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반인이 보는 건강 백과

푸른하늘김 2003. 8. 27. 23:46
감기와 쌍화탕



복잡한 사회에서 현대인은 대개 지쳐 있다. 약간의 날씨 변화에도 감기를 잘 앓는다. 우리가 화내면 기운이 떠서 상기되고 겁을 먹으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변한다. 이렇게 되면 기운이 지치고 혈액순환이 문란해져 감기 바이러스를 밀어낼 힘도 없다.

그러므로 감기는 원기 부족이니 기운을 보충해야 된다. 그러나 항간에 원기 부족에는 영양을 보충하면 된다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양은 오장육부의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거쳐 비로소 기운으로 되는 것이지 영양을 먹었다고 당장 기운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운이 부족한 사람은 소화력도 약하므로 과다한 영양 섭취는 감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약 광고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아예 국민에게는 약 선전을 하지 않고 의사에게만 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독일과 여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약의 남용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기라고 너무 쉽게 시중의 쌍화탕 같은 드링크 제재에 기대를 거는 것은 곤란하다.

쌍화탕 계통은 본디 초기 감기약은 아니다. 쌍화탕에 다량 들어 있는 백작약이란 약은 그 성질이 좀 냉하고 오그라뜨리므로 가뜩이나 우울한 일이 많은 우리 시대에 사람들의 원기를 더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좀 비만한 사람이나 소화가 자신 없는 사람은 습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배가 찬 사람이 쌍화탕을 장복해서 배가 더 차가워져서 낭습증(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남)이 된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마다 체질이 영 다르거니와 감기는 날씨에 따라 그 유형을 달리하니 일률적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는 감기 하나에도 감별 진단을 하여 치료하도록 6년 동안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수십 종의 처방을 참고하여 치료한다. 이것이 한의학의 특성이며 장점이다.

감기가 잦거나 오래 끌어 고생하는 사람은 이제는 임시방편만 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 체력에 대해 인근 한의원에서 상담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가정에서는 감기 중에 가볍게 식사하고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따끈한 생강차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 보기를 권하고 싶다.



열이 많은 체질과 냉한 체질



보통 '나는 열이 많아'라든지 '이 나이에 벌써 수족 냉증에 배가 차고 몸이 시려 큰일 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냉한 사람은 조심해서 생활하지만 열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할 것 없이 차게 하는 것이 당연한 줄로 여긴다. 그러나 아직은 차게 해도 견딘다는 말이지 좋은 게 아니다. 맥주를 몇 년 먹다 보면 결국은 설사가 나서 못 먹기도 하며, 전에는 팥빙수를 즐겨 먹다가 이제는 배가 아파 못 먹는다는 사람도 흔하지 않은가.

보통 사람은 열도 없고 몸이 차지도 않다. 사람은 살아 있는 이상 피가 돌아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피가 잘 돌아야 된다. 죽은 사람은 피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는 있어도 피를 돌리는 기운이 없는 것이다. 피를 돌리고 혈관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것이 기운이다.

이 기운을 생명력이라고 하자. 우리 몸이 찬 공기나 찬 음식을 만나면 피의 활동이 덜되고 기능이 위축된다. 이 때 우리 생명력은 차가워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생명력은 모든 조직에 기운과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본디 임무이므로 조만간 복구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가령 겨울에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그 당시는 손이 시리나 설거지가 끝나면 오히려 손이 후끈후끈거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막힌 조직에 가서 염증을 내고 열을 내어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열은 할 수 없이 열을 내는 것이지 처음에 차가운 것이 침입하지 않았든지, 또 침입했어도 체력이 튼튼했으면 열이 날 리가 없다.

그러나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일에 장사가 없다는 말과 같이 우리의 생명력인 이 기운은 이와 같은 힘든 작업을 자꾸 반복하다 보면 지치고 시들어져서 나중에는 정상적인 혈액순환도 힘들어지고 각 조직의 활동도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냉한 체질 열이 많은 체질이 꼭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할 게 아니라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 보는 게 좋다. 즉 열이 많게 느껴지는 사람은 이제 기운이 점점 지쳐 가는 신호이고, 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운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표시이니 원기 부족의 정도 차인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열도 나지 않고 차가워지지도 않는 것이니 이 모두가 원기 부족인 아니겠는가?



익모초는 뚱뚱한 사람이 먹자



뚱뚱한 사람은 두꺼운 지방조직 때문에 혈액순환이 정체되기 쉽다. 땅으로 비유하면 진흙땅처럼 물이 잘 고인다. 날씨로 치자면 구름이 잔뜩 끼어 좀 후덥하고 굽굽하다. 그러므로 진흙땅에는 모래를 섞어 주면 좋겠고 흐린 날씨에는 하늘에 바람이 불어 구름을 말끔히 날려보내면 맑은 가을 하늘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익모초의 성질을 알아보자.

익모초는 청자색 꽃이 핀다. 이 색깔로 간과 심장에 잘 작용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간은 피의 분포를 조절하고 심장은 피의 순환을 관장하니 모두 피와 관계가 있다. 또 맛이 쓰므로 식히는 성질이 있어 경도를 맡은 자궁에 피가 정체될 때 생기는 후덥한 열을 풀어서 깨끗한 혈액이 잘 왕래할 수 있도록 뚫는 힘이 있다. 이렇게 피를 활동시켜 살려내므로 여성의 보약으로 분류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 때나 산후를 막론하고, 뚱뚱하면서 얼굴이 누리하고 거무스름한 여성이, 아랫배가 뻐근하든지 경도가 시원하게 내리지 않고 양이 적으면서 색이 검거나 덩어리가 보이는 경우라면 한번에 3돈(12g)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야윈 여성이라면 5푼(2g)정도로 줄여 써야 한다.

반면에 얼굴이 핼쑥하면서 생리 혈이 묽거나 양이 많을 때는 배가 차기 때문이므로, 무조건 익모초가 여성에게 좋다고 장복했다가는 배를 더 차게 하여 생리가 더 많아지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사람은 쑥렌珝?계피렛읊痔 등 따뜻한 성질의 약을 선택하도록 하자.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한의학이 현대 의학이나 약학에서 연구하는 성분 분석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약을 성분만으로 다 알았다고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익모초는 레오누린이라는 성분이 있어 자궁의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먹어서 좋을 사람이 있고 해로운 사람이 있는 것인데 성분만으로는 이것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약은 그 성질을 잘 알아서 사용해야지 성분 분석만이 능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의사의 역할이다.



대추와 인삼



진료실에서 대화하다 보면 인삼에 대추 넣고 먹어 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서 자기는 인삼이 안 받는 줄 알고 있으니 인삼은 넣지 말아 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분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런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인삼을 즐겨 먹어야 할 사람이다.

그러면 어디서 부작용이 났는가?

왜 사람들은 대추를 의심하지 않을까? 대추는 걸쭉하고 단맛이 있어 배고플 때 한 주먹 먹으면 요기가 될 정도로 영양가가 많다. 그런데 요즘 사람은 식생활이 개선되어 체격도 좋고 영양이 과잉인 사람이 많다. 설령 영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그 원인이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경성으로 위장이 약해져서 마음껏 영양을 소화 흡수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추를 좀 많이 달여 먹으면 영양 과잉인 사람은 살이 더 찔 수도 있고, 위가 약한 사람은 위장 장애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대추는 한의서에 분명히 적어 놓았듯이 배가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한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던 것이다.

인삼은 본디 위를 튼튼히 하는 약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삼만큼 순하면서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이 드물다. 그런데 인삼 달일 때 대추를 한되나 반되를 넣고 달였으니 대추 때문에 소화가 안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에 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걸 모르고 애꿎은 인삼 탓만 하는 것이다.

물론 인삼을 먹어서 안될 경우도 있다. 허약한 사람은 조금씩 먹어야지 인삼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약에 취한다. 또 다혈질인 사람이 마음이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성 열이 있는 경우에 먹으면 인삼이 기운을 더 뜨게 하니 어지러워서 혼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맥이 약하다면 지쳤다는 말이니 원기 돋우는 인삼을 쓰되 맥문동 등을 같이 써서 약끼리 서로 견제하고 상호 보완하게 하면 인삼이 독재하지 않게 되어 부작용 없이 효력을 낸다. 자세한 것은 인근 한의원에 문의하면 된다.

언제든지 대추 같은 흔한 식품 하나라도 좋은 점만 믿고 함부로 먹을 게 아니라 부작용을 알고 먹어야 한다. 위가 약한 사람은 죽을 먹어야지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듯이 인삼 백출 같은 건위제를 먹어야지 대추 숙지황같이 눅진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는 것은 조심해야겠다.



따뜻한 우유 먹이기 캠페인



찬 우유를 먹이면 애들의 장이 튼튼해진다는 말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다.

추운 지방 사람은 기후에 적응하여 조직체가 단단해지고 피부가 치밀하므로 바깥 공기에 엄습을 적게 당하니 찬 우유를 어느 정도 마셔도 된다.

또 서양인들은 육식을 많이 하므로 소화기에 부담을 주어 배속이 후덥하니 열이 생길 때는 찬 것을 조금 주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와 다르거니와 근본적으로 인체에 찬 것이 좋을 리가 없다. 노인은 따뜻한 부침을 자실 때는 소화가 되나, 한나절 지나 식은 걸 드시면 소화가 안되는 것은 소화 기관의 활동력(生氣)이 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린애들도 생기가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따뜻한 것이 더 낫지 찬 걸 주면 가령 당장은 탈이 안 난다 할지라도 발육이 나빠져서 원래 커질 것보다 적게 클 수가 있다. 식물도 따뜻한 봄·여름에 자라고 차가운 가을·겨울에는 성장을 멈추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요즘 들어 그러잖아도 간식이 잦고 육류를 너무 일찍 먹이는 경향이 있어 애들 위장이 쉴 수 없어 약해지기 쉬운 데다, 단 것을 흔히 먹으므로 위가 게을러져 입맛 없는 아이가 많이 생겨나는데, 냉장고의 일반화로 찬 음식에 찬 음료수에 얼음과자에 이제는 우유까지도 차게 먹어야 좋다고 하니 설상가상으로 더더욱 위와 장이 차가워져 체질이 허약해진 아이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더구나 태중에서부터 이미 약하게 태어났다면 엎치고 덮쳐 말할 나위 없다.

이런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혈색이 노랗거나 창백하고, 감기 편도선 비염 등으로 병원을 수시로 다니면서 알레르기성이라는 병명을 이미 몇 번씩 들어본 경력이 있으며, 이유 없이 배 아프다 다리 아프다는 소리를 잘하고, 피로를 잘 느끼며, 신경질적이고 주의 산만하다. 구취가 자주 나고 입안이 헐며, 대변이 불규칙이거나 야뇨증의 경력이 있는 아이도 많다.

찬 것 먹으면 배탈난다는 만고의 진리가 어찌 외국의 어느 소아과 의사의 말 한마디에 뒤집어질 수 있으랴.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최상의 영양인 엄마 젖이 과연 따뜻하던가 차던가를 생각해 보자.







이른봄의 쑥은 도시에서도 약수터 근처가 아니라도 흙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얼굴을 내밀므로 한가한 동네 아주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을 거쳐 쑥국도 끓여 먹고 찌개에도 넣고 쑥떡도 해먹는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식물이다. 그런데 이것은 식품 이외에도 약효가 뛰어나서 정식 한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쑥잎은 앞은 녹색이고 뒷면은 희며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 등 그 색이 다양하다. 또 잎이 두텁고 부드러워 사람으로 치면 온후하고 인정 많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쑥은 특별히 모나지 않고 여러 경우에 순순하고 무던히 잘 화해시키는 약(和藥)으로 분류되어 오고 있다.

쑥은 따뜻한 성질이라, 부인의 자궁이 약해서 약간만 무리하고 오래 서 있으면 하복부가 멍하니 하혈할 기미가 있거나 피가 약간씩 비칠 때, 인삼 황기와 함께 마른 쑥을 하루에 15내지 30g을 자주 달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생즙을 내어 먹어도 된다.

대개 부인이 하혈하면 나쁜 피가 맺혔다 해서 이 어혈을 터뜨려 배설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본디 피란 가령 그릇에 담아 놓은 피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요 젓가락으로 휘저어야 피가 움직이듯이 사람 몸 속에서 피가 생명 기운을 받아야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혈이란 피 자체의 탓이 아니라 기운을 못 받아서이니 기운을 통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기운이란 활동력이니 따뜻한 것이다. 피 또한 따뜻해야 잘 움직이며 차가워지면 순환이 잘 안된다. 그런데 허약하든지 식생활을 불규칙으로 해서 배가 차가워진 부인은 자궁 주위 조직체의 모세혈관도 수축하기 쉬우므로 약간의 무리에도 출혈이 잘된다. 그러므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쑥을 먹음으로써 그 따뜻한 성질로 하복부를 데워서 혈행을 부드럽게 하니 지혈이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이 약해서 배가 자주 아프든지 설사를 자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다만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혼자서 잘 씨근덕거리는 사람은 가슴에 열이 자주 느껴질 것이니 이런 사람은 금한다.



웅 담



왜 하필 곰쓸개(웅담)를 제일로 칠까? 곰은 사납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뚝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곰의 뚝심 하나는 호랑이를 능가한다. 산돼지 쓸개를 쳐주는 것도 그 야성이 사람을 죽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돼지는 주는 밥 먹고 편히 있으면 되니 긴장과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 효력이 좀 떨어진다고 본다. 소는 좀 둔한 편이고 개는 영리하기는 하나 뚝심이 적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의 쓸개는 약간 차이가 있다는 말이지 모두 비슷한 효력이 있으니 꼭 귀하고 비싼 웅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광차 외국에 나갔다 하면 으레 웅담에 한번쯤 관심을 가지는 우리 나라 사람의 극성은 오히려 가짜 웅담을 범람하게 하여 외화만 아깝게 날리는 것은 아닐까? 사실은 예전부터 소 쓸개, 개 쓸개, 돼지 쓸개, 뱀 쓸개, 심지어 물고기 쓸개도 별 구별 없이 써 왔던 것이다.

웅담은 물그릇에 장롱 위의 묵은 먼지를 쓸어 담아 놓고 쓸개 부스러기를 조금 넣으면 먼지가 확 퍼진다. 이로써도 짐작할 수 있듯이 쓸개는 통하는 힘이 좋다. 그래서 간의 염증을 위시하여 각종 염증에 해열을 잘한다.

우리가 담력(쓸개의 힘)이 좋다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은 쓸개가 감정을 적당히 조절하는 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쓸개 빠진 녀석이라는 말도 있듯이 쓸개를 제거하면 잘 삐친다든지 심술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것과 관계 있다.

간의 염증은 어떻게 해서 생기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술이나 과식 또는 격분 울분 짜증 신경질 다혈질 고민 등으로 간에 염증이 잘 난다. 입이 마르고 눈이 잘 충혈되며 옆구리가 뻐근하기도 하고 몸에 열감을 느끼며 감정이 날카로워지는 등의 증세가 있을 때 한번에 0.5-1g씩 하루 세 번 먹는 방법이 있다.

이 이외에도 잇몸 염증, 귀에 고름 날 때, 힘줄에 염증이 나서 요통이나 팔꿈치가 아플 때 약간씩 먹으면 진통이 잘된다. 외용으로 치루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러나 혈색이 없어지고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끼며 배가 차고 추위를 많이 타게 되는 등, 간이 무력해졌을 때는 간을 보하는 백하수오 구기자 복령 인삼 계피 결명자 등과 함께 소량만을 쓸 수 있다.



해 삼



해삼은 바닷가에서 맛있는 별미로 애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해삼이 막강한 효력을 가진 약이라는 것을 아는 분은 드문 것 같다.

해삼은 진액을 보하는 약이다. 진액이란 최고의 영양 물질로서 피를 위시한 각종 체액, 호르몬 등도 여기 해당한다. 그러므로 해삼은 야윈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어서 좋거니와 특히 당뇨병이나 천식에는 여느 약제 이상의 효능을 낸다.

천식에 해삼 한 가지만으로도 고친 사람이 제법 있을 정도로 도움이 된다. 천식 중에서도 특히 폐조직이 말라 있는 야윈 사람이라면 더더욱 적격이다.

당뇨 또한 마르는 병이다. 물론 당뇨가 되는 원인이 여러 가지이므로 체질에 따라 뚱뚱한 사람도 있겠으나 가령 뚱뚱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사업이 졸지에 망할 지경에 이르렀든지 하여 초조 불안 짜증 신경질 비관 낙심 걱정 생각 등이 교차하여 피와 진액이 마르는 경우가 되어 나타난 당뇨에는 해삼이 이렇게 말라 버린 진액을 보충하는 전문적인 약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즉 마른 사람에게는 병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해삼이 식품이나 보약으로 매우 도움이 된다. 생 걸 먹든 말려 먹든 상관은 없다.

해삼을 고르는 방법이 있다. 깊은 바다의 해삼은 크고 돌기가 세며 연안의 해삼은 크기가 작고 돌기가 약하다. 또 해삼의 배를 갈라서 뻘이 나오는지 모래가 나오는지 확인해 보아도 어디 것인지 알 수 있다. 소위 홍삼이라 하여 겉이 붉은 것도 있으나 약효가 특이하지는 않으므로 굳이 홍삼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먼바다나 맑은 모래밭에서 나는 해삼을 구하여 먹는 것이 낫다.

해삼을 말리면 1/20로 줄어든다. 생해삼을 배를 따서 내장을 꺼낸 뒤 끓는 물에 5-10초 담가서 데치면 살짝 익는다. 이것을 볕에 말리면 멋진 해삼 약제가 된다. 데치지 않으면 퍼져서 말리기 나쁘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루에 5돈에서 1냥 가량 달여서 먹으니까 생물은 환산하면 될 것이다.

요즈음 건어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하게 큰 해삼은 수입품이다. 크기는 굉장하나 우리 해삼과는 맛과 종자가 달라서 요리로는 몰라도 약으로 쓰기엔 문제가 있다.







항간에 꿀을 아무나 먹어도 좋은 줄로 아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꿀을 먹고 소화가 더 안되든지 설사가 나는 사람도 있고 가슴이나 얼굴에 열이 차 올라서 먹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으며 원하지도 않은 체중이 늘어나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꼭 알고 먹어야겠다.

첫째로 꼽는 효능은 영양을 도와 조직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꿀은 특유의 끈적거리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매우 윤택한 성질이 있어 바짝 마른 조직을 촉촉이 적셔 주며, 단 맛은 마르고 긴장된 조직을 느슨하게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예전부터 입안에 혓바늘이 돋거나 하얗게 패일 때나 목안이 부어 아플 때 직접 바르거나 꿀물을 머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야윈 사람이 위장이 건조해서 쓰리고 따갑고 아플 때나 대장이 건조해서 변비가 잘 되는 사람도 꿀물을 자주 마시면 위통도 진정되고 변 보기도 수월해진다.

이렇게 꿀이 윤택하고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에 가장 해당되는 체질의 사람은 몸이 마르고 성격이 초조한 사람이라 하겠다. 초조 불안하고 바쁘고 조급한 성격은 마음으로 기운을 많이 쓰니 몸 속이 자주 더워져 이 열로 우리 조직이 차츰 마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식욕이 떨어진다.

반면에 살찐 사람이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나 과자 많이 먹는 꼬마들은 오히려 내장 활동이 둔하거나 지쳐 있으므로 꿀과 같이 단것을 즐겨 먹으면 내장이 더 게을러져 앞에서 말한 여러 부작용이 나기 쉬운 것이다. 이런 사람의 변비도 장이 마른 게 아니라 장을 움직일 기운이 약해서 변비가 된 것이므로 꿀은 해당되지 않고 영양식을 피하면서 채식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체질에 상관없는 경우는 누구든지 어쩌다 과격한 육체 활동을 했을 때 꿀이 회복을 빠르게 하며, 또 못이나 낫, 가시에 찔린 자리에 독이 올라 퉁퉁 붓고 열날 때 꿀을 바르고 꿀물을 진하게 타서 후끈후끈하게 마시고 땀내면서 푹 자면 독이 빨리 풀린다.



숙취 예방



연말에 송년회가 잦다. 무슨 모임이다 동창회다 해서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1차 2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연히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주량이 적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다음 사항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첫째 술을 너무 차게 먹지 말자. 보통 말하길 술이 열이 많다 하여 차게 먹으면 술도 덜 취하고 맛도 좋다고 하는데 건강에는 좋지 않다. 술이 열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실컷 뛰고 나면 후줄근히 지치듯 술이 온 내장을 흔들어 놓았으니 이렇게 열을 내고 나면 나른해지면서 몸이 빨리 식는다. 또 술이란 피를 위로 띄우고 피부로 쫓아내니 복장과 하체는 피의 활동이 적어져 당장은 소변이 잦아지며 과하면 배가 냉해진다. 마치 손님이 다 타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냉큼 올라가 버리는 격이다. 더구나 한겨울에 차갑게 냉동시킨 술을 마구 마셔 댔으니, 장이 식으면 설사요, 위장이 식으면 메스껍고 입맛이 떨어지며, 지병이 악화된다. 당연히 숙취도 심해진다.

그러므로 술에 자신이 없으면 가급적 따뜻하게 데워 먹든지 그게 안되면 적어도 냉장이 안된 술을 주문하는 게 상책이다. 겨울에도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두는 가정이 많은데 건강하니까 견딘단 말이지 차게 한 맥주를 몇 년간 실컷 먹고 장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둘째 독주를 조심하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세상살이에 시달려 신경성 위장병이 호시탐탐 노리는데 도수 높은 술이 위벽을 할퀴는 데야 어찌 당하랴! 주당왈 빈속에 쐬주나 양주를 마셔야 배속이 화닥화닥하니 술맛이 난다고 하는데 수십년 술 마실 주법은 아닌 것 같다.

정 독주를 마셔야 된다면 따끈하게 데운 물을 홀짝홀짝 마셔 가며 먹어 보라. 기분 좋게 취기도 오르거니와 술이 빨리 깬다. 물론 뒤끝도 개운하다. 그렇지 않으면 술기운이 도는 건지 어떤지 몰라서 저도 몰래 과음해 놓고 집에 가서 왈칵 취하는 바람에 다음날까지 고생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숙취 해독



왜 숙취가 오는가? 간밤의 술을 못 이겨낸 덕분에 온몸 조직에 염증과 찌꺼기(濕熱)가 생겨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갈증이 난다고 찬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잘못이다. 튼튼한 사람은 탈이 없으나 허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아침 식전에 생수를 한잔 마시면 배가 아픈데, 술까지 마신 뒤라 내장이 지쳐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보온을 해야 할 판에 찬물을 마시면 당장 배가 벙벙하고 소화가 안되든지 설사가 나게 마련이다. 술이 약한 사람은 몇 잔 마시면 한기가 드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술이 열을 낼 때 몸은 오히려 지쳐서 식기 시작한다.

흔히 숙취에 땀을 내면 개운하다고 한다. 땀낼 때 주독이 좀 풀리니 시원하기는 하다. 그러나 사우나에서 한증으로 땀만 자꾸 빼게 되면 오뉴월에 무엇 처지듯 축축 늘어져 기운에 손해가 많다. 약으로 말하자면 파나 소엽(차조기) 같은 피부 발산제가 아니라 진피 칡 생강 계피처럼 내장에서부터 피부까지 전신의 조직을 두루 헤쳐서 주독과 염증을 풀어 주는 약이 적격이다. 그러므로 숙취에 생강과 계피로 만든 수정과를 따끈하게 마시든지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땀내는 것을 더 권하고 싶은 것이다.

역시 숙취에는 북어에 콩나물과 무를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물고기는 육류보다 성질이 담백하고 서늘해서 술로 인한 염증을 시원하게 한다. 특히 북어는 더욱 담백하며 가정에 준비해 두기도 쉽다. 콩나물과 무는 본디 해독을 잘하는 음식이다. 잘 붓는 사람은 팥이나 호박을 달여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간의 이야기와는 달리 꿀은 권하지 않는다. 약간은 몰라도 술로 인해 위장에 염증이 나서 소통이 좋지 않은 이 때 진한 꿀차를 마시면 꿀의 단맛이 위장을 더 뻑뻑하게 만들어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에 많이 시달려 위장이 메말라진 사람은 먹어도 좋다.

담욕대 심욕소(膽欲大 心欲小)란 말이 있다. 쓸개는 中正을 맡아 감정을 잘 조절하니 中正은 많이 할수록 좋고, 심장이 작아지자는 것은 마음은 항상 조심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술은 흥분제이다 보니 술이 거나하면 조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넘쳐 실수하기가 쉽다. 이 말을 명심하는 것이 숙취의 근본 해결책이 아닐까?



젖 난다는 돼지 족발



귀한 자녀를 출산한 산모 가운데 누구는 젖이 너무 많고 묽어 신생아가 설사하는가 하면 누구는 젖이 적어 고민인 분도 계실 것이다.

젖이 묽은 경우는 산모의 소화 기관이 약하고 차가워서 그 기능이 활발하지 못한 탓이다. 산모가 섭취한 음식이 잘 소화 흡수되어야 피도 되고 젖도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젖이 묽어진 것이다. 항간의 이야기처럼 국을 많이 먹으면 젖이 많고 물을 적게 마시면 젖이 말라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평소 배가 차며 배속이 잘 꾸룩거리고 방귀가 연신 나오는가 하면 차게 거처하거나 찬 걸 먹으면 대변에 바로 이상이 나타나는 부인에게 물젖이 많다. 신생아가 기저귀마다 물같은 변을 묻혀 내므로 출산의 기쁨은 잠시요 이 젖을 먹여야 하나 떼어야 하나 갈등하다 보면 배는 더 꾸룩거리고 방귀는 더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경험 있는 한의사라면 대개 5일에서 10일 정도의 약 복용으로 점차 배는 편해지고 젖은 진해지며 아이의 변 회수는 줄어들게 해 줄 것이다.

반면에 젖이 모자라는 것은 단순히 산모가 영양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예전부터 돼지 족발을 푹 고아서 산모에게 권해 왔다. 곰발바닥 하나만 있으면 3년 동안 부침 해먹을 때 기름 걱정 없다는 말처럼 확실히 돼지 족발도 무시 못할 영양의 보고이다. 이왕 먹으려면 양념을 잘해서 맛있게 먹자.

그러나 요즘 영양이 부족한 산모는 거의 없는 시절이므로, 대개 젖먹이 모가 임신 때부터 혹은 출산에 즈음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고 항상 무엇에 쫓기듯 초조 불안하든지, 아니면 불만이 많고 울분이 채어 꿍하고 속으로 애를 쓴 결과로 피가 더워져 젖이 될 진액이 메말라져서 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이럴 때는 세월이 약이거니 생각하고 아이의 어머니로서 마음을 크게 먹고 편히 안정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며 이 때 돼지 족발은 그리 기대할 만하지 못하고 전문적인 처방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육식을 너무 즐겨 영양이 지나쳐서 신진대사하는 조직의 미세한 출입처가 막혀 유즙이 잘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은 담백한 식사법으로 바꾸면 된다.



지네



흔히 허리가 아프면 일단 지네부터 갈아먹고 보자고 한다. 그래서 나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지네의 성질을 알고 먹는 게 순서가 아닐까?

지네란 놈이 조그마해도 여간이 아니다. 지네가 뱀을 만나면 궁둥이만 땅에 대고 머리에서 허리까지 바짝 곧추세워서 노려보면 뱀이 도망가지 못한다. 이러한 성질과 그 독성으로 지네는 막힌 것을 뚫는 약이 된다. 우리 체내에는 생명 기운이 통해 있어 피도 다니고 모든 생명 활동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 부위든 기운이 막히면 아프다, 저리다, 시리다, 당긴다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허리 아픈 것도 여러 가지다. 타박이나 떨어져 다친 경우, 무거운 것 들다가 삐끗한 경우는 충격으로 담(찌꺼기)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는 지네가 담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지네의 독이 담을 흩는 것이다.

그러나 바짝 긴장하고 앉아 있던 사람이 약간 자세를 바꾸다 뜨끔한 경우는 긴장이 원인이므로 먼저 정신을 가다듬고 긴장을 푸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사람은 대개 허약한 편이므로 지네가 크게 효과가 없다.

배나 아랫도리가 차가운 사람도 흔히 허리가 아프다. 피란 따뜻해야 잘 활동하는데 차가워지면 피가 잘 통하지 못하므로 이 때도 어혈이 잘된다. 몸이 차가운 사람은 다치지 않고도 어혈이 잘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차가워서 활동 못하는 피를 어혈이라고 독한 지네로 흩고 보자든지 무조건 피를 뽑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피를 따뜻하게 녹이면 잘 풀린다. 이럴 때는 더운 찜질도 좋고 인삼, 생강, 계피 등을 복용하는 게 지네보다 더 나을 것이다.

어떤 할머니가 다리를 갑자기 못쓰게 되어 중풍인 것 같으니 왕진을 와 달라고 해서 가보니 그 전날 무단히 허리가 무지근하여 지네를 갈아 막걸리에 타서 먹고 한숨 자고 나니 그렇다고 한다. 지네 먹고 체한 것이다. 중풍이 아니므로 위장을 다스려서 이틀만에 풀렸다.

소화가 자신 없는 분은 지네를 함부로 먹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변비와 알로에



변비는 왜 생기는가? 섬유질을 적게 섭취하여 된 경우는 편식하지 않으면 되니까 제외하고 대개 다음의 셋으로 나눈다.

첫째 대장이 말라서 온다. 나이 드신 분이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므로 몸도 수척해지고 변비도 잘되겠지만 멀쩡한 젊은 사람도 장이 마른다. 왜 마르는가? 열이 말린다. 왜 열이 나는가? 그 사람이 열을 내었기 때문이다. 즉 마음이 초조 불안하고 안달을 낼 때, 혹은 긴장을 하고 애를 쓸 때, 혹은 걸핏하면 짜증을 내고 토라질 때 우리의 몸은 유연성을 잃고 미열이 생겨 진액과 수분을 말리게 된다. 이런 현상이 피부에 나타나면 가려움증이 되고, 위장에 나타날 때는 속이 쓰리며, 대장에서는 변비로 나타나게 된다. 입시생이나 혼기를 놓친 여성의 변비도 대개 여기에 속한다. 마음을 안정하자.

둘째 대장이 활발하지 못해서 온다. 비만한 사람은 내장에 기름이 많아서 장의 운동이 부드럽지가 못하고 둔하게 움직이므로 대변이 장에 오래 머무르게 되어 변비가 잘된다. 또한 내성적이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 사소한 일에 걱정 근심을 하는 사람, 매사에 불만이 많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내장의 움직임도 우무적하고 게을러지므로 대변이 잘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분을 좀 살리자.

셋째 기운이 없어서이다. 개가 똥누는 모습을 보면 엉거주춤하니 꾸부정하게 해서 온몸으로 애를 쓰는 것과 같이 대변보는 데 여간 힘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장이 무력해서 대변을 밀어낼 힘이 부족한 사람은 시간이 되어도 마렵지도 않고 억지로 가서 앉아 있어도 감감 무소식이다. 즉 원기 부족이 장에 나타날 때 변비가 되는 것이다. 체력을 올리자.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장 역시 따뜻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배를 차갑게 하거나 찬 걸 많이 먹으면 설사하지 않는가?

그런데 변비가 있다고 녹즙을 너무 많이 먹거나 아침마다 냉수를 마시거나 성질이 냉한 알로에를 계속해서 먹게 되면 보통 사람 같으면 설사가 났을 것을 변비증 있는 사람이니까 대변을 본다는 말이지 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설사약이나 관장약이 장을 튼튼하게 하기는커녕 더 나쁘게 하는 것과 같다. 근본 치료를 하자.



인진쑥은 간에 과연 좋은가?



더위지기쑥은 우리 나라 각지에 흔히 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사람들에게 인진쑥(인정쑥)으로 알려져 있고 간염이나 황달 혹은 그저 간이 나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먹어 보았거나 아니면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철쑥을 인진으로 쓰는데 국 끓여 먹을 정도로 순한 반면 약성이 약하다.

우리가 간을 이야기할 때 위장에서 먼저 탈이 나서 간에까지 영향이 가서 간의 염증이나 황달이 되는 경우가 있고, 간 자체가 시달려서 염증과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위장이 먼저 탈내는 경우는 주로 술과 음식이다. 위와 장은 음식을 받아 다른 장기의 도움으로 좋은 영양을 만들어야 피도 맑겠는데 술 먹는 사람은 흔히 위장이 술에 혹사당하는 바람에 염증이 나서 피가 탁해진다. 맑은 개울도 소나기가 오면 흙탕물이 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구정물처럼 된 피를 간이 전부 소독하기에 부담이 오므로 간이 억지로 애를 쓰다가 염증이 나고 황달이 오게 된다. 술 이외에도 평소 위가 좋아 잘 먹고 살도 찐 사람이 과식을 하거나 음식에 중독이 되어도 이와 같이 된다.

인진은 이럴 때 쓴다. 주로 뻑뻑해진 위장에 작용하여 그 쓴맛으로 장위의 염증도 잘 식혀 주고 황달에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술도 안 먹고 과식도 하지 않는 사람도 간이 나빠지는 수가 흔히 있는데 이것은 신경에서 온 것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제일 먼저 흔들리듯이 우리 정신이 편하지 않고 불만과 짜증, 불안 초조, 실망과 낙심을 할 때 온 몸에 영향이 가겠으나 특히 간과 쓸개가 당장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어떤 조직이든 정상 활동을 못하면 자연히 찌꺼기가 생겨 조직이 일부 막히는데 이렇게 막힌 조직으로 계속 기능을 하자니 애가 쓰이고 또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보니 간과 쓸개가 염증이 나기가 쉽고 심하면 황달도 온다.

인진쑥은 이럴 때는 별 효력을 내지 못하는 것은 내장 조직에 잘 가지 신경계통을 다스리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정으로 간이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인진쑥은 해당이 안될 뿐 아니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장이 식어져서 소화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한방 소화제(1)



탱자가 매우 유력한 소화제가 된다. 그러나 익은 정도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 너무 덜 자라 새파란 것이나 완전히 익어 누런 것은 힘이 약하다. 제일 효력이 낫기로는 직경 2cm가량 자라서 껍질 색이 반쯤은 노랗고 반쯤은 아직 파래서 전체적으로 알록달록할 때이다. 약명을 대지실(大枳實)이라 부른다.

탱자나무 가시는 아주 고약하다. 그런 생김새로 이 식물이 순한 성질이 아니고 잘 뚫고 통하는 기운을 많이 타고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성질에다 열매는 매우 쓴맛이라 염증을 잘 헤쳐 준다. 그러므로 배도 좀 나오고 장실한 사람이 과식을 자주 하여 장위에 기름도 끼어 있고 내장 활동도 뻑뻑하니 덜될 때 사용한다. 촌에서는 소가 체하면 탱자를 달여 그 물을 먹이면 대개 낫는다. 그러나 약력이 세므로 아이들이나 허약자는 조금만 먹든지 다른 약재를 선택한다.

귤껍질(귤피, 진피)도 흔히 쓰는 약재다. 귤껍질이 귤피인데 이것을 한두 해 묵힌 것을 묵을 진자를 써서 진피라 부르는 것이니까 사실상 같은 것이다. 귤은 변종이 많아 껍질의 맛이나 향기도 제각각이다. 현재 가장 흔한 것은 밀감 껍질인데 개량종이라 속은 맛이 좋아져서 좋지만 약으로 쓰는 껍질도 너무 순해져서 약력이 약한 편이다.

제주도에 가면 나쯔미깡(하귤:夏橘)이라고 있다. 인도 원산인데 유자보다 더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속은 시어서 먹기가 좀 거북해서 주로 차 재료로 쓰이는데 이 껍질이 밀감 껍질보다 맛이 더 맵고 쓰며 향기도 세므로 약으로 쓰기에 더 적당하다. 제일 좋기로는 제주도 토종 귤인데 크기가 탱자보다 약간 큰 정도로서 제주도에서는 산물이라 불린다. 그 껍질은 쓴맛이 적은 대신 냄새가 실내를 충분히 진동할 정도로 아주 향긋하며 약효 또한 최고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남아 있는 나무가 많지 않아 수확량이 적고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다.

귤피는 위가 편하지 않으면 억지로 애를 쓰는 바람에 위장에 열이 생겨서 가슴 목 얼굴 쪽으로 답답하게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 그 향긋한 냄새와 맵고 약간 쓴맛으로 기운을 아래로 시원하게 풀어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기운을 내려 주므로 가래를 삭이는 역할도 아울러 하게 된다.



한방 소화제(2)



후박나무의 껍질도 강력한 소화제이다. 입맛은 당기나 먹고 나면 속가 더부룩하고 배가 자꾸 나오며 숨이 가쁘고 대소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심하면 창만(脹滿)이라고 하는데 모두 위와 장의 활동이 정지하여 팽창되는 바람에 일어나는 증세이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이 땅에 의지해서 살아가듯 우리 몸은 위장에서 보내 주는 영양에 의지하여 산다. 그러려면 상하 사방으로 잘 통해 있어야겠는데 위장이 습관적인 과식이나 우울증으로 뻑뻑해지면 배에 가스가 차고 숨이 가쁘며 머리가 무겁고 팔다리도 저리는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음식을 잘 소화하려면 반드시 속이 따뜻해야겠다. 후박은 따뜻한 성질과 함께 약간 쓴맛이 있어 배속을 데워서 장위가 지나친 소화 활동으로 지칠 때 생겨나는 불필요한 가스 수분 담 지방 찌꺼기 등을 풀어 내리기도 하고 쓴맛으로 팽창된 장위 조직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러나 위가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하며 역시 장실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약이다.

산사 나무의 열매(山 肉)는 음식을 과하게 먹었든지 질긴 것을 먹었을 때 위가 활동이 잘 안되어 배속이 띤띤하니 마치 덩어리가 생긴 듯할 때 새콤한 맛으로 내장을 달래듯이 주물러 식체를 풀어 준다. 신맛은 거두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사육은 위장도 편히 하거니와 비후성 비염(코 안에 헛살이 자라는 것)에도 헛살을 삭이는 데 한 몫을 한다. 순한 약재이므로 어린이도 먹을 수 있다. 아울러 구충 효과도 가진다.

우리 나라 것은 직경 1.5cm 내외이고 중국산은 보통 2cm 이상으로 크기가 좀 다르다. 완전히 발갛게 잘 익었을 때 딴 것이라야 씨도 잘 빠지고 약효가 충분하다. 잘 익은 것이라면 중국산보다 기운이 낫다.

보리를 싹을 낸 엿기름(맥아)도 음식을 잘 삭인다. 이것은 가장 순순한 소화제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단순히 체해서 열나고 배가 아파 보챌 때나 위가 약한 어른들의 심하지 않은 소화불량에 쓰기 적당하다. 음식 뿐 아니라 부인들 젖 삭이는 데도 역할을 잘한다. 산사육보다 더 순한 약이다. 볶지 않고 그냥 쓰는 것이 원칙이다.

목욕탕에서 주의할 점



더러 목욕탕에서 큰일 날 뻔하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늘 해 오던 냉온욕인데 그 날은 냉탕에서 갑자기 몸이 움직여지지 않고 말도 나오지 않아 냉탕에서 필사의 탈출을 하여 목욕탕 바닥에 쓰러져 한참만에 정신을 차린 예도 있고 냉탕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듯하더니 얼굴에 열이 달아올라 그 뒤로 몇 달을 숨이 차서 고생했다는 사람도 있으며 냉온욕을 한 뒤로 신경통이 악화되었다는 말은 더더욱 흔히 들려 온다.

고혈압 저혈압을 막론하고 위험하게도 한증탕에서 나오다 쓰러지는 사람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일반적으로 냉온욕이 피부를 튼튼히 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냉온욕을 해서는 안 될 경우에 대해서는 그리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한증탕으로 땀을 내면 몸 속의 노폐물 배설이 촉진되어 몸이 가벼워지며 심지어는 체중 감소의 효과까지 있다고 보통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역시 주의 사항이 반드시 있다.

우리 몸은 건강하기만 하다면야 차갑고 더운 데에도 잘 견딜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체력이 약한 사람이다. 평소 만성적인 피로감에 시달리며 유달리 추위를 잘 타고 몸이 냉한 것을 느끼는 사람, 신경이 예민하여 차멀미를 하거나 쉽게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 피부가 약해서 가려움증이나 습진 두드러기 등이 잘 일어나는 사람,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은 냉탕과 한증탕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온도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혈관 계통과 신경 계통에 충격이 가서 심장에 부담이 가고 기운을 더 못쓰게 되며, 적어도 피부 노화가 촉진되든지 근육통 신경통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남들이 다 한다고, 또 어떤 유명 인사가 건강의 비결로 수십 년을 냉온욕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증으로 수분이 배설되니 일시적으로 체중이 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피하지방이 줄어야 진정한 체중 감소이다. 땀으로 지방이 나가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땀낼 때 체력이 많이 소모되므로 일부러 더위 먹는 것과 비슷해서 기력이 떨어져 신진대사시키는 힘도 모자라게 되므로 더욱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땀 줄이는 황기



지구가 데워져야 수증기가 증발하여 올라가고 이것이 찬 공기를 만나야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이 모여야 비나 눈이 된다. 우리가 땀을 흘리는 것도 이와 같이 몸이 일단 달구어졌다가 식으면서 땀이 난다.

몸은 언제 달아오르는가? 육체 활동이나 운동을 하면 그렇다. 매운 음식을 먹어도 그렇다. 긴장과 분노, 당황과 부끄러움, 불안 초조, 깊은 생각 등으로 마음에 동요가 심해도 열이 달아오른다.

그러나 밥솥도 뜸들이려고 불을 물려야 비로소 솥뚜껑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삽질을 해도 10분 20분에는 괜찮다가 30분쯤 되어야 비로소 땀이 줄줄 나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역시 땀이란 밥솥의 불기운이 식듯이 사람의 원기가 지치면서부터 흘린다. 그래서 흔히 땀을 많이 흘리면 원기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다.

황기는 길쭉하게 생긴 뿌리로서 겉이 누렇고 속 또한 흰색에 가까운 병아리 색으로서 맛이 순하고 달다. 황기를 씹으면 섬유질이 그대로 남는다. 이 모두 황기가 성질이 따뜻하며 기운 돋우는 능력이 뛰어남을 짐작케 한다. 영양을 돋우는 약들이 대개 섬유질보다는 육질이나 지방질이 많아서 잘 마르지도 않고 씹으면 남는 게 없이 잘 넘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숙지황 용안육 육종용 백자인 깨 구기자 등).

체격도 체격이지만 우선 얼굴이 핼쑥하고 기운이 허약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으로서, 지구력이 없어 걸핏하면 맥없이 까라지며 틈만 나면 앉을 자리, 누울 자리부터 찾아지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릴 때는 황기를 권한다.

그러나 뚱뚱한 사람이 흘리는 땀은, 원기 부족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몸 조직이 치밀해서 내부 조직체와 피부 사이에 연락이 잘되지 않아 막히면서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황기처럼 무뚝뚝한 약보다는 일년생 가는 가지인 계지나 매우 매운 생강처럼 창문을 활짝 열어 주는 경쾌한 약이 더 해당될 것이다. 황기는 기운은 잘 도우나 잔뿌리도 없고 매운 맛도 없어 발산하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 이럴 때는 불리하다. 고기와 술을 좋아하며 배가 좀 나온 사람이 황기가 기운 나게 한다고 많이 먹었다가는 숨이 더 가빠지고 얼굴이 붓든지 머리가 아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약맛과 약효



달고 짜고 시고 맵고 쓴맛이 제각기 성질이 있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참고로 알아두면 좋겠다.

매실이나 모과처럼 새콤한 것을 먹으면 몸이 움츠려지면서 군침이 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어지러울 때 식초 냄새를 맡게 하거나 조금 먹이는 것도 이런 톡 쏘는 자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음식에 초를 치면 잠시 빳빳해지는 것도 이와 같다. 그러나 역시 신맛은 오그라뜨려서 빳빳하게 하므로 가령 식초를 장복하면 처음에는 개운한 것 같으나 계속하면 혈액순환이 오히려 수축될 수도 있다.

설탕 꿀 감초 대추 용안육은 달다. 단 맛은 누그러뜨린다. 긴장을 풀어준다. 그러므로 바짝 마른 경우, 긴장되어 있는 경우에 촉촉이 적시고 느슨하게 해준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위가 게을러져 입맛이 떨어지기도 하고 소화가 안되기도 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쪼그라들면서 부드러워진다. 이와 같이 짠맛은 오그라뜨리기도 하고 연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짠 것도 신 것과 공통적으로 우리 인체 내부의 활동력을 붙드는 성질이 있으므로 심지어 죽염이라 하더라도 과하게 먹으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고추나 후추를 먹으면 혀와 배속이 후끈후끈해지고 많이 먹으면 몸이 달아오른다. 즉 매운 맛은 기운을 활동시켜 열을 낸다. 그러므로 추위를 잘 느끼든지 몸이 냉한 사람은 생강, 계피와 같은 매운 성질의 약이나 따뜻한 물을 좋아한다. 반면에 위벽이 약한 사람이 매운 걸 함부로 먹으면 속이 따갑고 쓰려진다.

고무장갑 없이 김장을 담으면 손이 따가워 애를 먹는다. 이때 쓴너삼(苦蔘) 달인 물에 손을 담그면 그만 괜찮아진다. 이와 같이 쓴맛은 매운 맛과 반대로 진정을 잘 시킨다. 매운 맛은 조직을 풀어헤치는 발산의 성질이 있는 반면 쓴맛은 오그라뜨리는 수렴의 성질이 있어 해열, 진정, 소염하는 약은 대개 쓴맛이다. 황금, 황련, 황백, 시호, 대황, 용담 등이 그 예이다. 또 위장이 풋풋하니 습기가 많을 때에는 쓴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는 것은 쓴맛이 습기를 말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태우면 쓴맛이 생기는 것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쓴 걸 많이 먹으면 내장이 식어지거나 마를 수도 있다. 냉하거나 수척한 사람은 익모초, 케일, 영지 등을 너무 많이 먹지 않기를 권한다.



임신 중에 한약을 먹어도 되나?



이제는 많이 계몽이 되었지만 아직도 임신 중에 한약을 먹어서는 안되는 줄로 막연히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태아가 커져서 출산이 어렵지 않을까, 혹시나 기형아가 나오면 어쩌나 하고 우려하는 듯한데 여기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태아가 커지는 것은 대개 스트레스로 허기증이 생겨 식욕을 주체 못해서 과식하는 경우가 있고, 유산 경력이 있는 사람이 몸을 조심하다 운동 부족이 되어 커지는 경우도 있다. 한약은 오히려 허기증을 고쳐 과식을 예방하며 자궁을 튼튼히 하여 적당한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기형아 문제는 약의 독성과 관계되는데 한약에도 유독한 약이 더러 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대부분의 한약은 순하고 무독한데, 보통 사람에게도 특별한 경우에 잠깐 쓸까말까 하는 유독한 약을 하물며 임신부에게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임신 중 어떤 경우에 한약을 먹는가를 알아보자.

첫째, 입덧이다. 평소 허약하고 신경이 예민한 임신부는 입덧으로 아주 고생하며, 심지어 입덧 때문에 유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순한 한약을 충분히 복용하여 임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둘째, 자연 유산이다. 근래에 여성의 자궁이 약해져 대수롭지 않은 일에 유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습관성 유산은 한 가정을 뿌리째 흔들 정도로 심각하다. 역시 전문적인 한방 치료로 근본적으로 자궁을 튼튼하게 해야겠다.

셋째, 순산을 위해서이다. 임신 말기에 임신중독증으로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생기며 소변으로 영양이 새어나갈 때, 현대 의학에서도 잘 대처하고 있는 줄로 알지만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한방 치료가 있다는 걸 참고하기 바란다.

넷째, 허약아 출산이다. 충실한 열매는 튼튼한 나무에서 열듯이 임신중 제반 허약 증세를 잘 다스려 놓으면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의 사항이 있다. 임신부인 만큼 진단과 처방이 정확해야겠다. 심적으로 불안정해지기 쉬운 임부라 전문 한의사가 아니면 설사, 소화불량, 발열 등의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녹 차



우리의 녹차는 설록차 작설차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모두 단일 품종인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것이다. 각지에서 생산되는 양이 많아져서 요즘은 수출도 한단다. 우리의 선조들은 본디 녹차를 즐겨 마셔 일본에 차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는데 최근 들어 워낙 수입 커피 마시는 사람이 많아져서 녹차가 도리어 커피의 뒤를 따라가야 할 형편이 되어 있다.

민족마다 무슨 차를 마시라고 꼭 정할 수도 없이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각자 취향에 맞는 기호식품을 즐기는 것이야 그리 상관할 바 아닐 것이다. 커피의 폐해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매일같이 외쳐대도 아랑곳없이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산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람의 습관이 무서운 걸 새삼 실감나게 한다. 그래도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

그러면 우리의 녹차는 아무런 부작용이나 주의 사항이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본디 녹차의 효능은 경쾌하고 은은한 향기와 약간 씁쓰레하고 떫은 맛으로 우리 신경을 상쾌하게 풀어주므로 한참 머리를 많이 쓰고 나서 얼굴이 약간 달아오르면서 머리가 띵-한 느낌과 함께 눈에 피로가 느껴질 때 먹을 만하다. 녹차는 기운을 차분히 내려주는 역할이 있어 식후에 위장이 소화시키느라 애쓸 때 생기는 후덥한 열기가 위로 떠서 갈증이 생기는 경우에도 해당된다. 대개 체중이 많은 사람이나 과식하는 사람, 위장이 뻐근한 사람들이 식곤증이 오기 쉬운데 이럴 때 녹차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녹차는 식후에 즐기는 것이 좋겠다. 녹차 한 잔인데 어떠냐고 말할 지 몰라도 공복에 마시면 차의 기운에 약간 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식후에 마셔도 몸이 사르르 까라지는 느낌과 함께 기분이 나빠지고 머리가 아파서 도대체 차를 마셔내지 못하는 것이다. 녹차의 효능이 짐작이 가지 않는가?

녹차를 무턱대고 많이 마시면 얼굴과 피부가 기름기 없이 푸석푸석해질 수도 있으니 수척한 사람은 녹차를 너무 즐기지 않도록 하면 좋겠고 혹 마시더라도 식후에 배가 든든할 때 마실 것을 권하고 싶다.



검은 머리 흰 머리



천자문을 지은 주 흥사가 밤새 머리가 샜다는 말이 있다.

하수오(何首烏)란 약이 있다. '어찌 머리가 검으냐?'란 뜻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흰머리였는데 어느 날 문득 보니 머리가 도로 검어졌기에 물어 보니 새박뿌리를 가리키며 이걸 먹었더니 검어졌다 해서 그 뒤로 새박뿌리를 하수오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는 왜 셀까?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요한 영양이 불충분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표현으로 멜라닌 색소의 부족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에게도 왕왕 새치나 흰머리가 나는데 이것은 노쇠 현상이라 하기에는 무엇하다. 다른 기능은 정상인데 유독 머리가 먼저 센다는 것은 영양이 머리로는 덜 올라가기 때문이다. 왜 덜 올라갈까? 대개 내성적인 성격과 관계 있다고 보겠다.

내성적인 사람은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을 말한다. 내성적인 사람도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겠는데 흰머리는 약한 내성적 사람에게 흔히 잘 난다. 기운도 좀 약한 차에 성격도 활발한 편이 아니니 영양이 머리카락까지 충분히 출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에 고집 세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도 흰머리가 잘 난다. 말하자면 봄 여름 날씨가 적당해야 가을의 결실과 겨울의 비축이 순조롭겠는데, 여름이 길면 결실이 알차지 않듯이 감정의 활동이 지나치면 머리카락까지 갈 영양이 잘 비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젊은 사람으로서 흰머리를 어떻게 좀 줄여 보고 싶으면 첫째, 원기 왕성해질 것, 둘째, 느긋한 생활 태도를 가지도록 연습할 것, 셋째, 영양이 부족하다면 영양을 도울 것, 넷째, 머리가 복잡하다면 신경을 맑힐 것, 이 네 가지를 기억하자.

약으로 말하자면 원기는 인삼 계피 부자 등이 대표적이겠고, 영양은 하수오 구기자 검은 참깨 산딸기 육종용 녹용 등이 있고, 신경을 맑히는 것으로는 국화꽃, 결명자, 창포 뿌리, 원지 등을 들 수 있겠다. 상세한 복용법은 이웃 한의원에 문의하면 될 것이다.

흰머리 이외에도 머리가 많이 빠진다든지 머릿결이 푸스리하니 윤기가 없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 모두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치르는 대가가 아닐까? 엊그제까지 세상 물정 모르는 맑은 동안의 미소년이었는데 그 반지리하던 머릿결이 어디로 갔는가?



더위에 성내면



예전에는 더워도 이렇게까지는 덥지 않았다. 나이 드신 분은 다 기억하시겠지만 겨울에 사나흘 바짝 춥고 나면 날이 풀려 이른바 三寒四溫이요, 여름에도 사나흘 덥다 싶으면 다시 사나흘은 시원해지는 三暑四冷이 우리 나라의 전형적인 날씨였다. 그런데 지구가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이렇게 열흘 내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에어컨 없던 시절에 비해 호들갑을 떨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볼 수는 있겠지만 역시 심하긴 심하다.

더위를 안 먹으려면 첫째가 朝夕을 꼭 챙겨 먹어야겠다. 입맛 없다고 대충 걸렀다가는 체력이 부쳐 더위를 이기지 못한다. 무슨 음식이든지 좋으니 요기를 하고 움직여야겠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여름 음식으로 먹던 외, 수박, 밀가루 음식 등은 성질이 약간 찬 데 가까우니 자연스레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땅의 혜택이요 선조의 지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감정 조절이다. 최근에 어떤 유명 인사가 평소에 혈압이 좀 있다 뿐이지 체격이 좋아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워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세상을 버린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부하 직원이 이번에 자기와 동급의 자격증을 딴 탓인지 요즘 약간 기가 세어지는 듯하더니, 이날은 아침부터 사소한 일에 말대꾸를 하는 품이 영 비위가 거슬려 벌컥 화를 내버렸다. 그게 그분의 마지막이다. 한 순간에 이렇게 생명이 왔다갔다하니 정말 주의해야 되지 않겠는가!

한의서에  積於夏하면 使人煎厥이란 말이 있다. 여름에 열 받으면 더 잘 넘어간다는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과 비슷하다. 부인들 치마가 접어지는 모습이  積인데 치마 주름 잡듯이 감정이 우리 몸을 옭아맨다는 뜻이다. 더구나 여름은 우주 공간에 열이 제일 많을 때라 조금만 기분이 언짢아도 숨이 가쁘고 땀이 난다. 그런데 성을 왈칵 내든지 긴장을 많이 하든지 노력을 과하게 하든지 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煎厥이라, 찌고 쪄서 열이 그만 위로 기어올라가 가령 뇌에 혈관이 막히든지 터지면 급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수탉도 보통 때는 털이 곱상하다가도 싸우려고 맞서 있을 때는 깃털이 바짝 선다. 하물며 가장 예민한 사람은 어떻겠는가?



나쁜 피를 뽑으면 좋은가?



부항 요법은 유리컵처럼 생긴 기구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일종의 물리요법이다. 이것으로 피를 뽑아 내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멍들게 하여 진통 효과와 국소의 혈액순환 촉진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항간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신경통, 근육통을 막론하고 아픈 자리마다 한 번에 한 사발씩 아까운 피를 뽑아 빈혈을 일으키거나 탈진시키는 일이 보고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피를 활동시키는 것은 기운이니 혈액순환과 혈관 운동을 왕성하게 하려면 기운을 차려야지 피만을 빼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렇게 부항 요법을 맹신한 나머지 피를 뽑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수가 있고 혹은 다쳤을 때 피를 빼지 않으면 무슨 부작용이나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이 글을 쓴다.

부항 붙여 나오는 피는 나쁜 피가 아니다. 흔히 타박상을 입거나 삐어서 붓고 아프니 나쁜 피를 좀 뽑아 달라 하지면 피가 몸 구석구석을 한바퀴 도는 시간이 불과 25초라는 걸 생각하면 살아 있는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피가 멈추어 흐르지 않으면 그 조직은 조만간 썩어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다쳐서 붓고 아프고 멍든 그 자리도 피 흐름이 좀 더디다 뿐이지 말 그대로 나쁜 피가 고여 있는 게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게 된다.

또 멍이라는 것도 다쳤을 때 순간적으로 약간의 출혈이 있었던 것이 피부 조직에 베어 들어 시퍼렇다가 차츰 주위로 퍼지면서 연해져서 일주일쯤 지나면 저절로 완전히 흡수되어 버린다. 부항으로는 이렇게 베어 든 멍을 제거할 수도 없거니와 제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가령 골절 환자가 두어 달 후에 골절도 잘 접합되고 일정 기간 물리치료로 완쾌되었을 때 이 사람은 그렇게 몹시 다쳤어도 피 한 방울 뽑지 않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잘 나았지 않은가?

피를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모세혈관에 침을 찌르든지 부항을 강하게 빨아들여 생피를 인위적으로 출혈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령 일시적으로 효과가 났다면 이렇게 피가 날 정도로 강한 신경 자극을 가했기 때문이지 피를 뽑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소중한 피를 뽑지 않고도 아픈 곳을 주무르든지 따뜻하게 찜질하든지 침을 놓는 것 자체가 신경 자극과 함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약도 효과가 빠르다



급성 맹장염(충수돌기염)이 한약으로 치료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우리 의학에서 장옹(腸癰)으로 불리는 이 병은 대단히 응급을 요하는 것도 사실이나 의외로 내복약으로 다루기 어렵지 않아서 대개 두 첩 복용으로 증세가 완화되며 일주일이면 소염 진통은 물론이고 위 소장 대장의 전체 기능이 정상화되어 이전에 비할 수 없이 건강한 컨디션을 찾게 된다.

이 방법은 멀리 한나라 때부터 병리와 처방이 기재된 것을 효시로 최근 우리 나라 학자들이 여기에 더 발전시켜 正理湯, 解毒湯, 調安湯 등이 소개되어 있다. 필자도 서너 케이스를 의뢰 받아 완치한 경우가 있으며 여기에 관심 있는 한의사라면 습득이 그리 어려운 편도 아니다.

물론 요즘의 발달된 외과적 방법으로 맹장염 정도는 가볍게 여기는 세상이므로 한약으로 고친다는 게 그리 센세이셔널한 문제는 아닐 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직까지 한약이라 하면 보약을 먼저 떠올리고 치료 면에서는 만성병이나 맡겨 볼까 급성은 효력이 늦어 이용하기에 마땅찮다고 알고 있는 것 같아 언급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자칫하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급성 복통으로 깜짝 놀라기 쉽다. 그래서 탈수를 막기 위해 우선 병원에 가서 수액을 달아서 응급에 대처한다. 우리 의학에서는 가령 連附湯이라는 처방은 인삼 백출 복령 등으로 위장관의 기능을 바로잡는 원인 치료를 맡고, 황련으로 구토를 진정시키며, 부자로 설사를 멈추게 하므로 이것을 급히(30분에서 1시간) 달여 먹으면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이내에 복통 구토 설사가 진정되고 탈수가 예방되며, 인삼 부자가 들어 탈진되는 것을 예방하는 장점도 있다.

여름 감기 경우에도 대개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며 고열이 나는 수도 있는데 가령 淸暑益氣湯을 활용하면 한약 한두 첩으로 해열과 치료와 원기 회복을 동시에 한다.

이상에서 몇 가지 예를 든 바와 같이 한약은 늦어서 안된다고 미리 단정할 게 아니도 먼저 전문 한의사에게 문의해 보기 바란다. 오히려 시간을 지체하여 체력이 떨어진 뒤에 오기 때문에 치료가 더 늦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디스크



허리 아픈 사람이 흔한데 자신이 디스크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디스크란 척추 마디 사이 추간판 안에 있는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근을 자극하는 상태 즉 연골의 병이다. 진단은 하지직상검사(누워 한쪽 다리를 곧게 뻗어 들 수 있는지 알아봄)로 간단히 짐작할 수도 있고 컴퓨터 단층 촬영 등으로 세밀하게 알아볼 수도 있다.

원인은 크게 다쳐 연골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으로 연골이 점점 허약해져서 별 것 아닌 자세에서 연골이 삐져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즉 본인은 다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문제는 통증이다. 처음에는 연골이 삐져나와 신경근을 압박하는 것이 직접 통증을 일으키지만 시일이 조금 지나면 더이상의 통증을 발생시키지 않고 오히려 척추의 주위 조직인 근육, 인대, 건, 관절 부위의 상태가 나빠서 통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척추에 변형이 어느 정도 와 있다 하더라도 주위 조직이 다시 튼튼해지면 통증에서 해방된다. 그러므로 대개 침 뜸 온습포를 포함한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으로 호전되거나 치료되며 디스크라고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방법으로 6개월 이상 치료했는데도 증세가 쉽사리 호전되지 않는 사람이거나, 소변 감각 등 하지 신경 마비 증세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한번 다시 고려해 볼 수 있는 게 한약 복용이 아닌가 한다. 일반 물리치료나 침 뜸이 허리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해진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몇 시간이나 며칠 후에 재발하기 쉬운 반면에, 한약으로 치료하여 일단 허리가 튼튼해지고 나면 복용을 중지해도 지속적으로 그 효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허리가 약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제일 상책이겠는데, 자세를 좋게 할 것, 비만을 예방할 것, 운동 부족이 안되도록 조심할 것은 많이 거론되고 있거니와,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조급한 성격과 잘 우울해지는 경향 또한 척추의 연골을 쉽게 약화시킨다는 것을 잊지 말자.



노년기 건강



추석이다. 일 년에 한두번 이렇게 자손들이 모이는 것이 여간 반가운 기회가 아니다. 모처럼 연휴를 얻어 이 가을을 휴식으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모든 걱정을 잠시나마 잊고 괜스레 설레는 마음에 젖어 드는 것 또한 남녀노소 공통일 것이다.

벌초를 하며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생명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도 하고, 한편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인생이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다름 아니다. 일년 사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아침 낮 저녁 밤이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고 한평생에도 유년기 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가 인생의 사계절이다.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다. 풀 한 포기에도 새벽에 깨어나서 활동하고 마무리하여 저녁에 쉬는 하루가 있고 이와 같은 일년이 있고 하루살이같은 미물에도 일생이 있다. 한자로 생장수장(生長收藏)이라는 말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동식물은 생장수장을 하므로 생명이라 한다. 하늘은 이렇게 밤낮과 춘하추동을 통해서 모든 생명을 살리고 있으면서 이 은혜를 갚아라는 법이 없다. 그저 이러한 우주 자연현상에 순응하여 봄에는 화창한 기분으로 여름은 활동적으로 가을은 침착하게 겨울은 조용히 내실을 기하자는 것이 성인들이 가장 강조하던 양생법이다.

이것이 생명을 가장 온전히 기르는 방법이다. 여기에 가장 잘 따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식물이다. 오직 우주 기운을 받아 생장수장을 한다. 식물은 욕심이 없다. 동물은 제 생각이 있으니 욕심을 낸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총명한 사람이 제일 욕심을 많이 낸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 인간의 왜 이리 병이 많은지 짐작이 간다.

그러므로 사람이 나이가 든다고 다 아픈 것도 아니다. 좀 기력이 약할 따름이지 신경통 관절염 두통 어지럼증에 시달릴 리가 없다. 천수를 다하시고 자연으로 돌아갈 따름이다. 이렇게 고통으로 시달리는 분들은 자기 불만을 잘 달래지 못해서일 것이다. 불만은 욕심에서 난다. 이것이 지나쳐 심한 불만에 시달리면 급기야 가장 우려하는 노망까지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불만은 욕심에서 나는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그 어떤 보약이나 건강 식품보다 더 건강을 약속한다는 상식적인 말을 또 하는 것은 이것이 원 근본 이치이기 때문이다.



귀울림



흔히 연세 드신 분들이 귀울림증이 있다. 주로 매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잡음 같기도 한 소리가 보통 때는 잊고 있다가 조용한 곳에 있으면 들리기도 하고 아예 하루종일 왱왱거리기도 한다. 이것이 진행되면 차츰 귀가 멀어지게 된다.

나이 탓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노인이라도 자기의 노력으로 고친 사례도 있고 요즘은 젊은 사람에게도 귀울림증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 그 원리를 분명히 알고 예방과 치료 대책을 세워 보기로 하자.

이제 가을이 되었다. 들판에 나가 보면 바람 불 때마다 풀끼리 싸-하고 서걱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절이다. 봄·여름에는 바람이 불어도 풀 소리가 별로 나지 않는데 유독 가을·겨울에 소리가 심한 것은 풀이 말라 있기 때문이다. 또 가을·겨울의 마른 풀이라 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가 안 난다.

우리 몸도 꼭 이와 같다. 인체에서 풀은 귀와 같은 예민한 감각 기관이요, 마른 풀이란 노인이 되어 영양이 말라진다는 말이요, 바람이란 열을 받아 기운이 순조롭지 못하고 위로 왈칵 쏠리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노인에게 귀울림이 흔한 것은 나이 들어 조직에 영양이 말라지니 가을 풀과 같아서 약간만 흔들려도 소리가 잘 나는 것이고, 그래도 바람이 안 불면 괜찮겠지만 남에게 지기 싫어하여 자존심이 잘 상하든지 완벽함을 좋아하여 애를 많이 쓴다든지 걸핏하면 화가 나는 조급한 성격으로 열을 잘 받는 분이라면 이게 모두 바람 부는 격이니 마른 귀를 흔들어 귀울림이 되는 것이다.

젊은 사람은 봄풀처럼 물이 충분하여 어지간히 열을 내고 흔들어도 소리가 잘 안 난다. 그러나 손바닥을 세게 비비면 마찰 때문에 후끈 나듯이, 자꾸 열을 내면 젊은 사람도 귀의 신경이 일찌감치 약해져서 마침내 귀에 찡-하는 소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과로를 한다든지 해서 귀가 멍해지는 것을 보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과로를 하면 위쪽으로 상기되기 때문이다.

치료야 마른 풀은 물을 대주고 위로 뜬 것은 내려 주는 약을 쓰면 될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 잘 안된다. 눈이 보고 귀가 듣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즉 생명이 있기 때문에 보고 듣는 것이므로 우리 몸의 주인인 이 마음이 흔들지 않아야 치료도 되고 예방도 되는 것이다.



가을 운동(땀은 이제 그만)



이번 여름은 몹시 더워 예년보다 무척 땀을 많이 내었다. 백로까지 더웠으니 스무날 더 더웠던 셈이다. 그 덕에 지쳐 요즘 잔병이 많다.

이제 가을이니 땀은 그만 내자. 해도 늦게 뜨니 새벽 운동하는 분은 꼭두새벽부터 나서지 말고 한 30분 늦추자. 체조 반 조깅 반 하고 있다면 체조는 그대로 하되 땀나는 조깅은 반으로 줄여 보자.

땀을 뻘뻘 흘려야 운동한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살찐 분들은 더하다. 그러나 살 빼려고 땀 뺀다는 건 맞지 않다. 체중은 지방인데 땀은 수분이니 살이 빠질 리가 없다. 도리어 기운만 더 빠진다.

운동 전문가인 운동선수조차 선수 생활을 얼마 하지 않아 은퇴하고 마는 것을 보라. 이 모두 단시간에 과도한 운동을 한 때문 아닌가?

'그런 걸 누가 몰라요? 그러나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체중이 줄지 않겠습니까?'

좋다. 그러나 체중이 왜 늘었을까? 공장이 잘 안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체는 밥 먹은 걸로 영양과 기운을 만들고, 그래도 남는 게 있으면 지방으로 저장한다. 그러므로 과식하지 않으면 본디 살찌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기계가 잘 안 돌아가면 영양도 기운도 잘 만들지 못하고, 제일 만들기 쉬운 지방으로 대충 저장해 버리고 만다. 그러니 많이 먹지 않아도 살찌는 분이 많은 것이다. 혹은 살은 안 찐다 해도, 잘 먹고도 기운을 못쓰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인체의 공장이 잘 돌아가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운동도 하나의 방법인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밖에서 흔드는 방법이다. 공장장이 돌아다니며 독려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술자들이 신이 나지 않는데 일에 능률이 오를 리가 없다.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공장 분위기가 좋아야겠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주인이 기분 좋아야겠다. 그래야 신진대사가 그럴 수 없이 왕성해서 설사 학생은 책상, 주부는 집안, 회사원은 사무실 근처에서 꼬물락거리기만 해도 운동 부족은커녕 원기 왕성하다. 이것이 자발적으로 안에서 흔드는 방법이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배가 차가운 사람이 찜질할 동안은 배가 따끈하다가도 중단하면 금세 식는다. 정말 배를 데우려면 몸 안에서 심장이 배를 데워 줘야 식지 않는다. 그러니 심장을 편하게 해서 혈액순환이 왕성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운동도 좋지만 가능하면 마음을 턱 놓고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손이 더운 사람 찬 사람(1)



손이 덥고 찬 것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왜 한의사들은 진맥할 때 양 손바닥으로 환자의 손을 덮어서 손등과 손바닥이 더운지 찬지 같은지 다른지부터 먼저 보려고 하는가? 왜 어떤 사람은 사시사철 손이 차서 악수하기 미안해하며, 또 어떤 사람은 손발에 열이 나서 찬물에 담그거나 차가운 벽에 갖다 대기를 좋아할까?

보통 사람은 여름에는 손이 덜 따뜻하고 겨울에 손이 따뜻하다. 이것은 확실히 바깥 기온의 영향이다. 체온은 우리 몸 안에서 항상 만들어지고 있는데, 여름은 열이 많은 계절이라 우리 체온도 덩달아 올라가기 쉬우므로 내뿜어 버린다. 땀 흘리는 것도 이것이다. 이렇게 체온을 잘 발산하므로 손발이 그리 따뜻하지 않다. 반면에 겨울에는 우리 몸이 보온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체온을 많이 내뿜지 않고 거두어 간직하므로 손발도 비교적 따뜻하다.

그런데 만일 체온을 잘 배설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가슴도 잘 답답하고 숨도 잘 가쁘며 여름이라도 손바닥이 남보다 따끈따끈할 것이다. 왜 체온 배설이 잘되지 않을까?

가령 마음이 초조 불안하고 번민이 많든지 세심하고 예민하여 매사에 긴장을 잘하는 사람은 그런 감정 때문에 자체적으로 열이 잘 생긴다. 본디 열이 생기면 자연히 발산이 촉진되게 되어 있다. 그러자면 우리 기운이 머리끝에서 발까지, 내장에서 피부까지 오르락내리락 들락날락하는 정상 활동을 해야겠는데, 이런 사람은 그 감정 성질상 펴는 감정들이 아니고 오그라뜨리고 긴장시키므로 열이 생겨도 발산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손바닥이 더운 사람은 이러한 감정에 너무 얽매어 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 조심하도록 하자. 손이 더울 때 벌써 내장이 더워져 있다는 것이고 이렇게 속으로 자꾸 열을 내기만 하고 배설을 하지 못하면 저항력도 떨어지고 영양도 말라지니 폐결핵, 협심증, 당뇨병 등 반갑잖은 병들이 찾아오기 쉬울 것이다.

반면에 손이 찬 사람은 초조 불안을 지나 이제는 실망, 낙심, 좌절, 불안 공포의 감정이 더 많아지지 않았는지, 그래서 체력도 많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알아볼 일이다. 사람이 죽으면 식고 식으면 죽는 법인데 어떻게 하든지 마음을 살려야 할 것이다.

이상은 감정에 대해 말하였지만 단순히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아 손이 차거나 열이 나거나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손이 더운 사람 찬 사람(2)



우리가 생기발랄한 것은 팔다리에 제일 잘 나타난다. 운동회때 보면 겉으로 듬직하게 보이는 아이보다 겉보기에는 야윈 것 같아도 잘 뛰는 아이가 더 충실할 수도 있다. 우리의 손발은 나무로 치면 가지에 해당되어 바람이 불면 가지가 먼저 흔들리듯이, 또 뿌리의 영양 상태가 가지와 잎에 잘 나타나듯이 우리 내장의 활발한 정도가 손발에 잘 나타나서 건강한 사람은 팔다리에도 힘이 솟고 손발의 온도도 적당하다.

그러므로 가령 좀 허약한 사람이 감정으로 충격을 받든지 찬 음식을 먹어서 체하든지 하면 갑자기 얼굴이 노래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쭉 빠져 말도 나오지 않고 일어서기는커녕 앉은자리에서 한참 동안 꼼짝을 못하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렇게 우리 몸은 한 식구로서 내장 따로 팔다리 따로 생각 따로 말 따로가 아닌 것이다.

내장 가운데서도 특히 위, 대소장, 췌장의 상태가 손발바닥에 잘 나타난다. 그것은 이 장기들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소화 흡수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열심히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속이 더운 사람은 손바닥에 열이 잘 나타나고 속이 차가운 사람은 손바닥도 잘 차가워진다.

배는 더워도 탈 식어도 탈이다. 식었다는 것은 기능이 이미 약해져 있는 것이고, 잘 더워진다는 것은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일이 힘겨워 억지로 소화는 될 망정 열도 나고 땀도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손이 찬 사람은 대개 소화 기능이 활발하지 않아 잘 체하든지 입맛이 없는 편이며, 손발이 화닥거려 차가운 벽에 갖다 대는 사람은 과식하는 습관이 있거나 술, 육류, 단 것, 찬 것을 즐겨 소화 기관이 이제 약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때 조심하지 않으면 이 사람도 소화불량과 체력 저하를 조만간 경험하게 된다.

손바닥에 유난히 땀이 많은 사람은 왜 그럴까? 이 땀은 손바닥 피부에 나타났을 뿐이지 내장이 먼저 땀을 흘린 것이다. 가령 열심히 활동하다가 지칠 무렵쯤 되면 땀이 나듯이, 내장이 과도하게 일을 해도 지치지 않으면 열은 내어도 땀은 나지 않으나 이제 좀 약해져서 슬그머니 지칠 때 속땀이 바깥 손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장에 부담이 많은 사람은 소화 활동으로 열을 냈다가 지쳐 식었다 할 때 땀이 많이 나게 된다.

또 신경 활동으로도 땀이 나는데, 긴장과 흥분, 당황할 때 우리가 손에 땀을 쥐는 것을 흔히 경험한다. 신경이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중고등학생 가운데 손바닥에 땀이 많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치료에 임해서는 신경도 보고 위장도 보고 체력도 참고하게 된다.
병을 겁내지 말자



흔히 입이 돌아간 사람이 있다. 와사풍이니 안면신경마비니 한다. 밖으로 찬바람이나 습기에 얼굴이 장시간 노출되어 경락 조직이 둔해져 버리든지, 안으로 피로의 누적이나 심약한 사람이 충격을 받든지 해서 안면신경이 지쳐 잠시 잠들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입은 비뚤어져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왔다가 설명을 듣고 역시 덤덤하게 가는 사람은 평균 치료 기간인 한 달 이내에 잘 낫는다. 반면에 병원에 들어설 때부터 얼굴을 가리고 실망과 초조의 빛이 역력하다가 '침과 약으로 치료하면 반드시 낫는다'고 충분히 설명해 줘도 불안을 못 떨치고, 치료 중에도 '아직 차도가 없는데 이러다 영영 굳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매일 병원으로 전화가 오는 사람은 대개 치료 기간이 좀 길어진다.

우리가 자신을 좀 가지자. 사람이 본래 병들어가며 살게 되어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어쩌다 병이 나면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찾아 주의하기만 하면 금새 또는 서서히 병이 낫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자연치유능력이다. 정말 모진 병이거나 쇠잔해지신 노인이 아니라면 된다. 더구나 든든한 의사까지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매일 매스컴이 쏟아내는 무시무시한 의학 정보에 주눅이 든 모양이다. 정보라는 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는 것이, 너나없이 몸이 좀 이상하면 차분히 원인 찾을 생각은 도무지 않고 당장 '무슨 병 아닐까?' 하고 병에 대한 겁부터 집어먹고 그만 걱정에 사로잡히는 분들을 참 많이 보기 때문이다. 모르니까 그렇지 않느냐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보 홍수 속에 살면서 이전 어르신보다 더 몸을 모른다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 몸에는 약 만드는 자료도, 공장도, 기술자도 다 있다. 감기 바이러스 잡는 걸 보라. 하룻밤 푹 자면 거뜬하다. 인류가 아직 이 약은 못 만들지만 우리 몸은 예전부터 만들어 쓰고 있었던 것이다. 불도저도 있다. 종기나 여드름 났던 자리를 말끔히 편편하게 만드는 걸 보라. 우리는 그저 밥만 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집을 짓는데 건축 자재도 구비하고 일꾼들도 열심인데 집주인이 자꾸 간섭을 해대서야 주인 등살에 일손을 놓고 만다.

그러니 우리 몸의 주인인 이 마음이 일꾼들을 격려는 못해 줄망정 최소한 방해는 말아야겠는데, 이렇게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산다면 나을 병도 더뎌지고 잘못하면 악화되기도 할 것 아니겠는가?

입맛이 너무 좋아 탈



식욕 조절을 위해 벽에 날씬한 배우가 등장하는 달력을 걸어놓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별별 방법을 동원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있다.

입맛은 당연히 위장 췌장의 상태가 가장 영향이 많다. 위장과 췌장이 정상이면 식욕이 정상인데 만일 무력해지면 입맛이 떨어진다. 반면에 위장과 췌장이 달아오르면 식욕이 너무 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당연히 입맛이 없어지고 위장이 열을 내고 있으면 필요 없는 식욕항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위장 췌장이 달아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령 잔칫집에 가서 잘 먹고 왔는데 이상하게 속이 허전하게 느껴지면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싶은 충동이 나는 경우를 겪은 적은 없는가? 분명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식욕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포식을 하여 위장이 평소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달아올라서 우리는 속이 괜히 허전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식사가 불규칙적인 사람은 흔히 과식을 하기 쉬우므로 위가 약해져 잘 달아오른다.

감정의 영향도 많다. 흔히 기분 나쁘면 먹는 걸로 화풀이한다는 사람이 있다. 정신적 공허함이 육체적 공복감으로 전이되어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화를 내든지 무안을 당하든지 하면 얼굴이 달아오르듯이 불평 불만이 있으면 위장이 잘 달아오른다. 본디 위장 췌장은 몸 전체를 위하여 영양을 배급하는 역할인데 이때 심장이나 간이나 다른 장기는 가만 앉아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일을 전부 거들어 준다. 그런데 불평 불만이 있으니 내장이 활발할 리가 없고 '수신인 부재'로 우편물이 돌아오듯이 배급이 되지 않으니 위장 췌장의 업무가 늘어나서 애를 먹는다. 그러므로 열을 낼 수밖에 없고 식욕이 자연히 당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맛 좋은 걸 내버려두고 있다가 비만이 되고 나서 고민할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입맛이 당기는 것은 일종의 병이니 치료를 해야겠다. 원인적으로는 불만을 적게 가져야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이 가장 정상적으로 돌아가서 식욕항진이 없어지겠고, 의학적으로는 달아오른 위장, 췌장을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전체 오장육부가 한 식구로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면 될 것이다.



감은 술안주에 안 맞다



중국에서는 술안주에 감을 내지 않는 관습이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술이란 건 우리 정신과 육체를 흥분시키는 성질이 있어 흥을 돋구어 준다. 그러므로 기분이 좋을 때 말도 적당히 하면서 술을 마시면 우리 기분과 술 성질이 잘 맞아떨어져서 술도 잘 받고 깨기도 잘 한다. 반면에 기분이 나쁠 때 억지로 마셔 놓으면 술맛도 안 나거니와 주인이 감정을 잔뜩 오그리고 있으니 신진대사도 오그라져서 술기운이 잘 발산되지 않아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쉽다.

그런데 감은 떫은 맛이 있기 때문에 역시 수렴하는 성질이 많아서 술기운이 잘 퍼지도록 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되기도 하고, 위장이 약한 사람은 감 몇 개에도 소화불량이 되기도 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도 그 사람이 약하다면 감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