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흐름, 이제는 '6자 회담'이다
노무현 정부의 능력을 발휘할 때다
글:박철현
6자회담이 성립되었다는 소식이 (2003년 8월 1일) <요미우리 신문>의 톱기사로 실렸다. 내용을 훑어보니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번째는 물론, 그동안 북한이 고집해 왔던 북미양자회담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중국, 러시아까지 회담에 참여시키는 6자회담으로 결론이 날 듯하다(북한으로부터 직접적인 공식발표가 없는 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무리로 보여진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러시아에서 그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석궁이나 노동신문 등의 본토가 아닌 '러시아'라는 해외에서, 주러시아 북한대사와 러시아 차관이 공동으로 이런 대형사건(?)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항상 미국이나 중국, 심지어 남북장관급 회담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는 합의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추상적인 언급을 즐겨 사용했던 과거의 북한 고위직 공무원(?)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발표는 일반의 상식을 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인가 라는 대목에서 의문을 품을만 하다. 중국은 북미단독회담 초기부터 중재자 역할을 북한으로부터 요구받으면서 장소 제공 등의 일정 역할을 무리없이 이끌어 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정작 이런 중요한 발표는 왜 러시아에서 나왔을까, 라는 의문.
어떤 승부든지 마찬가지지만, 모든 승부에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주식, 경마, 포커, 바둑에 이르기까지. 팔 때와 살 때의 과학적인 데이터로부터 직감적으로 999에 베팅하는 감각, 그리고 블러핑과 맛보기를 적절히 이용할 때가 존재하는 법이다.
필자는 이번 러시아 발표를 김정일의 중요한 승부수라고 본다. 물론 6자회담을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하는 말이다.
줄곧 필자는 북미양자회담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다른 나라들은 회담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서 그렇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고, 중국의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에 잘 보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리고, 중국은 실제로 북한과 자국간의 이해관계에 관여된 여러 사안들에 대해 철저히 실리주의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신의주 특구에 관련한 훼방들(?)을 본다면 북한이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나름대로 자생해 보겠다는 의지에 대해, 중국 자신들의 경제에 불리하기 때문에 꺾어 놓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엿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참여는 대단히 환영할 만하고, 실리적 관점에서도 서로 득이 되는 중요성을 지닌다. 북한의 대미투쟁에 관한 그간의 사례들을 보면 북한이 자국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줄곧 활용해 온 단체와 국가가 유엔과 러시아였다. 유엔에서 국제적인 여론을 얻으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미국을 견제해줄 국력을 지닌 나라로서 러시아를 선택해 왔던 패턴.
이 부분에서 러시아는 적당히 북한의 편을 들기도 하고, 미국을 견제해 주기도 하는 중립적 자세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러시아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지금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경제력의 회복이다. 그리고 이 경제력의 회복을 위해서 급선무가 되어야 할 것은 서방 자본, 서방물류의 중간지점으로서의 역할이다.
제조업이 아닌 자원들의 수출입과 그것을 중개해주는 역할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창출하는 것. 이미 설비 완료된 기간산업을 이용하여 자본금이 그다지 들지 않으면 이것은 앉아서 헤엄치면서 달러와 유로를 벌어 들일 수 있는 금상첨화인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 바로 '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한 중개료, 통행료 사업이다. 과거 이 역할을 했던 블라디보스톡은 효용성 측면에서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
겨울이면 바다가 얼어 붙는 자연적인 입지조건과 반경 200km 이내에 수출입상품화를 이끌어 낼 대도시가 없다는 것은 블라디보스톡의 한계이자 슬픔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미 동경의 미나토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유도 있지만, 일본을 거쳐서 대륙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행위이다. 바로 대륙쪽으로 갈 수만 있다면 누구도 일본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항상 해저 지하 철도를 부산과 연결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꿩먹고 알먹는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 바로 북한을 이용해서 대륙횡단철도를 이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극적인 순간이다.
북미단독회담이 북한의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는 약간은 위험한 방법이라면 러시아가 참가하는 다자회담은 둘의 상호실리주의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전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국은? 필자는 이번 6자회담이 노무현 정부의 정치력. 그리고, 동북아시대에 대한 비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승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자회담에서 미국의 입장만을 충실히 대변한다면 그것은 포커에서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을 잡고 죽는 거나 마찬가지 행위이다.
왜 그런가?
북한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문제와 '테러 국가'라는 서방국가들의 이미지 때문에 동북아 물류 중심지 역할이 쉽지 않다.
미국 또한 그런 식의 북한 경제 개방을 극력으로 반대할 것임에 분명하다. 경제봉쇄론과 선제 북폭격을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의 영원한 긴장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매파들이 이런 북한의 경제 개방, 러시아가 잘 되는 꼴을 보고 싶어 할까?
그러나 남한은 다르다. 남북이 철도를 연결하고, 물류를 이동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물류의 첫 기착점이 한반도의 남쪽이 된다면, 그것은 세계평화에도 기여하는 것일 뿐더러 남-북-러시아가 그 이익금을 사이좋게 3분의 1씩 나누어 가지는 빅딜도 가능하게 한다.
다자회담에서 균형을 지키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입장, 아니 궁극적으로는 동북아 시대의 물류 중심지로서 한반도를 세운다는 국가적 이익을 위해 노무현 정부는 힘을 써야 한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미국의 입장을 따라가서는 안된다.
"한국-북한-러시아 VS 미국-일본-중국"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지켜보도록 하자.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기대하며 (0) | 2003.08.04 |
|---|---|
| 이번주 일본소식 (0) | 2003.08.03 |
| "목표? 그야 자주 민주 평화 통일이지." (0) | 2003.07.31 |
|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80주년 특집 .2 (0) | 2003.07.28 |
|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80주년 특집.1 (0) | 2003.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