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삼성을 위한 제언

푸른하늘김 2003. 12. 10. 20:09
일본 삼성을 위한 제언

발로 뛰는 주재 기업이 되어야


글:정준곤





삼성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브랜드 파워는 때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뛰어 넘는다. 삼성은 유일하게 세계에서 통하는 일류 브랜드이며, 세계인들은 소니, 제너럴일렉트로닉스 등과 마찬가지로 삼성을 초국적, 다국적 기업으로 판단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생산기술력에 관한한 세계 제 1위의 대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제 관련 언론들도 삼성만큼은 경계하며, 또 삼성만큼은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특히 올 4월 삼성의 주가 총액이 소니를 뛰어넘었다는 소식이 교도통신을 통해 전국에 타전되자 각 언론들은 제각기 삼성 특집을 실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サムソン、いったいどのくらい?いか?(삼성 도대체 얼마나 강한가?)”,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삼성, 소니의 주가 총액을 앞지른 이유”, 닛케이비즈니스의 “삼성반도체, 끝이 안보이는 호황”, 그리고 전자관련 잡지의 삼성관련 기사 도배 등을 보면 약간의 오버는 감안하더라도, 삼성은 “이제” 자라나는 유망주가 아니라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적이 그간 한국기업들이 수출을 위해 해 온 일상적이며 상투적인 수단인 덤핑판매, 한인들의 애국심 자극 등의 천편일률적인 영업전략으로부터 벗어나 제대로 된 기술부분의 연구개발 및 투자와 세계적 차원의 마케팅 전략에 힘을 쓴 결실이라는 것이다.

올초 닛케이 일렉트로닉스에서 조사한 전문가 대상의 “연구개발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삼성전자가 쟁쟁한 라이벌인 소니, 제너럴 일렉트로닉스, 파나소닉, 히타치 등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는 결과는 그것을 반증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도 삼성의 전략은 발빠르다. 금세기 최고의 흥행작이라 불리는 <매트릭스> 제작에 참가한 그 선견지명은 <스파이더맨>의 제작에 참가했던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의 요청에 의해 “스파이더맨 내용 중에 등장하는 뉴욕타임스 스퀘어 빌딩의 SAMSUNG 간판을 지워라”라는 처절한(?) 보복을 당할 정도로 경쟁사의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경영구조 및 후계구도에 있어 국내외의 비난을 받고 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된다'라는 고(故) 이병철 회장의 유지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사적 차원에서 성스럽게 받들어져 있고, 이건희 회장의 무리한 이재용 상무 키우기는 여러 시민단체들의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성역인가?”라는 각종 언론의 비아냥을 참지 못한 검찰이 마니풀리테를 선언하면서 국내 재벌들의 비자금 등 각종 비리들에 대해 칼을 뽑겠다고 나선 형편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비자금도 비자금이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재용 상무에게 무리하게 넘겨준 용인 에버랜드 주식 양도 건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부당증여 행위이기 때문에, 정치적 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한 어느 정도의 “법적” 처벌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삼성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반도체 파워. 그 파워가 어떤 의미에서 일방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반도체 파워”라는 일방성. 그 반도체 파워가 무너지는 순간 삼성은 한순간 무너진다고 예측하는 일본의 실물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삼성이 덩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적자를 계속 창출하는 계열사들을 과감히 독립시키고, 삼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최소주의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써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반도체, 전자부문”으로서의 이미지이다. 그리고 전자부분에서도 가전은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액정TV, HDTV에 있어 발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으나, 그외의 부분들 이를테면 완성품으로서 삼성의 로고가 찍히는 비디오 플레이어기, 오디오, 냉장고, 에어콘 등은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의 삼성도 일본에서는 손님 끌기용 상품으로, 그리고 홍보용으로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격경쟁력에서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싸다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판매 부진과 그리고 다른 계열사의 적자들을 삼성의 반도체가 모두 막아주고 있다. 삼성의 반도체가 과연 얼마나 팔리길래 그런 적자들을 다 메우고도 당기 순이익 2조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곧 삼성의 반도체가 최고의 성능, 최고의 품질을 지녔다는 것을 . 반증해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 반도체에 대한 삼성의 투자 역시 압도적인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생산기술의 천국인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전기 5개사(도시바, 히다치, 후지쓰., NEC, 미츠비시)의 반도체 관련 투자액을 모두 합해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에는 못 미친다.

즉, 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은 이왕 삼성이 반도체, 전자로 알려져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그것으로 밀고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삼성이 의류까지 만든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반도체와 의류는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동류에 묶일 수 없는 이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삼성이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표시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은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아니 국경이 없는 자본의 세계에서 삼성의 파워는,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삼성이라는 이름은 자랑스러움 그 자체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동경의 번화가 시부야 교차로 한복판에 걸린 삼성이라는 거대한 네온간판과 삼성의 일본진출 50년만의 쾌거라 불리는 록뽕기에 지어진 “티 큐브” 빌딩의 웅장한 외관을 보며 재일 코리안들은 설사 그것이 싸구려 민족주의적 감성이라 할지라도 뿌듯함을, 그리고 매년 조사되는 일본 대학생들의 입사선호기업에 <일본삼성>이라는 이름이 꼬박꼬박 올라가 있는 통계를 보면서 막연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과연 재일코리안들이 삼성에 대해 느끼는 그 막연한 자부심을 일본삼성의 주재원들이 알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혹시 본사 차원에서 뿌려지는 브랜드의 파워만 믿고, 일본에서 경력이나 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 그것은 이건희 회장과도 비교된다. 이건희 회장이 일본에 오면 아키하바라에 살면서 일본의 생산기술에 대해 하나라도 더 연구하고 조사했던 그 마음을 일본삼성의 주재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더이상 그룹차원에서 뿌려대는 브랜드 광고, 이미지 마케팅에만 안주해서는 안된다. 고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직접 찾아가고, 유명 가전제품 백화점과 직접 일대일 영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가짐.

브랜드로 삼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어졌지만, 직접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마음 안에 진실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행동을 보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들과 진실하게 나누는 대화는 반드시 실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예를 신생 벤처기업 “아이리버(iRiver)”에서 찾는다. 2000년 설립된 이 조그마한 벤처기업은 MP3 플레이어 개발 및 판매에 매진하고 있는 전형적인 기술중심의 벤처기업이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벤처기업이 일본내에서 행하고 있는 맨투맨 영업 전략은 그룹차원의 브랜드 마케팅에 안주하고 있는 일본삼성에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일본내에 가장 유명한 가전제품 백화점 빅카메라(Bic Camera)의 이케부쿠로 지점에 가보면 이 아이리버에서 출시된 MP3 플레이어의 위력을 맛볼 수 있다. MP3 플레이어 부분 주간 랭킹 1위에 빛나는 이 제품은 소니, 파나소닉, 아이와, 산요 등을 제치고 가장 화려하게 고객들을 눈을 끄는 장소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가격 역시 2-4만엔 대로 적정 가격대에 속한다.

MP3 플레이어 부분의 고객담당 사원인 다나까씨는 어떤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느냐 라는 질문에 “아이리버가 가장 잘 팔립니다. 소니나 파나소닉을 추월한 지 꽤 되죠.” 라고 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후 다른 직원에서 가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MP3 플레이어를 살려고 하는데 하나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스스럼없이 “아이리버의 iMP-550 시리즈가 요즘 잘 나갑니다”라며 아이리버의 제품을 추천했다.

이 3분여간 이루어진 일본인 점원들과의 간단한 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물론 아이리버의MP3 플레이어 자체가 우수하다는 것은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술이전에 척박한 일본 주류 가전업계 판매시장에서 일본인 점원들이 저렇게 자연스럽게 아이리버를 추천할 수 있을 때까지 기울인 영업사원, 주재원들의 노력에 새삼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가 고객들의 눈을 끌며, 점원들의 적극적인 설명 대상이 되고 있을 때, 일본삼성의 제품들은 1층의 점두상품으로 진열되고 있었다. 9800엔짜리 비디오 데크 박스가 엘리베이터 옆에 쌓여 있는 천덕꾸러기 신세.

그것이 바로 “브랜드 마케팅”에만 치중한, 현지화 되지 못한 일본삼성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다면 고치려고 해야 하거나, 아니면 철수해야 할 것이다.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반도체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까먹고 있는 것. 이것은 일개 기업의 낭비를 넘어, 국가적인 낭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삼성에 가지는 필자의 기대는 줄지 않는다. 척박한 일본 땅에서 50년의 역사를 가지는 한국기업 일본삼성. 그렇다. 필자는 그 50년의 전통을 여전히 믿고 있다. 검찰 조사로 인한 본사 그룹 차원의 뒤숭숭함과 상관없이 재일 코리안들의 명예와 긍지를 위해 일본시장에서 당당히 소니, 파나소닉 등과 겨루어 일상적으로 그들의 견제와 부러움, 시기를 동시에 받는 그런 기업으로 일본삼성이 환골탈태하길 기대해 본다.

악착같은 영업전략과 기술력으로 일본시장에 진입한 벤처의 사례를 그냥 흘려 버릴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각오로 연구하고 받아들여 보길, 그리고 자신들에게도 적용시켜 보길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