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새로운 한국'에 눈떴다 |
| 배용준의 일본 방문은 요즘 일본에 불고 있는 한류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NHK BS 위성방송을 타고 방영된 [겨울연가(冬のソナタ)]는 지금까지 DVD가 15만개, 일본어 소설책이 86만부나 팔렸다. 또한 [겨울연가]의 한국어 대사를 직접 배우려고 한국어 강좌에 여성들이 몰려들어, 후유소나 현상(冬ソナ現狀)이라는 대대적인 붐을 불러왔다. 그래서 이번 방문에는 벚꽃이 무색해질 만큼 화젯거리도 만발했다. 방문 첫날 하네다 공항에는 5,000명의 팬이 모여, 최고 기록을 깨뜨렸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 인포시크(www.infoseek.co.jp)에서도 주간 검색어 1위를 차지, 11년간 '좋아하는 남자' 1위를 차지하고 있던 SMAP의 멤버 기무라 타쿠야를 거뜬히 제쳤다. 배용준을 직접 보지 못한 팬들은 도쿄 올림푸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조세현 작가의 '더 맨(The Man)' 사진전에 몰려들었다. 배용준뿐만 아니라 원빈, 김재원, 이병헌, 장동건 등 한국의 다른 남자 배우도 인기다. 한-일 문화 수출입구조 역전 발판 사실 일본 내의 한류는 중국, 대만 등에 유학했던 일본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수입된 것이다. 영화 〈쉬리〉가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한국이라고 하면 남북분단 등의 어두운 이미지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 등지에서 새로운 한국에 눈뜬 유학생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한류 바람을 전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한류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문화산업 선진국인 일본에까지 전파된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한국의 문화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과 여지껏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으로 수출되던 산업구조가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한류 열풍이 전해질 때마다 한국 국민은 반신반의했다. 과장보도로 봤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한류는 분명한 태풍급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중문화가 왜 선진국 일본에서 인기를 끌까? 그 이유는 우선 일본 연예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민적인 아이돌 그룹 SMAP가 아직도 건재하고, 멤버의 기무타쿠(기무라 타쿠야의 애칭)가 여전히 인기지만 30대를 넘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일본 연예계는 포스트 기무타쿠가 없는 실정이다. 물론 꽃미남 탤런트는 많지만 여성편력, 성 스캔들로 자기관리가 허술해 인기가 급락하는 등 국민스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소속사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관리해주는 일본식 스타 시스템의 허점인 듯도 하다. 또 하나의 원인은 4월에 일제히 시작된 일본 드라마 중 6개가 장애인을 테마로 하는 등, 시청률 춘추전국 시대라는 점이다. 그래선지 자사 드라마를 선전 중이던 각 방송국도 배용준 사마(樣-존칭)의 열기에 놀라 부랴부랴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NHK도 [신센구미(新選組)]라는 시대극 드라마를 내놓았지만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 시청률이 부진한 상황이다. [겨울연가]가 가입자 1천5백만인 NHK BS 위성방송을 떠나 NHK 공중파로 데뷔한다는 것은 일본 드라마와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아직도 [겨울연가]를 보지 못한 3천만 인구가 있음을 생각하면 한류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겨울연가]의 라이벌은 일본 드라마가 아니라, 미국에서 대히트한 리얼 드라마 [24]다. [24]역시 심야 시간대에 공중파로 방송을 시작한다. 일단 [겨울연가]는 심야 시간대인데도 9.2%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 한 번 보긴 봐야겠다는 시청자들도 꽤 되기 때문에 시청률은 더 올라갈 조짐이다. 아름다운 순애보가 일본인 감성 자극 한류 인기의 세번째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NHK 출판사는 4월부터 시작되는 한국어 강좌의 교재가 품절되는 통에 20만 부 추가 인쇄라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NHK가 [겨울연가]로 얼마나 짭짤한 재미를 보았는지는 수신료 납부안내 포스터에 [겨울연가]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겨울연가]가 미국 드라마 [ER]보다 장사를 더 잘했다는 것은 일본 매스컴 업계에 널리 알려진 일이다. 덩달아 후지 TV도 올 6월부터 [천국의 계단]을 상영키로 했다. TBS등 다른 방송국에서도 한-일 합작 드라마나 한국 드라마 수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일본 시청자들에게 들어보았다. "일본에선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순애(純愛)를 주제로 해서 그런 것 같다. 요즘 드라마는 불륜이나 선정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 질려버렸다. 우선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러브스토리가 없다. [겨울연가]는 배경도 무척 예쁘고, 노래도 아주아주 좋다."(30대 주부) "순정만화와 같은 스토리에 왕자님 같은 주인공. 순정만화를 보고 자란 주부들이 열광하는 게 당연하지요."(40대 주부) "배용준씨 나이가 내 아들과 비슷하지만, 내가 봐도 사랑하고 싶고, 지켜주고 싶을만큼 반듯한 사람은 요즘 일본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힘든 일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60대 주부) "흔히 주부들이 [겨울연가]를 본다고 하지만, 남자인 내가 봐도 배용준은 멋있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겨울연가]로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최지우씨 팬이다." (30대 회사원) "엄마가 보기에 같이 보게 되었는데, 겨울연가는 10대인 내가 보아도 일본 드라마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어 신선하다. "(10대 여학생) 일본의 경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급여는 제걸음이고 치정살인-학대 등이 난무하는 암울한 사회에서 일본인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 한국 드라마다. 한번 맛본 시청자들은 한국 문화에 눈떠, [대장금]은 물론이고 사회성이 짙은 [모래시계]까지 찾아볼 정도다. 이수지 buddy-suji@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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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는 포스트 기무타쿠가 없는 실정이다. 물론 꽃미남 탤런트는 많지만 여성편력, 성 스캔들로 자기관리가 허술해 인기가 급락하는 등 국민스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소속사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관리해주는 일본식 스타 시스템의 허점인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