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대를 읽는 잡지 도서관, 오오야분코

푸른하늘김 2003. 4. 18. 00:26
시대를 읽는 잡지 도서관, 오오야분코

메이지 시대부터 60만권 소장....유명인들도 자주 이용


글:유재순



오랜만에 게이오선의 하치망야마(八幡山)역 근처에 있는 오오야 분코(大宅文庫)에 갔다.
 

오오야 분코는 일본의 유일한 잡지 도서관으로, 문학-문화 비평가인 고(故) 오오야 소이치씨가 살던 집을 개조하여 만든 잡지 도서관이다. 그래서 도서관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따 오오야 분코(文庫)라고 명명했다.
 

도쿄대 출신으로 잠시 마이니치 신문사에 몸을 담았던 그는 전후 시대의 풍조를 날카롭게 꼬집고 재단하는 문장으로 필명을 날렸다. 또한 독특한 인물평과 사회평론으로 유명했던 그는 사회적 영향력도 대단해 생전에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설립하고, 해마다 뛰어난 인재들을 발굴해 육성했다.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은 지금도 일본에서 권위 있는 상 중의 하나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작가들 중에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들이 많을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과 그 권위가 대단하다.
 

한편 오오야씨는 평소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잡지를 탐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때문에 70년 그가 사망했을 때 그의 집에 소장돼 있던 잡지는 무려 수 천여권에 달했다. 그것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수 십년 전의 창간호들이 많아 개인이 소장하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종합 일간지에도 없는 잡지들이 그의 집에는 수두룩하게 있었던 것.
 

그래서 그의 자녀들과 그를 기리는 주변의 지인들이 의견을 모아 잡지 도서관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오오야 분코는 근대를 연구하는 학생들이나 학자, 인물취재를 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문화 유산이다.
 

현재 오오야 분코가 소장하고 있는 잡지는, 메이지 시대부터 현재 발간되고 있는 잡지에 이르기까지 약 1만여 종류 60만여 권. 잡지의 장르도 인물과 사건, 사고, 사회현상, 생활 풍조 등 다양하다. 이 잡지들을 통해 일본의 근대사 중 100여 년 전의 생활까지도 소상히 알 수 있다.
 

때문에 자주 오오야 분코를 찾는 이들 중에는, 역사소설을 쓰는 유명작가나 인물 전기를 쓰는 논픽션 작가 등이 단골 내방객이고 잡지 기자들 또한 자주 찾는다.
 

하루 입관료는 500엔. 한번에 열람해 볼 수 있는 잡지는 10권 정도다. 하지만 고단샤 같은 큰 출판사나 계열사인 잡지사에서는 직접 오지 않고 법인 회원에 가입하여 편집실에서 원하는 자료를 팩스로 직접 받는다. 법인 회원 가입료는 1년에 15만엔으로, 개인도 1만5000엔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똑같이 집에서 팩스로 자료를 받아 볼 수가 있다. 단 자료 복사비는 A4~A3 사이즈 매수당 300엔의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컬러 복사비는 좀 더 비싸 500엔 정도 한다.
 

하지만 직접 도서관에 가서 열람하고 복사하면 장당 100엔만 내면 된다. 컬러는 200엔.
 

아무튼 오랜만에 찾아간 오오야 분코 잡지 도서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찾으려는 사람들로 여전히 붐볐다. 하지만 도서관답게 1층 접수창구와 2층 열람실은 책갈피를 넘기는 소리 외에는 너무나도 고즈넉하고 아늑했다.
 

나는 1층에서 500엔의 입관료를 내고 2층에 올라가 내가 찾는 잡지 열람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책을 받아 열람실 구석에 가 앉았다. 내가 앉은 건너편엔 정확히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꽤 유명한 원로 소설가 한 분이 수십 권의 잡지를 쌓아 놓고 페이지를 열심히 넘기고 있었다.
 

나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금방 자료를 찾아 복사를 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나는 열람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아무리 첨단과학의 이기로 모든 것을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해결하는 세상이 됐지만 이 오오야 분코 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종이냄새 펄펄 날리며 손가락에 침을 발라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이, 그 옛날 풍금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초등학교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마음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