정치적인 문제로 독일에서 귀국한 송두율 교수의 북과의 관련성, 미국에서 황장엽의 발언이나 김용순 비서의 죽음과 관련한 음모설 및 대남・ 대미・ 대일 관계 변화, 김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 등이 있다. 또한 서방언론이 제기한 북의 정치범 수용소와 국군포로 생존확인, 선군(先軍)정책에 관해서도 특별한 관심사 임에 틀림없다.
현재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한국・중국・러시아 등에서는 다양한 북에 관한 정보가 실시간 뉴스를 통해 매일 신문, 방송을 통하여 보도되고 있다. 그 중에는 확실한 취재원에 의해 여과된 정보가 있는가 하면, 전혀 근거도 없는 정보나 정체도 모르는 기관이나 입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것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는 몇몇 기관과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북에 대하여 말하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에 일하고 있거나 정보기관에 일하고 있는 사람도, 학교에서 북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도 북에 대하여 물으면 정말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 국가라는 말을 한다.
현재 북에는 외신기자가 몇 명 상주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의 취재기자 1명, 중국의 <인민일보>의 취재기자 1명, 사진기자 1명・ <신화통신>의 취재기자 1명이 외신기자들이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 일본에서 발행되는 총련계 신문인 <조선신보>의 취재기자 2명과 사진기자 1명이 평양에 상주하면서 취재를 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북에서 12년째 상주하면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신보의 김지영 기자가 평양특파원 12년 경력의,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북에서 상주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다. 1966년생인 김지영 기자는 전라도가 고향인 조부를 둔 재일 조선인 3세로 동경에 소재한 총련계 대학인 조선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조선신보에 입사하여 지난 1992년부터 평양지국의 특파원으로 임명되어 북에 대한 전반적인 취재를 맡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의 기사는 <월간 민족21>에 매달 “여기는 평양”이라는 제목으로 리포트 기사가 연재되고 있어, 북에 관한 연구자들은 물론 북의 정보와 사람 살이 등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필자가 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은 벌써 5년 전쯤의 일이다. 한국의 <연합뉴스>을 통한 북에 관한 기사가 조선신보에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부터 일본에서 북에 관한 궁금한 정보를 남보다 먼저 알기 위해서는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몇 차례 신문을 구해본 적이 있었다.
늘 평양발로 보도되는 기사에는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나와 있었고 처음에는 여자가 북에 특파원으로 가 있거나 평양의 현지채용기자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민족 21의 창간과 함께 김지영 기자의 글을 다시 보게 되었고, 가끔씩 그에 관한 정보를 풍문으로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북에 관한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 할 때면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만나고 싶은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은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재일 조선인 3세인 그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분명 북을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남들보다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중순, 북의 적십자사가 일본의 적십자사에 "북으로 돌아간 귀국 동포들과 일본인 처의 일본으로의 재 입국" 을 도운 일본의 NGO단체에 항의의 뜻과 일본에서의 생활 및 신상, 거주지 파악을 위한 조사요구를 하였다는 조선신보의 기사를 보고서,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어 조선신보에 전화를 했다.
늦은 시간 전화를 건 관계로 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알고 있는 취재기자는 없었고, 만일 자세히 알고 싶으면 내일이라도 김지영 기자에게 전화를 해달라는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하면서 김지영 기자의 귀국(?)을 확인한 기쁨으로 다음날 일찍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내 소개를 하고서는 시간이 되면 월말에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자며 무리하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총련계 신문의 평양특파원이고 북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재일 조선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투철한 혁명가(?)이고 조선신보의 기자라는 신분이, 솔직하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무조건 저돌적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베일에 가려진 북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과 평소의 반감을 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 10월 30일 약속 장소인 조선신보로 갔다.
일찍 해가 지는 동경은 요즘 오후 5시만 되면 어둡고 컴컴하지만 초행길인 조선신보 가는 길은 밝은 가로등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6시, 김지영 기자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사무실로 갔을 때 로비에서 만난 그는 검은 얼굴, 짧은 머리에 조금은 동안(童顔)의 미남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같이 평양지국의 특파원으로 일하고 평양특파원 3년 차 강이룩 기자도 동석을 하자고 해서 세 사람은 근처의 선술집으로 갔다.
동경・서울・평양에서 간혹 한국의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은 일본에서의 발언은 조심스러운지 쉽게 말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본이 총련의 근거지이고 자신들이 총련소속 이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자리에 앉기 무섭게 맥주를 한잔씩 마시면서 간단한 인사와 평양의 생활, 서울 방문의 기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먼저 가장 궁금한 핵의 문제인데, 사실 저는 7월 중순 일본에서 활동중인 김국방 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이며 군사평론가인 김명철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분명 북에는 핵무기가 300-500기 정도 있다고 했었고, 9월 중순에는 前 IAEA선전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오오사카 경법대학의 교수인 요시다 야스히코 (吉田康彦) 선생은 인터뷰에서 북은 분명하게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 입니까?
"핵에 관해서는 김영철의 말도 요시다의 말도 맞습니다."
-아니 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김명철의 말도 요시다의 말도 맞다니요?
"두 사람 다 북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고 핵 문제에 관해서도 잘아는 사람이며,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 공작도 잘 하는 사람들인데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우선 핵무기를 구성하는 3가지 요인, 그러니까 핵과 이동수단(운반수단), 발사시설 (로케트 와 폭파장치)가 모두 하나가 되어야 만 핵무기라고 하는데 김명철의 말은 북이 이러한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관계로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핵이 300-500개 정도 된다는 말입니다. 당장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무기로 즉시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무기가 있다는 표현을 한 것 입니다. 그러나 요시다의 말은 북이 3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당장 결합이 가능하지 않으며 결합을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아직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북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요시다가 IAEA의 선전국장을 하면서 확인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 요시다의 말도 맞다고 봐야지요.”
-제가 듣기에는 북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군요. 당장은 아니지만 조립이 가능한 시설이나 장비를 가지고 있고, 핵실험을 안 했다고 해도 파키스탄이나 이란의 핵을 북이 개발해 주었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북에 핵이 있다는 것이며 핵무기로 언제든 전환이 가능한 상태라는 결론이 나오는 군요?
"단순하게 핵이 있다. 없다 의 문제는 별로 논의거리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파키스탄이나 이란 핵은 북이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북은 지난 1998년 "광명성 1호"라고 하는 소형인공위성을 발사한적이 있습니다. 비록 소형이라 금세 추락하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지구를 몇 바퀴 순회하였습니다. 또한 대포동 같은 미사일을 동해와 태평양 연안까지 발사할 수 있는 로케트 발사기술과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반적인 이동수단도 폭파장치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분명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핵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언제나 미국등과 같은 서방과 회담 시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핵이 있다는 말로 확실히 들리는 것이 사실인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제가 역시 북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역시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유홍준의 글이 생각나는 군요. 다음으로 요즘 자주 제기되는 북의 경제개혁과 시장경제제도의 도입 문제 중에 최근의 쌀값・물가・임금 인상에 대해서 알고 싶군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은 주체사상 상급에 나오는 말인데 유홍준은 북의 철학에 대해 조금 아시는 것도 같은데요. 아무튼 북의 시장경제제도와 개혁은 지난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과거 북은 제가 보기에도 일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도 적을 걸어 두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건성으로 일해도 월급이 지급되었고,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서도 놀고 먹자는 분위기와 정부가 없는 돈 털어서 쌀 같은 것을 싸게 사서 배급하는 형태로 공급하는 관계로 싼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충대충 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도 하였고 전반적인 홍수와 가뭄 피해 등으로 인심도 좋지 않고 피폐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성취동기가 없는 사회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잘못된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북은 모두가 충실히 일하면서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일한 만큼 배분하자는 형식으로 경제제도를 바꾸었습니다. 지난날이 일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 배분하던 공산주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일한만큼 배분한다는 사회주의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됩니다. 어쩌면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배분을 하려고 했던 정부의 실수를 인정하고 일한 만큼 배분하는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들을 자본주의 도입이라고 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 모두가 굶어 죽기 전에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보면 되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金兄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살던 사람이라 역시 자본주의적인 해석을 하시는 군요. 그래서 저 같은 사회주의자와 金兄 같은 자본주의적 인간과는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북은 사회주의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지나친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일한만큼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근 4-5년 사이 정말 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마 탈북자들도 98년 이전에 탈북한 사람들이 북에 다시 돌아 온다면 그들 모두가 견디지 못하고 재 탈북을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북은 최근 정말 많이 변했어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만큼 분배 받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아울러 탈북자 문제는 사상이나 행동적으로 이상이 있었던 사람들이 걸러진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북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탈북자들을 통하여 북을 새롭게 정비하는 기회가 되었고 경제에 대하여 새롭게 고민하는 기회도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들은 정보와는 정반대로 말을 하시는 군요.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하여 북은 공장이나 회사에 나가지 않고도 적당히 상납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쌀값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도 올라 주민들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도 줄고 일본과 미국의 경제재제로 어려움이 증대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인가 거짓이 있는 것 같군요?
"개혁 초기라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전력・식량・연료 부족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로 굴러갈 수 없듯이 현재 북의 상황은 조금씩 좋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 일하지 않던 사람들이 일해야만 그것도 열심히 일해야만 살수 있고 또 일한만큼 월급을 받게 되는 관계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개인적인 사유재산보장과 수익창출 역시도 북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사회주의 체재하의 집단적인 형태로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로 이 문제는 이 정도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저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북을 바라보고 있고 金兄은 자본주의적인 이해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도에 따라서 평행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서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북이 90년대에 들어와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선군(先軍)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고, 중공업 우선과 핵무기 개발등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 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피죽을 먹어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선군(先軍)정책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주민들이 살기 어려워 졌고 경제가 피폐해지는 원인이 된 것도 사실 입니다. 경제적인 문제와 주민들의 생활이 단순히 북의 내부적인 문제로만 야기되었다면 그것은 북 정부의 과오지만, 현재의 경제적인 피폐는 외부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군사문제에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된 이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이 침략적인 정책을 포기하고 북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면 북은 더 이상 군비증대를 하지 않아도 되며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노력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내부적인 선군 정책의 문제 보다는 외부 요인인 미국과 일본의 침략적인 정책의 문제로 자기방어 중심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하며 빨리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또 최근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이 북에 아직도 한국군포로가 500여명 정도 살아있으며, 정치범 수용소가 30여 곳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하여 알고 싶군요?
"먼저 한국군 포로가 500여명 남아 있다는 보도는 사실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북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지금은 북의 주민으로 살고 있는 관계로 저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정치범 수용소의 문제를 질문하셨는데 정말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제입니다. 누구를 정치범이리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재의 북의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수용소로 보낸다고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북에서는 수용소로 보내는 것 보다는 사상교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요. 문제가 있으면 교육하고 교화하여 그들의 생각을 바꾸어야지 수용소로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단순히 범죄인수용소인 교도소를 지나치게 비약시켜서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는 있고 또 일탈자가 있기 마련인데 그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는 필요하지요. 언론에서 말하는 정치범 수용소를 말한다면 제 생각에는 남북이 아직도 보내고 있는 간첩이라고 하는 스파이들의 수용소 정도나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된 비 전향자를 수용하는 형태의 모습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언론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소가 없다는 이야기 인지 있다는 이야기 인지 말을 자꾸 돌리니까 잘 모르겠군요. 제가 판단하지요. 다음은 후계자 문제와 김국방위원장의 건강 등에 대해서 알고 싶군요?
"정말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남들이 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에서는 현재 후계자 논의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는 편입니다. 김위원장 역시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 김위원장은 김주석의 사상과 이론을 가장 잘 계승한 계승자로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직 통일문제도 남았고 김위원장만큼 영도력을 가지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논의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국방위원장이 환갑을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젊고 건강한 편이고 최근의 다양한 신상에 관한 보도 또한 거의 거짓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직 할 일 많고 통일문제를 비롯하여 주민들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경제력의 확보는 물론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산적한 외교, 국방, 경제적인 문제가 많아서 말입니다."
-후계문제가 공식적으로는 논의 되지 않고 있고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군요. 다음은 얼마 전 한국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김용순 비서의 사망이 비둘기파로 알려진 김용순의 정책을 반대하는 대미 매파들의 교통사고를 위장한 암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주의는 집단지도 체제입니다. 한두 사람이 결정할 수 없고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의견이 변화하고 주장이 바뀌는 곳이 아닙니다. 회사로 보자면 부장이나, 임원 한 사람이 바뀐다고 회사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북의 집단지도체제가 김용순 비서 한 사람이 제거된다고 해서 바뀌거나 음모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김용순 비서가 죽었다고 해서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로 크게 바뀌거나 태도가 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민의에 의해 당이 결정하고 최고 권력자가 결정한 일이면 다시 모든 주민이 동의하고 실천하는 것이기에 김용순 비서의 죽음에 대한 음모론 이나 그의 죽음에 의해 북의 정책이 바뀐다고 하는 것은 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서방은 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은 모든 것을 언론 등을 통하여 공개하였으나 일본이나 미국은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모르는 것처럼 속이고 있을 따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김용순의 죽음 이후에도 북의 기본적인 대미, 대일 노선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그렇지요. 북이 기본적인 대미, 대일 노선은 쉽게 바뀔 수 없지요. 지금의 6자 회담에 대한 논의나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일본과의 수교 등을 통하여 북은 정당하게 대접 받는 나라로 서는 것이 중요하며 남과는 분명한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야지요."
-알겠습니다. 북의 기본적인 노선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인 것 같군요. 그럼 조금 민감한 이야기인 송두율 과 황장엽에 관해 말해보지요. 송두율 교수 정말 노동당의 정치국원입니까?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우선 노동당의 정치국원은 현재 대략 10여명이 살아 있는데 한국의 국정원과 언론은 김철수라는 노동당의 정치국 후보위원이 송두율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철수는 송두율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는 김철수라는 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송두율이 정치국 후보위원이지는 저도 모릅니다. 정치국원은 신상・ 명단이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10여명 정도니까요. 또한 북의 최고 권력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국 후보위원들은 명단만 공개되어 있지 누가 누구인지는 후보위원끼리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후보위원 회의가 가끔 있다고 하는데 일시 장소 등 전반사항이 비공개 원칙이고 후보위원이 누구인지는 후보위원들끼리만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후보위원 회의에 누가 참가하는지 알 길이 없는 관계로 누가 후보위원인지 잘 모르지만 만일 송두율이 진짜 후보위원 이었다면 노동당 거물답게 그것을 숨기고 남으로 귀국하여 이미 자리를 잡고 있거나, 북에서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독일에서 고생하며 초라한 교수생활로 어렵게 살지 않을 것이며, 또한 조선반도를 중립적으로 보는 경계인으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어지는 군요"
-잘 모른다. 정말 정치국 후보위원 이었다면 북이나 남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송두율 교수가 한반도를 중립적으로 보는 경계인 이라, 정말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대답이군요. 좀더 생각을 해보아야겠군요. 다음으로 황장엽이 최근 미국으로 갔는데 그는 어떤 인물입니까?
"저는 얼마 전 황장엽이 출연한와 의 북에 관한 다큐멘타리와 인터뷰를 보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는 학자이고 사상가이며 대남사업과 선전사업 담당 비서였지만 현실적인 군사와 경제분야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그런 그가 일본의 TV에 얼굴을 내밀면서 북의 군사와 경제문제에 관하여 함부로 말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납니다. 미국에 가서도 분명히 검증되지도 않는 이야기나 확인이 불가능한 “한 것 같다” 나 “할 것 같다”는 이야기만 나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텔레비젼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위한 북 때리기와 보수우익화 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의 모습도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황장엽 같은 인물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영하는 태도 또한 반드시 지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장엽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이제는 더 이상 파괴력이 없는 껍데기 정보뿐이기에 별로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미국에서도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고 돌아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울러 저는 북을 떠난 탈북자들의 말은 70-80% 이상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황장엽 역시도 그 자신이 사상적인 기반이나 이론은 충실할지 모르지만 북의 현실에 어긋나는 것을 지적당하자 자신의 서 있어야 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울로 도망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배신자라는 규정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지요"
-황장엽을 배신자라고 철저히 비난하시는 군요. 제가 보기에는 그만큼 북 내부적인 모순이 많다는 생각도 드는데 말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통일의 문제와 북이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문제에서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통일은 역시 성큼 다가왔다고 봅니다. 최근 남과 북이 금강산・ 평양 관광・ 아시안 게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제주 축전 등을 통하여 서로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활발한 교류도 이루어 지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방해되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것이 사실이고, 문제는 일본과 미국이 계속하여 북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평화적인 관계로 일본은 물론 미국과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수립하여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여야겠지요. 그리고 남과 북이 통일된 모습이 되기 위해 조금씩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며 얼마 안 가서 통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 조금 넘게 조선신보의 평양 특파원으로 있는 두 명의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근의 북의 상황과 정치, 경제문제를 비롯하여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남북통일의 과제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쉽게도 일본이라는 지역적인 상황과 총련계 신문의 기자라는 그들의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그들도 나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헤어졌지만 말이다.
최근 서방의 북에 대한 주요한 관심사는 핵이 있느냐? 없느냐? 에서부터, 2차 6자 회담 일정과 향후 전망, 그리고 2-3년 전부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에 관한 것들이다.
아울러 정치적인 문제로 독일에서 귀국한 송두율 교수의 북과의 관련성, 미국에서 황장엽의 발언이나 김용순 비서의 죽음과 관련한 음모설 및 대남・ 대미・ 대일 관계 변화, 김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 등이 있다. 또한 서방언론이 제기한 북의 정치범 수용소와 국군포로 생존확인, 선군(先軍)정책에 관해서도 특별한 관심사 임에 틀림없다.
현재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한국・중국・러시아 등에서는 다양한 북에 관한 정보가 실시간 뉴스를 통해 매일 신문, 방송을 통하여 보도되고 있다. 그 중에는 확실한 취재원에 의해 여과된 정보가 있는가 하면, 전혀 근거도 없는 정보나 정체도 모르는 기관이나 입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것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는 몇몇 기관과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북에 대하여 말하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에 일하고 있거나 정보기관에 일하고 있는 사람도, 학교에서 북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도 북에 대하여 물으면 정말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 국가라는 말을 한다.
현재 북에는 외신기자가 몇 명 상주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의 취재기자 1명, 중국의 <인민일보>의 취재기자 1명, 사진기자 1명・ <신화통신>의 취재기자 1명이 외신기자들이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 일본에서 발행되는 총련계 신문인 <조선신보>의 취재기자 2명과 사진기자 1명이 평양에 상주하면서 취재를 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북에서 12년째 상주하면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신보의 김지영 기자가 평양특파원 12년 경력의,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북에서 상주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다. 1966년생인 김지영 기자는 전라도가 고향인 조부를 둔 재일 조선인 3세로 동경에 소재한 총련계 대학인 조선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조선신보에 입사하여 지난 1992년부터 평양지국의 특파원으로 임명되어 북에 대한 전반적인 취재를 맡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의 기사는 <월간 민족21>에 매달 “여기는 평양”이라는 제목으로 리포트 기사가 연재되고 있어, 북에 관한 연구자들은 물론 북의 정보와 사람 살이 등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필자가 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은 벌써 5년 전쯤의 일이다. 한국의 <연합뉴스>을 통한 북에 관한 기사가 조선신보에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부터 일본에서 북에 관한 궁금한 정보를 남보다 먼저 알기 위해서는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몇 차례 신문을 구해본 적이 있었다.
늘 평양발로 보도되는 기사에는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나와 있었고 처음에는 여자가 북에 특파원으로 가 있거나 평양의 현지채용기자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민족 21의 창간과 함께 김지영 기자의 글을 다시 보게 되었고, 가끔씩 그에 관한 정보를 풍문으로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북에 관한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 할 때면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만나고 싶은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은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재일 조선인 3세인 그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분명 북을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남들보다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중순, 북의 적십자사가 일본의 적십자사에 "북으로 돌아간 귀국 동포들과 일본인 처의 일본으로의 재 입국" 을 도운 일본의 NGO단체에 항의의 뜻과 일본에서의 생활 및 신상, 거주지 파악을 위한 조사요구를 하였다는 조선신보의 기사를 보고서,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어 조선신보에 전화를 했다.
늦은 시간 전화를 건 관계로 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알고 있는 취재기자는 없었고, 만일 자세히 알고 싶으면 내일이라도 김지영 기자에게 전화를 해달라는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하면서 김지영 기자의 귀국(?)을 확인한 기쁨으로 다음날 일찍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내 소개를 하고서는 시간이 되면 월말에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자며 무리하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총련계 신문의 평양특파원이고 북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재일 조선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투철한 혁명가(?)이고 조선신보의 기자라는 신분이, 솔직하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무조건 저돌적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베일에 가려진 북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과 평소의 반감을 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 10월 30일 약속 장소인 조선신보로 갔다.
일찍 해가 지는 동경은 요즘 오후 5시만 되면 어둡고 컴컴하지만 초행길인 조선신보 가는 길은 밝은 가로등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6시, 김지영 기자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사무실로 갔을 때 로비에서 만난 그는 검은 얼굴, 짧은 머리에 조금은 동안(童顔)의 미남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같이 평양지국의 특파원으로 일하고 평양특파원 3년 차 강이룩 기자도 동석을 하자고 해서 세 사람은 근처의 선술집으로 갔다.
동경・서울・평양에서 간혹 한국의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은 일본에서의 발언은 조심스러운지 쉽게 말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본이 총련의 근거지이고 자신들이 총련소속 이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자리에 앉기 무섭게 맥주를 한잔씩 마시면서 간단한 인사와 평양의 생활, 서울 방문의 기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먼저 가장 궁금한 핵의 문제인데, 사실 저는 7월 중순 일본에서 활동중인 김국방 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이며 군사평론가인 김명철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분명 북에는 핵무기가 300-500기 정도 있다고 했었고, 9월 중순에는 前 IAEA선전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오오사카 경법대학의 교수인 요시다 야스히코 (吉田康彦) 선생은 인터뷰에서 북은 분명하게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 입니까?
"핵에 관해서는 김영철의 말도 요시다의 말도 맞습니다."
-아니 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김명철의 말도 요시다의 말도 맞다니요?
"두 사람 다 북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고 핵 문제에 관해서도 잘아는 사람이며,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 공작도 잘 하는 사람들인데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우선 핵무기를 구성하는 3가지 요인, 그러니까 핵과 이동수단(운반수단), 발사시설 (로케트 와 폭파장치)가 모두 하나가 되어야 만 핵무기라고 하는데 김명철의 말은 북이 이러한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관계로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핵이 300-500개 정도 된다는 말입니다. 당장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무기로 즉시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무기가 있다는 표현을 한 것 입니다. 그러나 요시다의 말은 북이 3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당장 결합이 가능하지 않으며 결합을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아직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북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요시다가 IAEA의 선전국장을 하면서 확인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 요시다의 말도 맞다고 봐야지요.”
-제가 듣기에는 북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군요. 당장은 아니지만 조립이 가능한 시설이나 장비를 가지고 있고, 핵실험을 안 했다고 해도 파키스탄이나 이란의 핵을 북이 개발해 주었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북에 핵이 있다는 것이며 핵무기로 언제든 전환이 가능한 상태라는 결론이 나오는 군요?
"단순하게 핵이 있다. 없다 의 문제는 별로 논의거리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파키스탄이나 이란 핵은 북이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북은 지난 1998년 "광명성 1호"라고 하는 소형인공위성을 발사한적이 있습니다. 비록 소형이라 금세 추락하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지구를 몇 바퀴 순회하였습니다. 또한 대포동 같은 미사일을 동해와 태평양 연안까지 발사할 수 있는 로케트 발사기술과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반적인 이동수단도 폭파장치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분명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핵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언제나 미국등과 같은 서방과 회담 시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핵이 있다는 말로 확실히 들리는 것이 사실인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제가 역시 북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역시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유홍준의 글이 생각나는 군요. 다음으로 요즘 자주 제기되는 북의 경제개혁과 시장경제제도의 도입 문제 중에 최근의 쌀값・물가・임금 인상에 대해서 알고 싶군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은 주체사상 상급에 나오는 말인데 유홍준은 북의 철학에 대해 조금 아시는 것도 같은데요. 아무튼 북의 시장경제제도와 개혁은 지난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과거 북은 제가 보기에도 일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도 적을 걸어 두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건성으로 일해도 월급이 지급되었고,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서도 놀고 먹자는 분위기와 정부가 없는 돈 털어서 쌀 같은 것을 싸게 사서 배급하는 형태로 공급하는 관계로 싼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충대충 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도 하였고 전반적인 홍수와 가뭄 피해 등으로 인심도 좋지 않고 피폐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성취동기가 없는 사회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잘못된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북은 모두가 충실히 일하면서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일한 만큼 배분하자는 형식으로 경제제도를 바꾸었습니다. 지난날이 일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 배분하던 공산주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일한만큼 배분한다는 사회주의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됩니다. 어쩌면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배분을 하려고 했던 정부의 실수를 인정하고 일한 만큼 배분하는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들을 자본주의 도입이라고 보면 되는 것 아닙니까? . 모두가 굶어 죽기 전에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보면 되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金兄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살던 사람이라 역시 자본주의적인 해석을 하시는 군요. 그래서 저 같은 사회주의자와 金兄 같은 자본주의적 인간과는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북은 사회주의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지나친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일한만큼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근 4-5년 사이 정말 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마 탈북자들도 98년 이전에 탈북한 사람들이 북에 다시 돌아 온다면 그들 모두가 견디지 못하고 재 탈북을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북은 최근 정말 많이 변했어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만큼 분배 받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아울러 탈북자 문제는 사상이나 행동적으로 이상이 있었던 사람들이 걸러진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북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탈북자들을 통하여 북을 새롭게 정비하는 기회가 되었고 경제에 대하여 새롭게 고민하는 기회도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들은 정보와는 정반대로 말을 하시는 군요.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하여 북은 공장이나 회사에 나가지 않고도 적당히 상납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쌀값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도 올라 주민들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도 줄고 일본과 미국의 경제재제로 어려움이 증대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인가 거짓이 있는 것 같군요?
"개혁 초기라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전력・식량・연료 부족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로 굴러갈 수 없듯이 현재 북의 상황은 조금씩 좋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 일하지 않던 사람들이 일해야만 그것도 열심히 일해야만 살수 있고 또 일한만큼 월급을 받게 되는 관계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개인적인 사유재산보장과 수익창출 역시도 북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사회주의 체재하의 집단적인 형태로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로 이 문제는 이 정도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저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북을 바라보고 있고 金兄은 자본주의적인 이해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도에 따라서 평행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서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북이 90년대에 들어와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선군(先軍)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고, 중공업 우선과 핵무기 개발등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 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피죽을 먹어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선군(先軍)정책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주민들이 살기 어려워 졌고 경제가 피폐해지는 원인이 된 것도 사실 입니다. 경제적인 문제와 주민들의 생활이 단순히 북의 내부적인 문제로만 야기되었다면 그것은 북 정부의 과오지만, 현재의 경제적인 피폐는 외부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군사문제에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된 이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이 침략적인 정책을 포기하고 북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면 북은 더 이상 군비증대를 하지 않아도 되며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노력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내부적인 선군 정책의 문제 보다는 외부 요인인 미국과 일본의 침략적인 정책의 문제로 자기방어 중심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하며 빨리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또 최근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이 북에 아직도 한국군포로가 500여명 정도 살아있으며, 정치범 수용소가 30여 곳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하여 알고 싶군요?
"먼저 한국군 포로가 500여명 남아 있다는 보도는 사실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북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지금은 북의 주민으로 살고 있는 관계로 저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정치범 수용소의 문제를 질문하셨는데 정말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제입니다. 누구를 정치범이리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재의 북의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수용소로 보낸다고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북에서는 수용소로 보내는 것 보다는 사상교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요. 문제가 있으면 교육하고 교화하여 그들의 생각을 바꾸어야지 수용소로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단순히 범죄인수용소인 교도소를 지나치게 비약시켜서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는 있고 또 일탈자가 있기 마련인데 그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는 필요하지요. 언론에서 말하는 정치범 수용소를 말한다면 제 생각에는 남북이 아직도 보내고 있는 간첩이라고 하는 스파이들의 수용소 정도나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된 비 전향자를 수용하는 형태의 모습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언론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소가 없다는 이야기 인지 있다는 이야기 인지 말을 자꾸 돌리니까 잘 모르겠군요. 제가 판단하지요. 다음은 후계자 문제와 김국방위원장의 건강 등에 대해서 알고 싶군요?
"정말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남들이 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에서는 현재 후계자 논의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는 편입니다. 김위원장 역시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 김위원장은 김주석의 사상과 이론을 가장 잘 계승한 계승자로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직 통일문제도 남았고 김위원장만큼 영도력을 가지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논의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국방위원장이 환갑을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젊고 건강한 편이고 최근의 다양한 신상에 관한 보도 또한 거의 거짓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직 할 일 많고 통일문제를 비롯하여 주민들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경제력의 확보는 물론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산적한 외교, 국방, 경제적인 문제가 많아서 말입니다."
-후계문제가 공식적으로는 논의 되지 않고 있고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군요. 다음은 얼마 전 한국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김용순 비서의 사망이 비둘기파로 알려진 김용순의 정책을 반대하는 대미 매파들의 교통사고를 위장한 암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주의는 집단지도 체제입니다. 한두 사람이 결정할 수 없고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의견이 변화하고 주장이 바뀌는 곳이 아닙니다. 회사로 보자면 부장이나, 임원 한 사람이 바뀐다고 회사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북의 집단지도체제가 김용순 비서 한 사람이 제거된다고 해서 바뀌거나 음모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김용순 비서가 죽었다고 해서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로 크게 바뀌거나 태도가 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민의에 의해 당이 결정하고 최고 권력자가 결정한 일이면 다시 모든 주민이 동의하고 실천하는 것이기에 김용순 비서의 죽음에 대한 음모론 이나 그의 죽음에 의해 북의 정책이 바뀐다고 하는 것은 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서방은 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은 모든 것을 언론 등을 통하여 공개하였으나 일본이나 미국은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모르는 것처럼 속이고 있을 따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김용순의 죽음 이후에도 북의 기본적인 대미, 대일 노선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그렇지요. 북이 기본적인 대미, 대일 노선은 쉽게 바뀔 수 없지요. 지금의 6자 회담에 대한 논의나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일본과의 수교 등을 통하여 북은 정당하게 대접 받는 나라로 서는 것이 중요하며 남과는 분명한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야지요."
-알겠습니다. 북의 기본적인 노선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인 것 같군요. 그럼 조금 민감한 이야기인 송두율 과 황장엽에 관해 말해보지요. 송두율 교수 정말 노동당의 정치국원입니까?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우선 노동당의 정치국원은 현재 대략 10여명이 살아 있는데 한국의 국정원과 언론은 김철수라는 노동당의 정치국 후보위원이 송두율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철수는 송두율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는 김철수라는 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송두율이 정치국 후보위원이지는 저도 모릅니다. 정치국원은 신상・ 명단이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10여명 정도니까요. 또한 북의 최고 권력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국 후보위원들은 명단만 공개되어 있지 누가 누구인지는 후보위원끼리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후보위원 회의가 가끔 있다고 하는데 일시 장소 등 전반사항이 비공개 원칙이고 후보위원이 누구인지는 후보위원들끼리만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후보위원 회의에 누가 참가하는지 알 길이 없는 관계로 누가 후보위원인지 잘 모르지만 만일 송두율이 진짜 후보위원 이었다면 노동당 거물답게 그것을 숨기고 남으로 귀국하여 이미 자리를 잡고 있거나, 북에서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독일에서 고생하며 초라한 교수생활로 어렵게 살지 않을 것이며, 또한 조선반도를 중립적으로 보는 경계인으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어지는 군요"
-잘 모른다. 정말 정치국 후보위원 이었다면 북이나 남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송두율 교수가 한반도를 중립적으로 보는 경계인 이라, 정말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대답이군요. 좀더 생각을 해보아야겠군요. 다음으로 황장엽이 최근 미국으로 갔는데 그는 어떤 인물입니까?
"저는 얼마 전 황장엽이 출연한
일본 텔레비젼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위한 북 때리기와 보수우익화 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의 모습도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황장엽 같은 인물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영하는 태도 또한 반드시 지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장엽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이제는 더 이상 파괴력이 없는 껍데기 정보뿐이기에 별로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미국에서도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고 돌아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울러 저는 북을 떠난 탈북자들의 말은 70-80% 이상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황장엽 역시도 그 자신이 사상적인 기반이나 이론은 충실할지 모르지만 북의 현실에 어긋나는 것을 지적당하자 자신의 서 있어야 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서울로 도망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배신자라는 규정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지요"
-황장엽을 배신자라고 철저히 비난하시는 군요. 제가 보기에는 그만큼 북 내부적인 모순이 많다는 생각도 드는데 말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통일의 문제와 북이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문제에서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통일은 역시 성큼 다가왔다고 봅니다. 최근 남과 북이 금강산・ 평양 관광・ 아시안 게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제주 축전 등을 통하여 서로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활발한 교류도 이루어 지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방해되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것이 사실이고, 문제는 일본과 미국이 계속하여 북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평화적인 관계로 일본은 물론 미국과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수립하여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여야겠지요. 그리고 남과 북이 통일된 모습이 되기 위해 조금씩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며 얼마 안 가서 통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 조금 넘게 조선신보의 평양 특파원으로 있는 두 명의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근의 북의 상황과 정치, 경제문제를 비롯하여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남북통일의 과제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쉽게도 일본이라는 지역적인 상황과 총련계 신문의 기자라는 그들의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그들도 나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헤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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