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자 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하루 행동’ 참관기







2004년 봄, 일본의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비자문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월 22일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하루 행동’이라는 테마로 아침이 시작되었다. 오전 9시30분 도쿄 츄오(中央)구 쯔키지(築地)에 위치한 아사히(朝日)신문 본사 앞, 외국인 노동자 50여명과 일본의 노동조합원과 시민단체의 회원 50여 명이 아사히의 영자신문 <헤럴드 아사히>의 부당해고에 맞서 우중시위를 시작했다.
현재 <헤럴드 아사히>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및 일본인 직원은 상당 수가 일용직 계약 노동자다. 신분적인 불이익과 일용직 노동자라는 차별을 해결하고자 2002년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자 사용자 측은 일방적 결정을 통보해온다. '1년 고용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4회까지만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이었다.
즉각적으로 노동조합이 강력히 항의하자 종전보다 더한 1년 고용계약에 3회 갱신, 임금 14% 삭감을 단행했다. 필사적으로 항거한 노동자 5명이 해고조치 당했다. 그나마 일본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아사히(朝日) 신문의 노사관에서 현재 일본언론의 수준을 짐작할 만 하다.
1시간 정도의 집회가 일단락되고 참가자 전원이 이동한 곳은 근처 히비야(日比谷)에 위치한 <유나이티드>항공사 앞이다. 오전 10시 45분 부당해고 항의집회가 시작되었다. 유나이티드가 일본계 페루인 임신휴직 중 해고통보한 사건이 발단이 돼 시작된 집회였다.
집회 도중 나온 페루 노동자들의 민족음악 공연은 절규처럼 들렸다. 1시간의 집회가 끝이 나고 마지막 일정인 중의원 회관으로 모두 이동했다.
오후 1시 정각, 나가다쵸(永田町)의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는 이날 두 번의 사전집회에 대한 연장 행사가 열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외무성 출입국관리국의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전자우편 신고제도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및 임금차별, 노동 일수 시간 초과, 산재에 관한 문제 등과 관련 정부의 입장과 노력을 듣는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1993년부터 12년 간 계속된 하루 행동과 질의응답 행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산재, 임금차별철폐를 위해 일하고 있는 <카나가와 씨티유니온>, <전통일노동조합>, <엠네스트 일본지부> 등이 연대하여 만든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국 네트워크>가 주관했다.
이 자리는 기자가 보기에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정부와 국회 관계자 7개 부서 50여 명을 차례로 불러 심문(?)하는 자리인 것 같았다.
전반적인 외국인 노동자의 어려운 사정과 정부의 대책, 현 실태 등을 점검하고, 부서별로 질문하고, 답을 받는 과정이었다. 질문을 받고 어쩔줄 몰라 하는 정부측 답변자들에 대해서 질문자들은 분노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행위가 예측되는 외국인에 대한 전자우편 신고제도’에 대해서는 공분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임금차별과 부당해고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인권과 복지, 차별문제에 대해서는 공감되는 측면이 많았다.
오후 5시가 넘어 폐회 직후 집회와 행사를 주관한 <카나가와 씨티유니온>의 무라야마 사토시 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그는 일본 노동운동사상 유일무이한 27번의 해고기록을 가지고 있는 '뛰어다니는 노동법 사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동문제 해결사이다.
- 12번째 행사를 보면서 놀랍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감사합니다. 일본이 한국 보다 노동운동을 일찍 시작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일본계 페루, 브라질 인들과 한국, 중국, 동남아 노동자 문제를 비롯하여, 이민정책을 채택하지 않고 산업연수제도나 불법체류노동자들을 편법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부의 구조적인 책임이 커서 12년 동안 이런 싸움을 하고도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 그래도 한국 보다는 앞선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국회에서 당당하게 피켓들고 띠 두르고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물론 저희도 처음에는 그런 일이 불가능 했습니다. 하지만 12년 간 꾸준히 싸우고 노력한 결과 지금은 국회에서 식사도 하고 자리를 얻어 행정부 간부들을 차례로 불러 요구하고 주장할 수 있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한국도 열심히 하면 금방 될 것 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최근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의 심각성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선은 아직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부당해고나 근무시간 및 일수초과, 최근의 불법체류외국인 전자우편 신고제도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범죄 가능성이 보인다, 피해를 준다, 의심 간다, 불량하다, 시끄럽다는 등의 이유로 외국인을 무기명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는 일본을 신고, 고발 사회로 만들려는 의도이고 독재로 회귀시키려는 음모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최소한 일본인과 비슷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일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한국의 환경과 일본의 환경을 비교하자면.
"일본도 한국도 나쁜 것은 너무 쉽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벌금제도를 만들자 일본 정부가 벌금제도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일본이 범죄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전자우편 신고제도를 만들었으니 한국도 곧 그것을 받아 들일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이민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려고 만든 편법적 단기처방인 외국인 노동자 연수제도도 사실 일본이 만든 것을 한국이 흉내를 낸 것이거든요. 노동력이 필요하면 이민을 받아 들이거나 최소한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여 원하는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는 비자를 연장할 권리를 주는 것은 의무인데 이런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은 일본과 한국이 똑같거든요. 해결해야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 더 심하다는 말씀인가요?
"현실은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은 그 심각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2년을 계속하여 항변하고 주장하는데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느낍니다. 일본 정부 정말 각성해야 합니다.”
- 앞으로의 과제는.
"일을 원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며, 일본이 동남아는 물론 남미, 아프리카의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법, 제도적인 차원의 개선이 요구되며 저는 계속 투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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