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日축구대표 '마스크' 입국 유감

푸른하늘김 2003. 4. 20. 17:38
日축구대표 '마스크' 입국 유감

사스 우려...일본선 안쓰다 한국서 착용

글:유재순


지난주 스포츠니폰 기자와 서울에서 온 손님과 함께 신주쿠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런데 스포츠니폰 기자가 대단히 격앙돼 있었다.
 

"그것은 분명 차별의식이 선수들의 내면 속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웬 차별의식?"
 

"한국인을 무시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지. 지코 감독을 봐. 그는 하지 않았잖아?"
 

난 무슨 얘긴가 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지난 16일 한-일 축구경기를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일본 국가대표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때 일본 선수들은 모두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의 선수들이 미리 단합을 한 듯, 하얀색과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유일하게 단 한 사람, 브라질 출신의 지코 감독만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바로 이를 두고 스포츠니폰 기자가 말한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그 날 텔레비전에서는 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여러 차례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일본선수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그 날 출연한 게스트들이 한 마디씩 했다.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네요.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아직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 하지 않던 마스크를 일부러 요란스럽게 착용하고 남의 나라에 가는 것이 정말이지 보기 안 좋네요. 그렇게 겁 많고 의지가 약한 선수들이 어떻게 적지에 가서 이기겠어요?"
 

반면 마스크를 하지 않고 인천공항에 입국한 지코 감독에 대해서는 칭찬이 뒤따랐다.
 

"역시 국제적으로 활약한 선수 출신이라 매너가 있어요. 일본선수들은 모두 마스크를 했는데 유독 지코 감독만은 안했잖아요?"
 

나는 TV를 통해 이 말을 듣고 속이 다 후련했다. 체증이 한꺼번에 가시는 기분이었다. 한 마디로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토장과도 같았다.
 

그들의 말대로 아직까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의학적 진단으로 사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가능성이 있다거나 의심되는 환자가 있긴 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총 34명이 사스 증상을 보여 일본 보건 당국의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사스 환자가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 때문에 중국이나 홍콩처럼 사스에 대한 긴장감은 훨씬 덜하다. 또한 홍콩처럼 전국민적으로 마스크를 하고 다니지도 않는다.
 

일본은 가끔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긴 한데, 간혹 눈에 띄는 정도지 그리 많지는 않다. 따라서 이번에 일제히 마스크를 한 선수들도 일본 국내에서는 물론 마스크를 하고 다니지 않았다. 한국에 갈 때만 마스크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 일본인들이 오죽 한국을 무시했으면 평소 안 하던 마스크를 하고 한국에 갔겠느냐고, 국제적인 매너가 없는 선수들이라고 비난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골적으로 한-일전은 정신면에서나 기량면에서 일본이 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헌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극적인 골을 넣어 일본이 1대0으로 이겼다.
 

이를 보며 내가 생각한 것. 만약 일본이 졌으면 반드시 마스크 문제가 다시 불거져, 선수들이 진짜 한국의 위생상태를 무시해서 그리했는지 냉철히 따져 볼 수가 있었을 텐데, 일본선수들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이지 곱씹어 볼수록 기분 나쁜 일본선수들의 마스크 착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