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이제부터는 자기책임"
풀려난 인질 "다시 이라크 가겠다" 발언에 고이즈미 불쾌감 표시
글:박철현
15일 오후 5시(일본시간)에 풀려난 일본인 3인 중 1년 여 동안 이라크 현지에서 NGO 활동을 해온 타카토(34)와 취재활동을 해온 코오리야마(32)가 <알 자지라>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다시 이라크에 들어가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교도통신>은 고이즈미 총리는 2명의 발언을 들은 후 16일 낮 총리 관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대한)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정부의 사람들이 동분서주하며 노력했는지 모르는 거냐?"며 "어떻게 그런 식의 발언을 할 수 있는가? 이제부터는 자기책임이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고이즈미 총리는 자위대에 의한 재건부흥 지원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에 "(지금까지의 방침에) 변함없을 것"이라고 하였으며, 바그다드 근처에서 납치당한 것으로 알려진 2명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야스다, 와타나베)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 발언과 관련, 일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협회 소속 회원 약 900명은 15일 후쿠다 관방장관의 "모든 민간인은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발언과 16일 낮 고이즈미 총리의 "이제부터는 자기책임"이라는 나몰라라식 태도에 분노 16일 오후 5시 도쿄도내 나카노에서 긴급집회를 열어 정부를 성토했다.
종군기자로서 1년 여에 걸쳐 이라크 현지의 모습을 알려온 토요타 기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정부의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사실 정부가 이번 3인의 구출에서 한 것이 무엇이 있나?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 일본 정부는 우리들에게 '이라크에 가지마라'고 하고 있는데, 그건 우리들 저널리스트에게 현실을 보도하지 말라는 논리와 똑같다"며 "저널리스트의 임무는 있는 현실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인데, 그것을 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직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똑같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실제로 일본의 보수 언론인 <요미우리>, <산케이> 등은 사설, 칼럼을 통해 일본 정부가 이번 일본인 3인 석방 협상에서 무장단체에 굴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저널리스트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등 일본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것에 대해 일본의 유력 시민단체 '피스보트'의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요즘 일본정부와 언론을 보면 자위대가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됨이 오히려 명백해진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처음에 (일본정부는) 일본 국민에게 자위대가 헌법상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들어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라크의 인도적 지원, 재건/부흥등을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이라크는 안전하다'는 식의 논리를 거의 매일 쏟아 내었다. 우리 통계만으로도 1월부터 3월까지 약 500여건의 신문기사에 저런 식의 논리가 나와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위험하기 때문에' 이라크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험한 상황 때문에 자위대는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있는 건가?"
이 관계자의 말뿐만 아니라 이번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저널리스트 야스다 쥰페이(32)가 지난 1월경 TBS 와 가진 인터뷰 영상에도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나타난다.
인터뷰에 의하면 야스다는 "지난 11월 피살당한 주일대사관 이노우에 참사관이 생전에 나와 만나 '이번 이라크 전쟁은 무언가 이상하다'며 '도무지 일본정부가 왜 여러가지 무리수를 두어 가면서까지 자위대를 파견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라는 말을 했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29일 참사를 당한 이노우에 참사관이 자위대 파견에 따른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일원이었고, 또 대사관의 중책을 띠고 있었던 점으로 볼 때 그의 생전 발언이 가지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3인 구출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수니파 계열의 이슬람성직자협회의 쿠바이시 지도자가 3인이 구출된 후 <알 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고이즈미 총리에 보내는 메시지도 16일 저녁 일본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우리가 당신네들보다 이번에 납치된 일본인 3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운을 뗀 뒤 "지금 미국의 전세계 패권전략에 맞서 싸우는 유일한 곳은 이라크 민중들 뿐이다. 당신들 역시 반세기 전 미국에 피해를 입지 않았는가? 당신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그때 당신네들이 당한 고통을 지금 이라크의 민중들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자위대의 철수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쿠바이시 지도자의 메시지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논평을 삼가했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번 교섭에 큰 힘을 발휘했다, 먹고 자지도 못한 채 매달렸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상 이슬람성직자협회와 시민단체들이 그들을 구출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정세, 무차별적인 납치위협과 살해 위협에 대해 아무런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일본 정부. 그리고 미 딕 체니 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위대 철수불가'와 '든든한 미일공조'만을 외친 고이즈미 총리.
그러나 <아사히신문>이 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위대 철수하지 않은 일본 정부가 잘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3%의 시민이 "그렇다"라고 답한 것으로 보아,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여전히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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