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분과 의리의 법칙 그리고 노무현의 도박

푸른하늘김 2003. 9. 20. 23:36
명분과 의리의 법칙 그리고 노무현의 도박

글:김달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때 적당히 돈을 따면 자리를 슬쩍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늘 재미를 본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다니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 아, 그때 자리를 일어나야 했는데 한번만 더 하는 욕심이 발동해서 결국 한방에 그 돈 모두 날리고 카드까지 다 썼다" 고 후회하는 것이다.

적당히 점수가 올라갈 때 그 점수를 잘 지키고 적당할 때 자리를 박찰 수 있는 결단력이 있는 자만이 카지노를 웃으면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노무현대통령 하는 것들을 보면 웬지 고도리 정도 치는 사람이 우연히 카지노에 가서 한판하다가 초판에 장님 문고리 잡는 격으로 돈을 좀 따자 욕심을 더 부려서 한방에 딴 돈 모두 날리는 재수없는 초보도박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짠하다.

장사하는 사람이 상품을 하나 만들때도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일상적인 구매심리는 좋은 물건 싸게 사는 것이다. 이 말은 브렌드 확실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가짜브랜드 상품이 판치는 것도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심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는 것도 상품을 파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선거에서 지지표를 얻는데 중요한 가치는 명분과 의리다.
한국유권자들이 정치적인 판단을 할때 무엇보다 명분과 의리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최근에 언급한 내용이다.(김대중전대통령은 한국은 명분 쪽에 일본은 의리 쪽에 다소 무게가 더 있다고 비교한 바 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민주운동을 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이름있는 시민운동가가 정치권을 노크할때 유권자들이 적극 지원해준 것은 다름아닌 명분론이 크게 작용한것으로 볼 수있다.
소위 말하는 학생운동권의 386세대들의 정계진출이나 그 이전 민주운동권 인사들의 정계진출도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명분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정치판에서 명분과 의리가 모두 중요하지만 명분이 약해도 의리하나만 확실해도 점수를 얻는 경우가 있다. 명분이 더 중요하지만 의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의리정치인 하면 장세동을 꼽을 수 있다. 그가 5공 주군인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받친 충성은 군사독재라는 상황에서 비록 명분이 약하더라도 세간 사람들로부터 의리하나로 높은 점수를 얻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장세동 왈 "어르신. 휴가 잘 다녀 왔습니다.")

5공 후에 여러가지 문제로 여러번 감방생활을 마친 그가 지난 선거에서 대통령선거에 출마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명분은 바닥 일지라도 의리 하나로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계산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밀사역을 수행하면서 북한에 돈을 제공하는 절차 상의 하자발생 이유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지원 전 장관이 다음 총선에서 옥중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가 감방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할 것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으나 만약 그가 출마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박지원은 지금 명분과 의리에서 어떤 점수를 지지자들로 부터 받고 있을까? 6.15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이라는 명분과 김대중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금도 당시상황이 재현된다면 기꺼히 다시 그 일을 하겠다는 김대중에 대한 충성심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각인될 것인가? 책임이 있다면 모든 것은 나에게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처신이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5공의 장세동이 명분은 빈약하더라도 의리하나로 버틴 것 이었다면 박지원은 장세동에 비해 의리와 명분 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글이 박지원 옥중출마 가능성과 성공가능성을 예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결론은 현재 노무현의 도박이 명분과 의리면에서 어떤 점수를 지지자들로 부터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 동안 신당추진과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수차 말해왔고 신당에 합류할 김근태 이부영같은 이도 신당과 노무현은 무관하다고 강변해 오고있는 상황에서 엇그제 일부 신문들은 노무현대통령이 사실당 신당을 지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당 분당반대파는 노무현을 "배신자"라고 규정했다.배신이라는 단어는 의리와는 상극개념, 정반대 개념이다.

노무현대통령이 민주당 분당의 총연출자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절반의 민주당의원들이 노무현을 배신자라고 규정했다는 것은 자신을 대통령후보로 선출해 당선시킨 소속당을 배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을 배신자로 규정한 의원중에 추미애 조순형 김경재 김영환이 포함돼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사수파 중에는 박상천 정균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대통령을 민주당에서 제명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배신자라는 논리가 일정부분 또는 과거 지지세력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이미지 중에서 의리부분은 점점 희석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노무현대통령의 최근 신당도박은 "의리없는 노무현"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있다.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이야기도 배신자라는 것과 일치한다.

의리부분은 그렇고 그럼 이번 신당놀음이 명분은 충분한가?
신당추진의 최대 명분은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의 1순위는 지역주의 청산이다. 그리고 국민통합이다.
그런데 지금 신당추진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지역감정지수가 급상승하고 지역분열이 가일층 심화 되고있다.
마치 얼굴 성형한답시고 얼굴 망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솔직히 표현 하면 얼굴 살 떼어다가 엉덩이 수술하는 꼴이 된 셈이다. 그러니 이번 신당도박이 명분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방법 역시 지역주의와 국민통합을 해치지 않는 것을 택해야 한다.

지역주의와 국민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자연스럽게 전국정당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억지로 당을 깨고 억지로 틀을 바뀌어 신당을 만든다고 지역주의가 청산되고 국민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초보 도박꾼이 10만불 정도 돈을 모았을때(민주당 중심) 자리를 박차고 카지노를 걸어나오면 하루 밤 수입이 10만불(점진적 정치개혁) 되는데 100만불 욕심 챙기다가(공작적 신당출현)10만불은 물론이고 대대로 물러받는 선산문서까지 다 잃어버린 꼴(전통적 지지층 와해, 지역분열조장)이 된셈이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 시켜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민주당 전통지지자 그룹을 쪼개고 정치혁명의 튼튼한 원군이었던 노사모도 쪼개고, 2003년 3월 16일 위대한 광주시민의 선택의 빛을 퇴색시키고 부산에서 국회의원 뺏지 몇 개 건질 욕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당은 그래서 한국정치발전을 10여년 후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자신이 그렇게 분노했다는 그 옛날 3당합당 직후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