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총선 분석

푸른하늘김 2003. 11. 10. 17:48




 















민주당 대약진...자민당 주춤
일본 총선거 결과...사회민주당 당수 도이다카코 비례제도로 겨우 당선

 
























글:박철현
향후 일본의 구조개혁은 물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 일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던 일본 총선거(중의원)가 민주당의 대약진과 자민당의 주춤 그리고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의 몰락으로 9일 막을 내렸다.

총 480석(소선거구 300석 비례대표 180석)을 놓고 경쟁한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고이즈미 현 총리의 대중적 인기를 이유로 득세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내각 해산 전 민주당이 자민당의 우정국 민영화 정책과 도로공단 민영화 정책을 문제 삼은 데다가 이라크 파병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겹쳐 기대에 못미치는 의석수를 보였다.


















[각 정당별 획득 의석수]
(11월 10일 새벽 2시 현재 집계)

























































































정당별


총계


소선거구


비례대표


해산당시의석분포

자민당23716869247
민주당177 10572137
공명당3492531
공산당90920
사민당61518
보수당4409
무소속연합1 105
자유연합1101
제 파0002
무소속11 1105
합 계480300180475
정족수480300180결원5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민주당의 대약진이다. 중의원 해산 당시 137석을 가졌던 민주당은 이번에 고이즈미 내각과 철저한 대립관계를 보이면서 40석이나 늘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민주당은 최근 이라크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삼은 것과 우정국 민영화를 비롯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자민당의 정책들을 공격한 것이 주효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한편 정치평론가 시모다코지씨는  전화인터뷰에서 "늘어난 민주당의 40석은 전통적 의미로 보아 협력 관계였던 야당의 표(공산당과 사민당)를 빼앗아 온 것에 불과하다"며, "자민당의 줄어든 10석은 공명당과 무소속으로 갔을 뿐"이라며 민주당의 선전에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자력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 자민당은 다시 보수당과 공명당의 3당 연립내각을 세워야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고이즈미식 개혁은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목소리가 높아진데다 당내 파벌들인 자민당 구세력이 저조한 선거 결과를 고이즈미 현총리에게 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민당의 몰락은 예정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사민당이 북한의 조선노동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납치문제에 관해 고이즈미 내각의 강경일변도 정책을 비판하며 조-일 국교정상화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이 급속도로 우경화된 일본 사회에서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

니이카타 5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전 외무성 장관 다나카 마키코(59)는 자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9만8112표(48%)의 득표율을 기록해 2위인 자민당의 호시노를 약 3만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그녀는 선거운동 내내 자민당과 고이즈미, 아베신조, 이시하라 등 귀족 계급 출신의 우경화를 대표하는 우파 정치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그녀는 선거운동 중 북한에 남아 있는 납치가족들의 자식들에 대해 "그들은 북한에서 태어났으므로 북한 국적을 지닌 아이들이다. 자꾸 일본으로 귀국시키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 사람을 그렇게 강제로 귀국시킬 수 있는 것인가?"하는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의 화제는 단연 사민당 당수의 낙선이다. 사민당 도이다카코(74) 당수는 "자신의 마지막 선거"라고 밝히면서 필사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였는데도 지역구(효코켄 7구)에서 낙선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비서의 급여문제를 비롯해 사민당이 납치사건에서 북한을 대변한데다 '정권교체'라는 쟁점에서 사민당이 소외된 것 등을 이유로 자민당 오오마에(61)에게 패했다.

그러나 정당과 개인에게 동시에 투표할 수 있는 일본 특유의 1인 2표제 덕분에 비례대표로 겨우 당선하여 체면치레를 했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1인 1표제로 자신이 지지한 사람과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정당이 얻은 표로 비례대표를 선정하지만 일본의 경우 개인이 투표할 때 정당과 입후보자를 동시에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입후보자는 칸 나오토(민주당 당수)를 선택하더라도 정당은 자민당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각 지역구에서는 2명이 당선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도쿄 18구에 출마한 하토야마(55·자민당)는 칸 나오토라는 거물급 정치인과 맞대결을 벌인 후 표로는 패배하였지만 비례대표제로 부활하여 당선한 경우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 당수인 칸 나오토와의 싸움에 대하여 이렇게 밝혔다.

"요괴와 싸우는 기분이었다. 민주당수는 매일 TV에 나오고 그 다음날 신문에도 대문짝만 하게 나온다. 3만km를 돌아다녀도 별 소용이 없다. 두번 다시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다."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를 통해 고이즈미식의 과격한 대북정책 및 우경화 경향은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도 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대형 정당으로 거듭난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다나카 마키코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다. 대중적 인기에서 고이즈미에 버금가는 그녀가 민주당적을 가지게만 되면 앞으로 자민당 일당 독주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칸과 다나카라는 2강 체제로 대중적 지지 역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근 20여 년 동안 1당인 자민당과 그외 군소정당들의 형태를 띠어 왔던 일본 정당사가 양당 체제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이번 중의원 선거. 앞으로 일본 정치가 어떻게 변해갈지 자못 흥미진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