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미와 일본인의 원리원칙
빗속에서도 꽃놀이 행사 … 한번 정하면 안바꿔
글:유재순
이제 일본은 완연한 봄 날씨다. 거리의 가로수는 손톱 같은 새순이 막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흐드러지게 피었던 사쿠라 꽃은 파릇파릇한 잎사귀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지난 주 일요일인 13일, 지방에 가보니 시골에는 아직도 사쿠라 꽃이 만발해 있었다. 도쿄에서는 이미 져버린 사쿠라 꽃을 지방에 와서 다시 보니 얼마 전 일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약 일주일 전, 일본 출판사 사장과 대학교수 K씨, 나 이렇게 셋이서 꽃놀이인 하나미(花見)를 가기로 했다.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따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하나미는 취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점심 무렵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종일 온 비로 춥기 때문에 약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앞당겨 하나미를 한다고 했다.
"아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무슨 하나미예요? 어떻게 비를 맞으면서 술을 마셔요."
그러자 출판사 사장은 정색을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무슨 소립니까? 비 온다고 그만두다니요. 비 온다고 사쿠라 꽃이 갑자기 증발되기라도 한답디까? 하나미 정취는 오히려 빗속이 더 나은 법이에요."
결국 그날의 하나미는 예정대로 갖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미리 약속이 있어 그 시간에 나가지 못하고 나중에 가게 됐다. 내가 깜짝 놀란 것은 약속 장소인 공원에 가서였다.
그 때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고, 땅바닥은 하루종일 내린 비로 구두가 젖을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데도 평소 같진 않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혹은 천막을 치고, 땅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서 따끈따끈하게 데운 정종을 마시면서 정말 운치 있는(?) 하나미를 즐기고 있었다. 커피를 파는 노점상들도 있었다.
그 속에서 출판사 사장과 대학교수 K씨는 선 채로 우산 속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이날, 빗속에서 하나미를 즐기고 있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일본인들은 정말이지 철두철미한 원리원칙주의자다. 한 번 정해진 사안에서 형태를 바꾸거나 내용이 변경되면 큰일나는 줄 안다. 설사 죽음이 그 원리원칙을 위협한다 해도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죽음으로써 그 원리원칙을 지킨다. 그렇다고 그 원리 원칙이라는 것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대 사안인 것도 아니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지만 일본인들의 성격은 그렇다.
하나미만 해도 최고 지식인이라고 하는 출판사 사장과 대학교수는 아주 당연한 듯이 빗속에서 선 채로 술을 마시며 두 시간 동안 하나미를 즐겼다. 물론 나중에는 추워서 오돌오돌 떨기까지 했다.
이 같은 일본인들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꼭 양파껍질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벗겨도 벗겨도 그 속이 보이지 않는 양파껍질, 막상 그 껍질을 벗기면 고갱이는 하나도 없는 텅 빈 양파 말이다. 그러나 벗기는 그 과정이 일본인들에게는 전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빗속에서 하나미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나는 절실하게 느꼈다.
빗속에서도 꽃놀이 행사 … 한번 정하면 안바꿔
글:유재순
이제 일본은 완연한 봄 날씨다. 거리의 가로수는 손톱 같은 새순이 막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흐드러지게 피었던 사쿠라 꽃은 파릇파릇한 잎사귀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지난 주 일요일인 13일, 지방에 가보니 시골에는 아직도 사쿠라 꽃이 만발해 있었다. 도쿄에서는 이미 져버린 사쿠라 꽃을 지방에 와서 다시 보니 얼마 전 일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약 일주일 전, 일본 출판사 사장과 대학교수 K씨, 나 이렇게 셋이서 꽃놀이인 하나미(花見)를 가기로 했다.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따라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하나미는 취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점심 무렵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종일 온 비로 춥기 때문에 약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앞당겨 하나미를 한다고 했다.
"아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무슨 하나미예요? 어떻게 비를 맞으면서 술을 마셔요."
그러자 출판사 사장은 정색을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무슨 소립니까? 비 온다고 그만두다니요. 비 온다고 사쿠라 꽃이 갑자기 증발되기라도 한답디까? 하나미 정취는 오히려 빗속이 더 나은 법이에요."
결국 그날의 하나미는 예정대로 갖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미리 약속이 있어 그 시간에 나가지 못하고 나중에 가게 됐다. 내가 깜짝 놀란 것은 약속 장소인 공원에 가서였다.
그 때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고, 땅바닥은 하루종일 내린 비로 구두가 젖을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데도 평소 같진 않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혹은 천막을 치고, 땅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서 따끈따끈하게 데운 정종을 마시면서 정말 운치 있는(?) 하나미를 즐기고 있었다. 커피를 파는 노점상들도 있었다.
그 속에서 출판사 사장과 대학교수 K씨는 선 채로 우산 속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이날, 빗속에서 하나미를 즐기고 있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일본인들은 정말이지 철두철미한 원리원칙주의자다. 한 번 정해진 사안에서 형태를 바꾸거나 내용이 변경되면 큰일나는 줄 안다. 설사 죽음이 그 원리원칙을 위협한다 해도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죽음으로써 그 원리원칙을 지킨다. 그렇다고 그 원리 원칙이라는 것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대 사안인 것도 아니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지만 일본인들의 성격은 그렇다.
하나미만 해도 최고 지식인이라고 하는 출판사 사장과 대학교수는 아주 당연한 듯이 빗속에서 선 채로 술을 마시며 두 시간 동안 하나미를 즐겼다. 물론 나중에는 추워서 오돌오돌 떨기까지 했다.
이 같은 일본인들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일본인들의 국민성이 꼭 양파껍질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벗겨도 벗겨도 그 속이 보이지 않는 양파껍질, 막상 그 껍질을 벗기면 고갱이는 하나도 없는 텅 빈 양파 말이다. 그러나 벗기는 그 과정이 일본인들에게는 전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빗속에서 하나미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나는 절실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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