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언론, 이승엽 홈런에 '극찬'

푸른하늘김 2004. 4. 5. 22:45
일본언론, 이승엽 홈런에 '극찬'

카네모토, 솔로홈런으로 한신타이거즈 요미우리에 3연승

글:박철현


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승엽의 홈런포가 터지자 일본열도는 이승엽의 괴력에 "엄청나다(すごい!)"라는 환호성을 연발했다. 추정 비거리 150미터. 구장의 장외펜스를 약 25미터 이상 높게 초월해버린 이 특대홈런은 주차장 바깥에 세워둔 관객의 차유리를 깨뜨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 홈런을 지켜본 보비 발렌타인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은 "내 생애 본 홈런중 최고로 멀리 날라간 홈런으로 꼽고 싶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우리 팀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은 라이트 방면쪽에 주차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한편 이 괴력의 홈런포를 지켜본 야구해설자 에가와를 비롯해 거의 전 일본 매스컴이 "과연 아시아의 홈런왕이다. 다이에 호크스 왕정치 감독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궁금하다.(さすがアジアの本壘打だ。王監督がどんな氣持ちで觀てたんですかね)"라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이승엽의 이 홈런포는 오늘자 각종 스포츠신문을 비롯하여, 종합일간지에서 톱기사로 다루어졌는데, 특히 요미우리 그룹계열의 요미우리 신문은 계열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기사보다 이승엽의 홈런에 관한 기사를 전진배치하여 눈길을 끌었다.

또 이 신문은, "아직 이승엽은 본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스윙역시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왜 한국에서 56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발렌타인 감독이 두시합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승엽을 4번타자로 기용하는지에 대해 증명된 셈이다"라며 이례적으로 외국인 타자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일본의 야구전문잡지 주간베이스볼의 홍보담당자인 이치하라(32) 역시 전화통화에서 "이번 홈런의 의미는 일본야구 전체를 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센트럴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뒤떨어진 퍼시픽리그가 니혼햄의 신죠츠요시를 비롯, 작년 꼴찌였던 롯데 마린스의 분전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목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이번 이승엽의 홈런이다"며 이번 홈런의 의미를 평가했다.

이 홍보담당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번 승리로 지바 마린스는 6승 2패를 기록, 2위인 긴테츠 버팔로우스(4승 3패)와의 간격을 1.5게임차로 벌리면서, 꼴찌들의 반란이 반란이 아니라 실력임을 증명하는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 되었다.

한편, 작년 재팬시리즈에서 비록 7번 승부까지 가는 접전끝에 4대 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3차전과 4차전에서 최고의 승부를 보여주어 팬들에게 눈물과 감동, 환희를 선사한 한신 타이거즈 역시 전통의 라이벌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개막 3연전(원정경기)을 전승으로 마감하여 작년의 기세를 이어갔다. 특히, 재팬시리즈 3, 4차전의 영웅인 재일동포 3세 카네모토(金本)는 3연전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현해탄을 건너간 이승엽 선수가 어제 역전 장외홈런을 때린 비슷한 시간에 히로시마 출신의 카네모토 역시 팀승리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때려, 아마도 한반도 출신의 재일동포 야구팬, 그리고 일본에 건너온 많은 뉴커머들은 쏠쏠한 재미를 맛보았으리라 예상된다.

이번 홈런에 대한 일본언론의 반응이 단순히 과장과 설레발을 좋아하는 일본스포츠지의 특징에 불과하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홈런을 계기로 이승엽이 퍼시픽리그의 붐에 앞장서고, 또 한국인의 기상을 높이 떨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비록 귀화는 했지만 야구에 관심있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재일동포 3세 카네모토의 활약이 이승엽과 더불어 일본언론지면을 채우는 모습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것 자체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많은 재일동포들과 뉴커머들의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이승엽이 특대홈런을 치는 그순간 왕정치 감독이 입을 벌리고 어이없어 하는 모습과 카네모토의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을 보고 자이언츠의 호리우치 감독이 식은 땀을 닦아내는 장면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것은 기자뿐일까?

두 사람의 건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