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자동차의 명예를 걸 생각입니다."

푸른하늘김 2003. 9. 30. 17:20

"한국 자동차의 명예를 걸 생각입니다."

제 37회 동경 모터 쇼(Tokyo Motor Show)에 참가하는 현대 자동차

글:박철현





올해로 37년째를 맞이하는 동경 모터 쇼(Tokyo Motor Show)는, 프랑크푸르트 모터 쇼(IAA), 북미 국제 모터 쇼(NAIAS), 파리오토 살롱(Mondial de L'Automobile)과 더불어 세계 4대 모터 쇼의 하나로 꼽힌다.

기계 전자 공학의 최첨단, 살아있는 유기체,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불리는 자동차. 그 자동차의 현존하는 최신 기술과 미래형 디자인, 그리고 엔진, 실린더 등 내부 부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이번 동경 모터 쇼는, 전세계 14개국 263사(社), 4개의 정부, 그리고 하나의 단체가 10월 24일부터 11월 5일까지 참가하는 세계적인 카 페스티벌(Car Festival)이다.

이번 모터 쇼는, 동경 국제 전시장(빅사이트)과 더불어 일본 관동 지방의 양대 전시장이라 불리는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의 모든 전시장(동, 서, 중앙 홀), 약15,000평의 공간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홀수년은 승용차, 짝수년은 상용차라는 동경 모터 쇼 고유의 전통에 따라 2003년은 승용차를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전시장은 크게,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번 모터 쇼를 통해 처음으로 세계인들에게 신차(新車)를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섹션'과 일본 차종들의 신차 발매를 다루는 '재팬 프리미어 섹션'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식 발매를 알리는 차종이 승용차 41종, 모터 사이클 32종이며, 재팬 프리미어에서는 혼다의 New NSX, 닛산의 Z-Roadstar, 도요타의 Fine-S 등 전체 62종의 승용차 모델과 28종의 모터사이클 모델이 선보일 예정이다.

참고로, 동경 모터 쇼는 '원천 기술의 보고'라고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 쇼(IAA)만큼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깊이있는 최신기술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장(場)이라 불리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과 내방객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체험형 이벤트로 인정받아, 매년 150만명이라는 천문학적인 일반인 관람객들이 전시장으로 모여든다.

이 규모는 단일 이벤트 세계 5위의 규모로서, 동경 모터 쇼에 자사의 제품을 출품한다는 것 자체가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광고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 동경 모터 쇼에 80년 후반부터 꾸준히 모습을 드러낸 현대 자동차가 월드 프리미어에 미래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인 를, 재팬 프리미어에 <현대CCS>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북미와 일본, 유럽 등에서CUV 스타일은, “가족들과 함께 레져를 즐기는 데 최상의 차종 스타일”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기아 자동차는 금년 4월에 'X-TREK'이라는 이름의 본격적인CUV 자동차를 내놓기도 하였다.

그 개발 성과를 좀 더 발전, 확장시킨 것이 이번 동경 모터 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NEOS-Ⅱ인데, 외관 디자인은 현재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박스(Box)형CUV보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현대 모터 재팬의 박병윤 차장은 “처음에는 작아 보인다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순같지만, '크면서도 작다'가 주요 컨셉이죠. TB(Think Basic)을 아주 조금 초과하는 보디 사이즈이지만, 실제로 타보시면 의외로 넓은 공간에 놀라실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CUV와 틀린 점이 바로 앞 좌석에 대한 배려입니다. 앞 좌석이 마치 세단 같은 편안함을 줄 정도로 안정감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자가 본 NEOS-Ⅱ 역시 그간의 CUV 스타일과는 무언가 틀린 느낌을 받았는데, 그 느낌에 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보통의CUV는 내부 공간, 특히 넓이에 많은 정성을 들입니다. 디자인이나 즐거움 같은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부분 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죠. 그러나NEOS-Ⅱ는 휴대 전화를 인텔리전트 키(Intelligent Key)로 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차입니다. 스티어링, 램프의 조사각도(照射角度)등 흔히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세밀하게 신경을 썼죠. 실제로 타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반면, 재팬 프리미어에 출시되는 <현대CCS>는 전형적인 오픈 스포츠 카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칼먼 사와 공동개발로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현대 자동차 측은 ‘지금까지 나온 국내 스포츠카 중 가장 스타일리쉬한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며 조심스레 입을 뗀다.

일견 보기에는 70년대 복고풍의 쿠페 스타일이지만, 전동 슬라이드, 글래스 루프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정통 스포츠 카의 여러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몇 년후에는 보턴 하나로 개폐가 가능한 글래스 루프에, 태양열 패널을 내장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라고 하니 주목된다.

이 두가지 차종이 메인이며, 나머지 차종으로 현재 시판되고 있는 뉴 엘란트라 1.8GL, 그랜져 XG 300L, TB 1.3GLS 등이 전시되는데, 이 3 차종은 앞으로 일본 시장은 물론 유럽시장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내놓는 주력 차종이라고 한다. 확실히 신차 가격이 134.5만엔으로 책정되어 있는 뉴엘란트라, 254.8만엔부터 시작되는 그랜져 XG와 89.8만엔부터 시작되는TB 1.3GLS는 가격 대비 면에서 다른 차종들을 따돌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 전략인데, 최근 현대 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의 글로벌화 전략에 따른 홍보의 일환으로 각종 모터쇼에 활발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도 물론 세계적인 모터쇼에 참가를 해 왔으나, 최근 몇년간은 거의 모든 국제 모터 쇼에 참가하고 있다.

얼마전 8월 26일 부터 31일까지 열린 러시아 국제 모터 쇼(Russia Auto Salon)에도 컨셉카OLV와 에쿠스, 아반떼등의 시판되고 있는 승용차 6대, 특장차등 상용차 4대를 출품했었고, 이에 대해 현대 자동차 측은 “EU가입을 앞두고 있는 동유럽 시장을 노린 러시아 국제 모터 쇼 참가였으며, 부스를 둘러 보고 직접 시승한 내방객들의 반응은 괜찮았다” 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도요타 자동차를 경쟁에서 따돌리고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공식 후원 업체로 지정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 자동차는 과거 첫 북미지역 수출시 진입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생산원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싼 가격으로 ‘포니’를 공급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미주 시장 진입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포니’가 로스앤젤레스의 도로를 달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감격에 젖어 눈물만 흘러 내렸었다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회고도 어떤 의미에서는 감동적이다. 대신 “포니는 싼 자동차”, “하류층이 타는 차”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그 이미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현대 자동차는, 이제 국내 시장의 시판 가격과 ‘동일한’ 가격 책정과 각종 모터 쇼 출품 및 FIFA공식후원사 같은 세계적인 마케팅, 그리고 토요타의 ‘캠리’를 압도한 ‘브라운 백 챌린지 테스트(Brown Bag Challenge Test)’의 기술력 등등을 무기로 다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명예를 걸겠다”면서 제 37회 동경 모터 쇼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현대 자동차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