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까마귀와의 전쟁

푸른하늘김 2003. 5. 23. 12:53
까마귀와의 전쟁
눈만 마주쳐도 공격 당해



글:유재순



지난 주 수요일 아카츠즈미(赤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까마귀가 자기 머리를 찍었다면서 아프다고 말했다.
 

"까마귀가 왜 널 찍어. 더구나 머리를."
 

"엄만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아니, 믿을 걸 믿어야지. 까마귀가 어떻게 널, 그것도 뒤통수를 일부러 쫀단 말야. 그러는 동안 넌 가만 있었고?"
 

"눈밖에 마주 친 게 없단 말야.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순식간에 달려들어 내 머리를 진짜 찍었단 말야."
 

드디어 딸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날 오후, 나는 지역의 파트롤 당번이라 같은 조인 미도리씨를 만났다. 일본 초등학교는 각 지역마다 구역을 세세하게 나눠, 하루에 두 명씩 조를 짜 동네 순찰을 돈다. 아이들이 잘 노는 장소들마다 불량한 청소년이 없나 체크한 후 그날의 상황일지를 쓰는 게 당번의 일이다.
 

그런데 미도리씨가 만나자마자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2학년 여학생이 까마귀로부터 공격을 받은 일이 일어나, 파트롤을 돌 때 주의하라는 긴급 연락이 학교로부터 왔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공원이나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까마귀를 자극하는 행동이나 말을 걸지 말라고 주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아차 싶었다. 아이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미도리씨는 즉시 우리집으로 가자고 했다. 상처 부위를 살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이의 상처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뒷머리 부위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 그날 저녁, 학교와 학부모 간부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가 왔다. 이튿날에는 학급 통신문에, 다음 날에는 학교 전체의 통신문에 딸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교생을 상대로 딸의 사례를 전하면서 까마귀를 조심하라는 방송을 몇 차례 했다고 한다.
 

요 근래 몇 년 전부터 도쿄는 '까마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또한 도쿄 도청 내에 정식으로 '까마귀 대책 프로젝트팀'을 개설하고 그 대책을 세워 실행에 나섰다.
 

한 조사에 의하면 까마귀 수는 3만7000여 마리. 그 중 도쿄 주민 63%의 찬성을 얻어 2001년 12월 1차로 4210마리를 포획했고, 이어 2차로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9000여 마리를 잡았다. 하지만 까마귀에 의한 피해는 아직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눈만 마주쳐도 격렬하게 공격해 오는 것은 물론 '캬캬캬'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만 내도 달려들어 얼굴을 할키고 온몸을 쪼아댄다는 것이다.
 

도쿄 도청 내의 까마귀 피해 신고 센터에는 초등학생 5학년이 까마귀의 공격을 받아 도망가다가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어느 절에서는 50∼60마리의 까마귀들이 염불을 읊는 신자들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어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해왔다는 등, 1년에 수백 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 왔다고 한다. 오죽하면 도쿄도가 '까마귀와의 전쟁'을 선포했을까.
 

어쨌든 아카츠즈미 초등학생들에게는 3월부터 7월까지 새 집을 짓는 기간 동안 까마귀를 자극시키지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는 비상명령이 떨어졌다. 만약 자극시키면 잔인하게 무차별 공격을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 이렇듯 한국과는 달리 흉조가 아닌 길조라던 까마귀가 요즘은 흉조로 도쿄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