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간과 자연과 신을 조각하는 사람

푸른하늘김 2003. 12. 6. 01:35
인간과 자연과 신을 조각하는 사람

김희경의 "영혼의 나무" 조각전에서


"영혼의 나무"라는 제목의 조각전이 동경의 긴자에 위치한 조금만 갤러리에서 12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서 참 망설여졌다. 우선 제목부터가 조금은 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미술에는 문외한인 내가 김희경 선생을 만나 그의 조각전을 감상하고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을 전공한 내가 조각가를 만나 그의 인생관과 작품세계 그리고 돌과 금속을 만지는 조각이라는 세계에 대하여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전시회의 마지막날인 12월 5일 비가 내리는 긴자의 갤러리로 우산 하나를 들고 찾아 갔다.

언제나 그렇지만 긴자의 거리는 시골출신인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역시나 다를까 약속시간 보다 10분 일찍 역에 도착하였지만, 20여 분을 길거리에서 헤매다가 겨우 갤러리를 찾을 수 있었다.

4층의 아름다운 조형물 같은 건물안으로 들어서자 조각가 김희경(수원대 미대교수) 선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전시장을 잠시 둘러보면서 금속성의 강렬함 보다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운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금속에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다니 놀라움이었다.

잠시 전시장을 둘러보고서, 아주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 그리고 영혼의 나무라는 제목에서 오는 철학적인 느낌이 가지고서 김희경 선생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우선 "영혼의 나무"라는 테마로 7번째 전시회를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동일한 주제를 계속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인가요?

"저는 영혼의 나무라는 주제로 십 여년 전부터 서울에서 다섯 번, 파리에서 한 번, 동경에서 한 번의 전시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영혼을 가진 나무의 모습이라는 테마 그대로 동양의 철학과 아메리카 인디안의 자연관, 생태주의자들의 환경 보호론 등을 통합한 자연과 인간, 신이 조화를 이룬 세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나무가 큰 주제로 쓰인 것은 나무가 주는 순수함, 순결함 때문입니다. 나무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주는 일을 하는데 그 소재를 돌과 금속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철학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돌과 금속에 나무가 가지는 생명을 주는 것이고, 그것은 저에게도 신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은혜와 축복을 주고 받는다는 의미 입니다."

-차가운 돌과 금속에 영혼을 준다는 의미는

"처음에 돌을 접하고 금속을 접할 때는 정말 저런 돌덩이에 저런 쇠붙이에 무슨 영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돌을 다듬고 만지고 하면서 돌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저의 氣를 돌에게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금속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성을 다하고 세심하게 저의 모든 것을 돌과 금속 안에 이입시킴으로 돌과 금속에게도 생명을 넣어주는 것이지요.

이런 것이 바로 자연과 신과 인간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며 제가 영혼의 나무라는 테마로 저의 정신과 영혼을 그 속에 집어 넣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번 파리의 전시회에서는 저의 작품이 동양의 철학과 신비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같은 주제를 다양한 내용과 주제로 표현하는 작가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물론 파리에서는 작품도 많이 팔렸고, 같이 작품을 전시한 다른 작가들이 동양의 정신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며 저의 작품을 구입해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신과 인간과 자연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저는 대학을 졸업하자 바로 결혼을 하여 아들 쌍둥이를 낳고서 길러야 했습니다. 크리스찬이였던 제가 결혼을 하고서 천주교로 남편을 따라 개종을 하였고 아이를 키우면서 늦게 라도 공부를 더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고민이 많아 졌습니다. 종교적인 문제와 자식교육, 그리고 나의 일. 이런 갈등 속에서 나의 조각과 종교와 자식문제를 전부 포용할 수 있는 자연과 인간과 신의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고, 나무를 저의 테마로 잡고서 영혼을 불어넣는 일을 하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이 모든 문제가 하나로 융합이 되고 해결이 되더군요. 저에게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이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럼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치면서 계속 조각을 하게 된 계기가 그 문제이고 또 지금도 계속하여 그 문제를 일관되게 풀어나가고 계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처음보다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도 있습니다. 소재로 보자면 돌에서 출발하여 요즘은 주로 금속이 많아지고 있고, 다른 자연물을 이용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 초기에는 나무와 신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연과 신의 문제를 추상적으로 다루는 작품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조각의 실용성이나 자연스러움이 많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 앞마당에 전시된 저의 작품은 누구나 와서 앉아서 쉴 수도 있고 그냥 걸 터 앉아 사진도 찍고 아이들이 미끄럼도 탈 수 있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이고 환경적인 작품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유타대학 학생회관에 있는 저의 작품은 설치미술로 하나의 주제로 다양성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조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대중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작품이 앞으로 저의 작은 테마가 될 것 같군요".

-마치 중국의 고서인 주역을 보거나 아메리카 인디안 들의 환경론을 다시 배우고 설파하시는 것 같은데 평소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저는 가끔 제가 전생의 수도승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철학적인 문제와 환경생태적인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하지만 저의 이런 생각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을 하나로 만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신의 뜻을 제 자신이 펼치는 믿음의 표현이라고 생각을 하며 늘 자연과 교감하고 신에게 감사하며 인간에게 충실한 사람으로 조각가로 살고 싶습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김희경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각을 하는 예술가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수도승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늘 감사하고 신에 대해 자신의 뜻을 표현하며, 자연과 교감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영혼의 나무"를 만들어 가는 생태주의자의 건강한 모습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