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충일과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푸른하늘김 2003. 5. 28. 21:46
현충일과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글: 유재순



"북한 자극 - 한국내 여론 호도" 고도의 전략 가능성
 오는 6월 6일부터 9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 이를 두고 지금 일본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정부는 '친북' '반미'적인 진보 정치인으로 알려진 노 대통령이 일본에 와서 과연 어떤 보따리를 풀어 놓을지 탐색전을 끝낸 지 오래다. 지금은 단지 노 대통령의 방일이 오는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수상) 선거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미치게 될 지, 고이즈미 정권은 그 정치적 계산을 해보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또한 일본정부는 그동안 일본 언론들이 노 대통령에 대해 '이미지 메이킹'을 한 '친북'과 '반미'란 인식을 일찌감치 거두어 버렸다는 소식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결과를 보고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신 일본정부는 노 대통령에 대한 한국 내의 여론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일본 언론에도 보도되었지만, 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날이 공교롭게도 6일 현충일이며, 더욱이 이 날 아키히토 일본 국왕과의 회견과 만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내에서 비판이 많은 것을 일본정부가 잘 알고 있다는 것.
 24일자 아사히 신문에 의하면,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한국 정부는 6일에 있을 일본 국왕과의 회견을 다른 날로 변경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왜 굳이 이 날 일본 국왕과 만나야 하나'라는 국내 비판 때문에, 다른 날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키히토 국왕의 스케줄 변경이 어려워 부득불 6일로 정했다는 것이었다.
 한술 더 떠 한국정부가 노 대통령의 원래 예정이었던 '공식방문'에서 '국빈대우'로 한 단계 격상시켜 줄 것을 요청해, 일본 정부가 그렇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국빈대우 스케줄이 바로 아키히토 국왕과의 회견이었다는 것. 말하자면 국빈으로 방일하는 것인 만큼, 방일하자마자 '접견'해야 하는 이가, 비록 실권은 없고 상징적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천황으로 떠받들어지는 아키히토 국왕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를 두고 일부 일본 기자들과 재일동포들은 일본정부의 교묘한 전략이 아니냐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의 요청을 들어 준 만큼, 노 대통령도 현충일에 일본 국왕을 만나는 것쯤은 감안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인 것이다.
 그 근거로 한 일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정부 내각 안에는 한국말과 한국에 대해 소상하게 잘 아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6월 6일이 현충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요. 그런데도 전혀 몰랐던 것처럼 6일에 천황과의 일정을 잡은 것은 어딘지 모르게 냄새가 나지 않아요? 적어도 우리 한반도 담당 기자들 일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국립묘지에 묻힌 호국영령들 대부분이 6ㆍ25 남북 동족상잔에서 희생된 고인들이어서 북한을 자극하기가 쉽고, 한국 내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일본기자로서도 노 대통령이 왜 구태여 현충일에 일본 방문을 하고 그것도 일왕을 만나 회견을 하고 만찬을 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시급해 일본 방문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국빈대우를 해달라고 구걸하면서까지 굳이 현충일에 일 본국왕을 만나야 되는지, 일본기자뿐만 아니라 한국인인 나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방미 결과가 굴욕적인 외교였다고 비판을 듣는 차제에, 일본 방문마저 구걸외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이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