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송국 현지 가이드 비용으로 호화쇼핑?

푸른하늘김 2003. 8. 28. 21:34
방송국 현지 가이드 비용으로 호화쇼핑?





2002년 봄, 한일 월드컵 때의 일이었다.월드컵 준결승과 결승 취재를 위해 모방송국의 스포츠 담당 H 기자와 취재진이 일본 동경에 왔고, 나는 취재진의 일본 현지가이드 겸 통역을 부탁받고 일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 정도 같이 돌아 다니며 월드컵과 관련한 취재와 인터뷰가 이루어졌고, 취재 기간내에는 특별한 트러블이나 방송 사고도 없이 잘 지나갔다.

하지만, 취재가 다 끝나고 취재진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비용을 정산해주던 한 분이 나에게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하였다. 그 분이 나에게 내민 영수증에 내가 하루 6만엔의 일당을 받았다고 서명해달라는 요구였다.

순간 당황을 하였다. 내가 실제로 하루에 받은 일당은 3만엔이였다. 취재기간이 일주일 정도 였으니 내가 받은 금액과 그 분들이 회사에 제출하는 영수증과는 한화로 약 200만원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내 머리속에서는 취재 기간 중 취재진들이 골프채를 사는 등 약간의 호화쇼핑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 영수증과 쇼핑이 자꾸 관련되어 연상이 되었다.

그래도 방송국 사람들의 관례라 생각하고 영수증에 싸인을 해주고 좋은 인상으로 한국에 보내드렸다.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러다 오늘 영남대 박홍규 선생의 KBS PD와의 동행취재에 관한 고백의 글을 읽었고 내가 겪은 일은 경우가 다르고 보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이런한 일들이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씁씁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돈을 자기 주머니 돈과 같이 생각하고 쓰지 않으면 바보 취급당하고, 당연히 내 돈이라 생각하며 써왔던 과거 한국사회의 풍토. 그것이 비단 이번에 문제가 된 KBS 뿐만 아니라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는 남아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공기업과 공직자 사회에서는 사기업과 같은 감사와 경쟁이 없는 탓인지 그런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그 사람들만의 책임일까? 그 행동을 알고도 모르는척 눈 감아주는 외부의 방관자와 자기 식구라고 감싸는 내부 관련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나도 그 사람들중에 한 사람이었고 어쩌면 나도 공범자였다는 깊은 반성을 하게된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책임있는 행동과 양심이 필요한 시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