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식(日食)이냐? 일식(日式)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푸른하늘김 2003. 10. 16. 21:49
일식(日食)이냐? 일식(日式)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글: 장팔현



우리는 대개 우리음식을 ‘한식(韓食)’이라 표기하고 중국 음식을 ‘중식(中食)’이라 표기한다. 그런데 일식당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 희한한 표기로 되어있어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그 표기는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일식(日食)’은 열 집에 한 집 있을까 말까하고 대부분은 ‘일식(日式)’이라 표기되어 있으니 어느 것이 맞는지 필자도 순간적으로 헷갈릴 때가 많다.

한식이니, 중식이니 일식이니 하는 말은 바로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 일 것이고, 중식은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며 일식은 당연히 ‘일본 음식을 파는 식당’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왜? 유독 ‘일식(日食)’만 일식(日式)’이라 하는 것일까? 정말로 아리송하다. 요즘 유행하는 외계어로 ‘아햏햏’할 따름이다.

일식당에 들어가면 본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입매로 나오는 간단한 음식을 ‘츠기다시(突き出し)’라 하는데, 이것도 ‘스키다시’라 잘못 표기함은 기본이요, ‘스키다시 천국’이라 자랑까지 할 정도이다.
일식당이 일본 음식을 파는 식당임에는 분명하거늘 이를 ‘일식(日式)’이라함은, 결국 ‘한국인이 일본식으로 따라하는 일본식당’ 쯤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표기한 것일까? 하여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표기법 같다.

그렇다면 진짜로 한국에서 운영하는 일식당이 일본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일본식으로 완벽하게 따라할까? 하는 점이 또한 의심스럽다. 물론 일본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이 판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식당이라 함은 대개는 ‘생선회(사시미)’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생선회에 튀김(템뿌라)에, 각종 일식 탕 요리는 일본과 비슷하게 나온다. 식당 내부 장식도 일본식당을 벤치마킹 했는지, 장지문(후스마)도 깔끔하고 타다미 방에 앉은뱅이 의자까지 잘 갖추어져 있다.

겉모습만 보면 그대로 일본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야말로 한국 속에서 맛보는 일본 분위기 그대로이다.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바로 일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에 있어서는 과연 어떨까? 솔직히 요리에 있어서는 천차만별이고 기본적으로 ‘고추냉이(와사비)’ 맛부터 차이가 난다. 일본의 고추냉이는 맛보는 순간 톡 쏘는 것부터 한국의 고추냉이보다 그 강도가 엄청 세다.

그러나 그 순간은 길지가 않다. 필자도 아르바이를 할 때 짧은 점심시간에 쫓겨 멋모르고 고추냉이를 듬뿍 입에 넣었다가 눈물 쏙 뺀 기억이 여러 번 있었다. 점심으로 간단한 김밥과 오뎅을 먹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많은 양의 고추냉이를 입에 넣었을 때는 순간적으로 코끝과 후두가 막히는 격렬한 고통을 느꼈다. 한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고 머리가 띵한 것이 마치 사경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반면에 한국의 고추나 겨자는 천천히 전신에 그 매운 맛이 퍼지고 열기로 변환되어 땀이 나온다. 그러나 고추냉이는 순간적 괴로움 다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말끔하고 땀도 나지 않는다. 한국의 고추나 겨자는 일본의 냉이고추와 같은 매움이라도 이처럼 몸에 퍼지는 시간과 매움을 느끼는 부위가 다르다.

일식집의 고추냉이도 일본에서 먹어보던 매운 맛하고는 강도 면에서 한국의 고추냉이가 훨씬 덜하다.

장어요리를 하는데 있어서는 일본에서도 차이가 있다. 동일본 지역에서는 장어를 도마의 한쪽 편에 박아 둔 못에 걸어 등(背)쪽부터 칼을 넣어 가르나 오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서일본 지역에서는 장어의 배(腹)부터 갈라서 요리한다. 일본에서조차 장어 요리하는 순서부터 반대라는 점이다.

물론 장어구이에 사용하는 타레(간장과 비슷한 조미한 진한 국물)조차도 동. 서 지역이 다르다. 그러니 일본의 어느 지역 장어 맛에 맞추는지 기준 잡기도 힘들 것이다.

스시 만들 때도 매우 찰진 좋은 쌀만을 기본으로 하며 물도 거기에 맞는 것을 가려서 정성을 다하여 만든다. 물론 스시 만드는 과정에서의 시간과 온도 등도 스시 장인들에 따라 비법이 따로 있어 가문에 따라 비법으로 대대로 전수되지, 일반 공개는 잘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일식(日式)이라 하지만, 일본에서는 환경문제를 생각하여 쇠 젓가락이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대나무 젓가락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비위생적이라 하여 반드시 일회용 나무젓가락만을 사용하며 나무젓가락 하나에 반드시 이쑤시개(요오지)한 개씩 들어있음도 다른 점이다.

또한 탕 종류가 나와도 반드시 큰 ‘도나베(흙으로 구운 냄비)’ 안에 국자를 준비 해 둔다. 이 국자를 이용하여 각자가 자기 접시에 탕 요리를 덜어먹게 되어 있다. 우리처럼 냄비에 들어 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손님들의 모든 숟가락이 들락날락 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술잔조차 돌려 마시지 않듯이 위생문제에는 매우 까다롭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의 일식당은 전혀 일식식당(日式食堂)이 아니다.

특히, 비즈니스 등으로 일본손님을 많이 모시는 한국 사업자들은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그래야 한국인들을 비위생적이라 뒤에서 욕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맛보는 일식당의 생선회는 일본에서 맛보던 맛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생선회 뜨는데 만도 장인정신이 번뜩이는 일본인인지라, 재료의 산지(産地)는 어디이고, 생선을 잡은 지 몇 시간 만에 두께는 얼마로 해야 가장 맛있는지 등등 비법도 비밀도 많은 곳이 일본이다.

이러한 비법은 장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손수 터득 하던가, 예의와 성실로 유명 장인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야 한다.

일본인이 아무리 김치 흉내를 내어 만들어도 본토 맛이 안 나듯이 생선회 또한 일본을 따라가기 힘든 것 같다. 일본인들도 한국에 와서 일식을 먹어보고는 맛이 덜하다하며 두 번 다시 가지 않으려한다. 다만, 일본에 비해 가격이 매우 싸고 양이 일본보다 두 세배 많다는 점 빼고는 메리트가 적다는 점 때문이다.

어쨌든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일식당에서 식당 표기를 ‘일식(日式)’이라 함은 옳지 않다고 생각 된다. 한식(韓食), 중식(中食)이란 표기처럼 일식(日食)이 맞을 것 같다. 하기야 우리말인 ‘한식일체(一體)’도 ‘한식일절(一切)’로 잘못 표기한 곳도 수두룩한데 무슨 일식당 표기까지 신경 쓰려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