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에서 발행되는 총련계 신문 조선신보의 평양특파원 인터뷰

푸른하늘김 2003. 11. 11. 02:16
총련계 신문 『조선신보』 평양특파원에 대한 공세적 인터뷰




"김정일은 건강하며 후계자는 자식 아닐 것"


최근 서방의 북에 대한 주요 관심사는 핵의 유무(有無), 2차 6자회담 일정과 향후 전망, 2∼3년 전부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과 시장개방 등일 것이다.
아울러 정치적인 문제로는 독일에서 귀국한 송두율 교수와 북의 관련성, 미국에서의 황장엽 발언, 김용순 비서의 죽음과 관련한 음모설, 북의 대남·대미·대일 관계 변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 등이 있다. 또한 서방언론이 제기한 바 있는 북의 정치범 수용소와 국군포로 생존확인, 선군(先軍)정책 등도 특별한 관심사 임에 틀림없다.
현재 일본을 비롯,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에서는 다양한 북에 관한 정보가 실시간 뉴스를 통해 매일 보도되고 있다. 그중에는 확실한 취재원에 의해 여과된 정보가 있는가 하면, 전혀 근거도 없는 정보나 정체도 모르는 기관이나 입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할 수 있는 몇몇 기관과 사람들을 제외하면 자신 있게 북을 말하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언론이나 정보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나 대학 및 연구소에서 북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도 북에 대해 질문하면 "정말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 국가"라고 되풀이할 뿐이다.

『조선신보』의 평양특파원

현재 북엔 외신기자가 몇 명 상주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취재기자 1명, 중국 『인민일보』의 취재기자 1명, 사진기자 1명과 『신화통신』의 취재기자 1명 등이 그 외신기자들이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는 일본에서 발행되는 총련계 신문인 『조선신보』의 취재기자 2명과 사진기자 1명이 평양에 상주하면서 취재하고 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어렵'다는 북에 12년째 상주하면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신보』의 김지영 기자다. 1966년생인 김지영 기자는 전라도가 고향인 조부를 둔 재일 조선인 3세로 동경에 소재한 총련계 대학인 조선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조선신보』에 입사, 지난 1992년부터 평양지국의 특파원으로 북에 대한 전반적인 취재를 맡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의 기사는 월간 『민족21』에 「여기는 평양」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연재되고 있어, 북에 관한 연구자들은 물론 북의 정보와 사람 살이 등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필자가 그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은 벌써 5년 전쯤의 일이다. 한국의 『연합뉴스』를 통한 북에 관한 기사를 제공하는 곳이 『조선신보』라는 것을 우연히 알고부터, 일본에서 북에 관한 궁금한 정보를 남보다 먼저 알기 위해서는 이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몇 차례 구해 본 적이 있었다.
늘 평양발로 보도되는 기사에는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나와 있었고, 처음엔 여성이 북에 특파원으로 가 있거나 평양의 현지채용기자일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던 중 『민족 21』의 창간과 함께 김지영 기자의 글을 다시 보게 되었고, 가끔씩 그에 관한 정보를 풍문으로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북에 관한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 할 때면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번 만나고 싶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재일 조선인 3세인 그가 어느 정도 주관적이긴 하겠지만 남들보다 총체적으로 북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 10월 중순, 북의 적십자사가 일본의 적십자사에 "북으로 돌아간 귀국 동포들과 일본인 처의 일본으로 재입국"을 도운 일본의 NGO에 항의의 뜻과 함께 '일본에서의 생활 및 신상, 거주지 파악을 위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조선신보』의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어서 이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늦은 시간 전화를 건 관계로 『조선신보』 사무실엔, 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알고 있는 취재기자는 없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조선신보』측 직원은 "자세히 알고 싶으면 내일이라도 김지영 기자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필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도 김지영 기자의 귀국(?)을 확인한 기쁨으로 다음날 일찍 전화를 걸었다.

"북핵? 김명철도 요시다도 옳다"

필자는 그에게 급한 소개를 마친 뒤 "언제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자"며 무리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총련계 신문의 평양특파원이고 북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재일 조선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는 투철한 '혁명가'(북측의 시각에서)이며 『조선신보』 기자란 신분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 만날 필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할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저돌적으로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피력하는 방식으로라도 베일에 가려진 북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지난 10월 30일 약속장소인 『조선신보』로 향했던 것이다.
일찍 해가 지는 동경은 요즘 오후 5시만 되면 어둡고 컴컴하지만 초행길인 『조선신보』로 가는 길은 밝은 가로등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후 6시, 김지영 기자의 퇴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만난 그는 검은 얼굴, 짧은 머리에 조금은 동안(童顔)의 미남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사이에 같이 평양에서 일하고 있는 특파원 3년차 강이룩 기자도 동석하기로 해서 우리 세 사람은 근처의 선술집으로 갔다.
동경·서울·평양에서 간혹 한국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이지만 일본에서의 발언은 조심스러운지 쉽게 말문을 터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본이 총련의 근거지이고 자신들도 총련소속 이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자리에 앉기 무섭게 맥주를 한잔씩 마시면서 간단한 인사와 평양의 생활, 서울 방문의 기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먼저 가장 궁금한 것은 핵 문제입니다. 저는 7월 중순 일본에서 활동중인 군사평론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을 자처하는 김명철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분명 "북이 300∼5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또 지난 9월 중순 전(前) IAEA 선전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오오사카 경법대학 교수인 요시다 야스히코(吉田康彦) 선생을 만났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북은 분명히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진실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핵에 관해서는 김명철도 요시다도 맞습니다."
-아니 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옳다니요.
"두분 모두 북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고 핵 문제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플레이도 잘 하는 사람들입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우선 핵무기를 구성하는 3가지 요인, 그러니까 핵과 이동수단(운반수단), 발사시설(로케트와 폭파장치)이 모두 하나가 되어야만 핵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명철 선생의 말은 북이 이러한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그러므로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가능한 핵이 300∼500기 정도 된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핵무기가 아니지만, 핵무기로 즉시 전환가능하다는 의미로 '핵무기가 있다'는 표현을 한 것 입니다. 그러나 요시다의 말은 북이 3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당장 결합이 가능하지 않으며, 결합을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아직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북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시다가 IAEA의 선전국장을 하면서 확인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 요시다의 말도 맞다고 봐야지요."

'즉각 핵무기로 전환가능한 핵'

-저에겐 북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립이 가능한 시설이나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북이 직접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지만, 파키스탄이나 이란의 핵을 북이 개발해 주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국 북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핵무기로 언제든 전환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결론이 나오는 군요.
"단순하게 '핵이 있다, 없다'의 문제는 별로 논의거리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파키스탄이나 이란의 핵은 북이 개발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북은 지난 1998년 '광명성 1호'라고 하는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소형이라 금세 추락하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지구를 몇 바퀴 순회하였습니다. 또한 대포동 같은 미사일을 동해와 태평양 연안까지 발사할 수 있는 로케트 발사기술과 시설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이동수단과 폭파장치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분명 언제든 핵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핵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언제나 북은 미국 등 서방과 회담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핵이 있다는 말로 확실히 들리는 것이 사실인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보면 저는 역시 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역시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유홍준의 글이 생각나는군요. 다음으로 요즘 자주 제기되는 북의 경제개혁과 시장경제제도 도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최근의 쌀값, 물가, 임금 등의 동향을 알고 싶군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은 주체사상 상급에 나오는 말인데, 유홍준씨는 북의 철학에 대해 조금 아시는 것도 같은데요. 아무튼 북의 시장경제제도와 개혁은 지난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과거 북은 제가 보기에도 일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도 적만 걸어 두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건성으로 일해도 월급이 지급되었고, 그래서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서도 놀고 먹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없는 돈을 털어 쌀 같은 것을 싸게 구입해서 배급했기 때문에 물가도 싸게 유지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대충대충 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기도 했고 전반적인 홍수와 가뭄 피해 등으로 인심도 좋지 않고 피폐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성취동기가 없는 사회였던 것입니다. 이 같은 잘못된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북은 모두가 충실히 일하면서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일한 만큼 배분하자는 형식으로 경제제도를 바꾸었습니다. 과거가 '일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 배분하는' 공산주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일한만큼 배분한다'는 사회주의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쩌면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배분을 하려고 했던 정부의 실수를 인정하고, 일한 만큼 배분하는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북은 이미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생존불가능한 사회"

-그런 것들을 자본주의 도입이라고 봐야하는 것 아닙니까? 모두가 굶어 죽기 전에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김형(필자를 가리킴)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살던 사람이라 역시 자본주의적인 해석을 하시는군요. 그래서 저 같은 사회주의자와 김형 같은 자본주의적 인간과는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북은 사회주의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지나친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일한만큼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최근 4∼5년 사이 정말 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마 탈북자들도 1998년 이전에 나간 사람들이 북에 다시 돌아 온다면 그들 모두가 견디지 못하고 다시 탈북을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북은 최근 정말 많이 변했어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 만큼 분배 받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아울러 탈북자 문제는 사상이나 행동적으로 이상이 있었던 사람들이 걸러진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북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탈북자들을 통하여 북을 새롭게 정비하는 기회가 되었고 경제에 대하여 새롭게 고민하는 기회도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들은 정보와는 정반대로 말씀 하시는군요.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하여 북은 공장이나 회사에 나가지 않고도 적당히 상납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쌀값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도 올라 주민들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도 줄고 일본과 미국의 경제재제로 어려움이 증대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개혁 초기라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전력·식량·연료 부족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로 굴러갈 수 없듯이 현재 북의 상황은 조금씩 좋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 일하지않던 사람들이 일해야만, 그것도 열심히 일해야만 살수 있고 또 일한 만큼 월급을 받게 되는 관계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개인적인 사유재산보장과 수익창출 역시도 북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집단적 형태로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로 이 문제는 이 정도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저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북을 바라보고 있고 김형은 자본주의적인 이해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도에 따라서 평행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서 말입니다."
-북이 1990년대에 들어와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선군(先軍)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주민들이 굶주리고, 중공업 우선 정책과 핵무기 개발 등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어 졌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피죽을 먹어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선군(先軍)정책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주민들이 살기 어려워 졌고 경제가 피폐해지는 원인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적인 문제와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이 단순히 북의 내부적인 문제로만 야기되었다면 그것은 북 정부의 과오지만, 현재의 경제적인 피폐는 외부적인 요인이 많습니다. 군사문제에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된 이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 일본 등이 침략적인 정책을 포기하고 북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면 북은 더 이상 군비증대를 하지 않아도 되며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노력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내부적인 선군 정책 보다 외부 요인인 미국과 일본의 침략적인 정책 때문에 북이 자기방어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김정일 건강하며 후계자는 자식 아닐 것"

-최근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은 북에 아직 한국군 포로가 5백여 명 살아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도 30여 곳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먼저 한국군 포로가 5백여 명 남아 있다는 보도는 사실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북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지금은 북의 주민으로 살고 있는 관계로 저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정말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제입니다. 누구를 정치범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북의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수용소로 보낸다고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겁니다. 따라서 북에서는 수용소로 보내기 보다 사상교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요. 문제가 있으면 교육하고 교화하여 그들의 생각을 바꿔야지 수용소로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제가 보기엔 단순히 범죄인 수용소인 교도소를 지나치게 비약시켜서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는 있고 또 일탈자가 있기 마련인데 그들을 수용하는 교도소는 필요하지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후계자 문제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정말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남들이 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에서는 현재 후계자 논의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는 편입니다. 김 국방위원장 역시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 김 국방위원장은 김주석의 사상과 이론을 가장 잘 이어받은 계승자로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직 통일문제도 남았고 김위원장만큼 영도력을 가지고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논의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국방위원장이 환갑을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젊고 건강한 편이고 최근의 신상에 관한 다양한 보도 또한 거의 거짓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통일과 주민들 모두 잘 살 수 있는 경제력의 확보, 미·일과의 관계에서 산적한 외교, 국방, 경제 문제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후계문제가 공식적으로는 논의 되지 않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의 자식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다음은 최근 김용순 비서의 사망과 관련, 비둘기파로 알려진 그를 반대하는 매파들이 교통사고를 가장해 암살했다는 주장이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회주의는 집단지도 체제입니다. 한두 사람이 (정책을) 결정할 수 없고,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의견이 변화하거나 주장이 바뀌는 곳이 아닙니다. 회사로 보자면 부장이나, 임원 한 사람이 바뀐다고 회사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북의 집단지도체제가 김용순 비서 한 사람이 제거된다고 해서 바뀌거나 음모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김용순 비서가 죽었다고 해서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크게 바뀌거나, 북의 태도가 변화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민의에 의해 당이 결정하고 최고 권력자가 결정한 일이면 다시 모든 주민이 동의하고 실천하는 것이기에 김용순 비서의 죽음에 대한 음모론이나 그의 죽음 이후 북의 정책이 바뀐다는 추측은 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서방은 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은 모든 것을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였으나 일본이나 미국은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모르는 것처럼 속이고 있을 따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김용순의 죽음 이후에도 북의 기본적인 대미, 대일 노선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그렇지요. 북의 기본적인 대미, 대일 노선은 쉽게 바뀔 수 없지요. 지금의 6자 회담에 대한 논의나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일본과의 수교 등을 통해 북은 정당하게 대접 받는 나라로 서는 것이 중요하며 남과는 분명히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야지요."

"송두율, 후보위원이라면 '경계인' 안 됐을 것"

-알겠습니다. 북의 기본적인 노선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인 것 같군요. 그럼 조금 민감한 이야기로 들어가지요. 송두율 교수와 황장엽씨의 문제입니다. 송두율 교수는 정말 노동당의 정치국원입니까.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우선 노동당의 정치국원은 현재 대략 10여명이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국정원과 언론은 '김철수라는 노동당의 정치국 후보위원이 송두율인가'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철수는 송두율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분명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는 김철수라는 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송두율이 정치국 후보위원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정치국원은 신상과 명단이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10여명 밖에 안되고 북의 최고 권력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국 후보위원들은 명단만 공개되어 있지 누가 누구인지는 후보위원끼리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후보위원 회의가 가끔 있다고 하는데 일시 장소 등 전반적 사항이 비공개 원칙이고 후보위원이 누구인지는 후보위원들끼리만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후보위원 회의에 누가 참가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가 후보위원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만일 송두율이 진짜 후보위원이었다면 노동당 거물답게 그것을 숨기고 남으로 귀국하여 이미 자리를 잡고 있거나, 북에서 조국? ?위해 큰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독일에서 고생하며 초라한 교수생활로 어렵게 살지 않을 것이며, 또한 조선반도를 중립적으로 보는 경계인으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어지는 군요."
-최근 황장엽씨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어떤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까.
"저는 얼마 전 황장엽씨가 출연한 『TV 아사히』와 『TBS』의 북에 관한 다큐멘타리와 인터뷰를 봤는데,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는 학자이고 사상가이며 대남사업과 선전사업 담당 비서였지만, 현실적인 군사와 경제부문엔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그런 그가 일본의 TV에 얼굴을 내밀면서 북의 군사와 경제문제에 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납니다. 미국에 가서도 분명히 검증되지도 않는 이야기나 확인이 불가능한 이야기만 나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텔레비젼의 시청률 경쟁을 위한 '북 때리기'와 보수우익화 되고 있는 일본사회의 모습이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황장엽 같은 인물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영하는 태도 또한 반드시 지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장엽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이젠 더 이상 파괴력이 없는 껍데기 정보뿐이기에 별로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미국에서도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고 돌아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통일과 북이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문제에서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통일은 성큼 다가왔다"

"통일은 역시 성큼 다가왔다고 봅니다. 최근 남과 북이 금강산, 평양 관광, 아시안 게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제주 축전 등을 통해 활발히 교류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방해되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것이 사실이고, 문제는 일본과 미국이 압박을 계속해서 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일본은 물론 미국과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수립하여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여야겠지요. 그리고 남과 북이 통일된 모습이 되기 위해 조금씩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며 얼마 안 가서 통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 조금 넘게 『조선신보』의 평양 특파원으로 있는 두 명의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근 북의 상황과 정치, 경제문제,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남북통일의 과제 등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쉽게도 일본이라는 지역적인 상황과 총련계 신문의 기자라는 그들의 신분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그들도 나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헤어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