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을 운동회

푸른하늘김 2002. 10. 2. 03:43
가을 운동회

동경 시내에서 초등학교를 비롯한 중고등, 대학의 운동장이라곤 정말 코딱지만 하거나 아예 운동장이 없거나 한 곳이 많다.


며칠 전 우리집 아이가 들어 갈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으니 참가해 달라는 편지가 왔다. 오늘 아침 아이와 함께 가족이 전부 운동회 구경을 갔다. 집사람에게 초등학교에 대해 말로만 들어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참이었다.

초등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한 5분 걸리는 곳에 있는데 주변엔 넓은 밭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작은 개울을 건넌다. 개울물 에는 아이들이 가재와 물고기를 잡느라 무리를 지어 있었다. 초등학교에는 한국의 시골에서나 볼 수있는 넓은 운동장과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다.오늘 운동회는 맑은 가을 하늘의 전형적인 운동회였다.

이곳도 한국과 같이 두 편으로 나뉘어 응원을 하는 것이 조금은 신기했다. 단, 한국은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응원을 하는데 이곳은 홍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릴레이를 하고 응원전도 펼치는 것 같았다.

오랫만에 보는 초등학교라 교실을 보니 아이들이 벗어 놓은 옷들이 책상위에 던져져 있었다. 학교 유리창에는 아이들이 써놓은 각 학년들의 운동 구호와 홍백군의 응원 구호 등이 큼직하게 붙어 있다.

교실로 들어 가는 입구에 수도가 있는 것은 한국이나 여기나 같은 것 같다. 운동장에는 모두들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을 촬영하느라 분주하다.

많은 극성 아빠가 커다란 사다리를 가져와 마치 프로 카메라 맨처럼 진지하게 찍었다. 텔레버전에서 보는 비디오 카메라 선전 화면 그대로였다. 만국기가 달려 있는 모습도 꼭 같았다.

오늘 운동회를 보니 옛날 우리 때 운동회가 생각났다. 일본과 다른 점은 우리 때 운동회는 남에게 보여주는 운동회가 아니라 기마전이니 씨름이니, 단거리, 장거리 달리기, 줄다리기,.2인삼각 달리기, 과자 따먹기 등 아이들이 즐기는 운동회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놀러온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매스게임이나 달리기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즐기는 가슴 설레는 운동회가 아니라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퍼먼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때는 운동회라면 학교 주변에 잡상인들이 몰려 띠기(포도당이나 설탕으로 그림 모양 만들기)나, 다른 군것질 상인들이 몰려 무슨 잔칫집 같았는데 이곳에는 잡상인은커녕 학교 주변에 문방구도 하나 없다. 학교 정문을 나오면 한 집 건너 큰 밭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인지 어떤지 얼른 판단이 안 되나 옛날 가슴 설레던 운동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오늘 운동회를 보고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도 있었다. 운동장에 걸린 만국기에 한국 태극기는 어느 줄에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요 며칠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한국까지 악영향을 미쳐 행여 나중에 아이들에게 이지메 문제는 일어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에 한국인이 우리애 이외에도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가을 운동회에 불안감이 어디선지 밀려 온다.



이글은 안호진 선배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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