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서 겨울을 나는 노점상
안호진 선배의 글입니다.
JR 신주쿠역을 기준으로 서쪽은 고층빌딩 숲으로 동경도청을 비롯한 일본의 대기업 본사등이 자리잡고 있다. 동쪽은 백화점을 비롯한 유흥가 환락가가 빼곡하며 일본제일의 환락가 가부키쵸가 바로 이곳에 있다.
밤이 깊어가면서 신주쿠는 더욱 밝아온다. 동경의 어디에서 밀려오는지 역 주변은 사람물결이다. 다들 총총 걸음으로 서둘러 네온사인 불빛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이런 신주쿠의 환락가 뒷자락에 메달려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넓은 신주쿠 바닥이지만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할만한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신주쿠역을 중심으로 동쪽출구에서 가부키쵸로 들어가는 길목이 주요한 상가거리이고 노점상들도 여기에 몰려있다. 그 좁은길목엔 중고만화장사, 꽃장수, 악세사리, 환각제, 구은떡, 심지어는 점쟁이들까지 자리잡고있다.
이들의 영업시작은 신주쿠에 어둠이 밀려오면서부터이다.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 하나둘 나타나 장사준비를 시작한다. 아마 본격적인 장사의 시작은 7시를 넘어서 부터 인것같다.
처음에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좌판을 벌리고 발전기를 돌려 좌판 위에 백열등을 키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의 좌판에 백열등이 밝게 들어온다.
다행히 소형발전기에서 나는 소리는 도시의 소음에 묻혀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그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하니 모두들 피하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가짜시계나 가짜악세사리가 그들의 주요품목이기 때문이다. 무리인줄 알면서 들이댄 카메라에 그들이 적잖이 당황한다.
한사람이 와서 나에게 겁먹은듯 경찰관계자냐고 묻는다. 나는 미안하다고 하며 나도 외국인이니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을 해도 그들은 사진을 찍지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할수없이 그들에게 나도 같은 외국인으로 당신들과 같은 입장이라고 안심시켰다. 아직 일본어가 잘안되는 그들이지만 여러차례 말하니 사진촬영의 거부감은 없어진것 같다.
옆에서 같이 장사하는 동료가 온다. 둘이서 알지 못하는 언어로 손짓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옆에 동료가 돌아가자 한사람이 내가 한국사람이라 안심을 했는지 나에게 말을 건다.
지금 자신들이 말한 언어는 히브라이어라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럼 이 부근에 비슷한 좌판을 깔고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들은 전부 이스라엘 사람이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한다.
어떻게 그 먼 이스라엘에서 와서 장사를 하냐고 물으니 그는 이스라엘이나 아랍은 수입면에서 별로 재미가 없다고 한다. 말 나온 김에 무슨 비자를 가지고있냐 물으니 3개월짜리 관광비자라고 한다.
그럼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며 장사를 하냐하니 그렇다고 한다. 악세사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전부 이스라엘 사람들인줄 그때 처음 알았다.
붉은 네온싸인과 젊은이의 열기가 넘쳐나지만 신주쿠의 겨울은 역시 춥다. 악세사리를 파는 이스라엘 사람에게 다가가 좀 팔리느냐 물어 본다. 그는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웃으며 고개만 옆으로 몇번이고 돌리다가는 "일본사람은 돈도 많으면서 깍쟁이다"라고 한다. "백화점에서 비싼 것은 사면서 자신들이 파는 싼 반지나 액세서리는 안산다"고 투덜거린다.
이역만리 떨어진 외국의 환락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외에도 남미계 사람들도 있었다. 옷이나 모자를 파는 아프리카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외국인들 가운데 한국사람 역시 신주쿠 바닥 한 켠을 차지하고 다부지게 꽃장사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악세사리 장사를 하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대부분 꽃장사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길거리 좌판에서 장사한다면 한국사람들은 소형트럭위에 꽃을 진열해 환락가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을 부른다.
자동차에서 꽃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인것 같다. 나름대로 애로가 많은것 같았다.
좌판장사와는 달리 반복되는 경찰의 도로단속에 물어야하는 벌금은 장사에 지장을 줄 정도이며 결국은 반복되는 벌금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되어 장사를 못하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그만한 좌판장사야 경찰이 뜨면 급히 좌판을 접어 자리를 옮기면 되지만 트럭의 경우에는 양도 많고 크게 판을 벌이는 관계로 정리할 시간도 없이 벌금을 물어야 하는것이 다른점이라면 다른점이라고 한다.
신주쿠역에서 가부키쵸로 들어가는 길목에 이스라엘 사람들의 악세사리 좌판이 10여개 정도 보인다. 그리고 한국사람 꽃장수는 3곳정도로 보인다.
꽃을파는 한국유학생에게 가서 잘팔리는가 물어보니 웃으면서 "그냥 나오는 거지요" 라고 하며 꽃을 다듬는다. 타코야끼와 타이야끼를 파는 포장마차엔 일본 손님들이 간혹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그외엔 타코야끼(문어토막이 들어간 구운빵으로 천안호도과자처럼 생겼다), 김말이, 구운떡, 타이야키(붕어빵) 포장마차가 장사를 한다.
먹는장사는 거의 일본인이다. 한지역에 동일업종은 하나밖에 없다. 야쿠자의 지역지정인지 자연스런 업종정리인지는 알수없다.
먹는장사에서 외국인이 하는것은 소고기를 훈제하여 칼로 베어파는 장사가 있다. 남아메리카계인듯한 사람이 트럭을 개조한 자동차 안에서 팔고 있다. 먹는장사. 입는장사.보는장사등 여러장사가 있지만 신주쿠 노점상들 중에 재미있는것은 점쟁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 점쟁이들도 최근 5-6년에 걸쳐 급격히 늘어난 것 같다. 경기가 침체되고 사회가 불안정하여 그런지 눈에 띄게 늘어난것 같다.다들 불안한 미래 때문인지. 신주쿠역의 서쪽출구 주변에는 거의 다닥다닥 붙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점쟁이들(사주 팔자 보는 사람들) 나이가 대체로 젊다. 간혹 나이든 점쟁이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나이다. 남자만이 아니고 여자 점쟁이도 많다. 여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가격을 물으니 3,000엔을 달라고 한다. 10년전이나 똑같다. 그녀는 날이 추워 무릎위에 담요를 올려놓고 있다.
붉은 네온사인에 휩싸인 신주쿠의 밤은 이들 노점상인들에겐 추워 보인다. 그러나 영원히 추울것만 같은 신주쿠의 겨울도 조만간 봄이 되고 말것이다.


안호진 선배의 글입니다.
JR 신주쿠역을 기준으로 서쪽은 고층빌딩 숲으로 동경도청을 비롯한 일본의 대기업 본사등이 자리잡고 있다. 동쪽은 백화점을 비롯한 유흥가 환락가가 빼곡하며 일본제일의 환락가 가부키쵸가 바로 이곳에 있다.
밤이 깊어가면서 신주쿠는 더욱 밝아온다. 동경의 어디에서 밀려오는지 역 주변은 사람물결이다. 다들 총총 걸음으로 서둘러 네온사인 불빛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이런 신주쿠의 환락가 뒷자락에 메달려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넓은 신주쿠 바닥이지만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할만한 곳은 얼마되지 않는다.
신주쿠역을 중심으로 동쪽출구에서 가부키쵸로 들어가는 길목이 주요한 상가거리이고 노점상들도 여기에 몰려있다. 그 좁은길목엔 중고만화장사, 꽃장수, 악세사리, 환각제, 구은떡, 심지어는 점쟁이들까지 자리잡고있다.
이들의 영업시작은 신주쿠에 어둠이 밀려오면서부터이다.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 하나둘 나타나 장사준비를 시작한다. 아마 본격적인 장사의 시작은 7시를 넘어서 부터 인것같다.
처음에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좌판을 벌리고 발전기를 돌려 좌판 위에 백열등을 키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의 좌판에 백열등이 밝게 들어온다.
다행히 소형발전기에서 나는 소리는 도시의 소음에 묻혀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그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하니 모두들 피하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가짜시계나 가짜악세사리가 그들의 주요품목이기 때문이다. 무리인줄 알면서 들이댄 카메라에 그들이 적잖이 당황한다.
한사람이 와서 나에게 겁먹은듯 경찰관계자냐고 묻는다. 나는 미안하다고 하며 나도 외국인이니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을 해도 그들은 사진을 찍지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할수없이 그들에게 나도 같은 외국인으로 당신들과 같은 입장이라고 안심시켰다. 아직 일본어가 잘안되는 그들이지만 여러차례 말하니 사진촬영의 거부감은 없어진것 같다.
옆에서 같이 장사하는 동료가 온다. 둘이서 알지 못하는 언어로 손짓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옆에 동료가 돌아가자 한사람이 내가 한국사람이라 안심을 했는지 나에게 말을 건다.
지금 자신들이 말한 언어는 히브라이어라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럼 이 부근에 비슷한 좌판을 깔고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들은 전부 이스라엘 사람이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한다.
어떻게 그 먼 이스라엘에서 와서 장사를 하냐고 물으니 그는 이스라엘이나 아랍은 수입면에서 별로 재미가 없다고 한다. 말 나온 김에 무슨 비자를 가지고있냐 물으니 3개월짜리 관광비자라고 한다.
그럼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며 장사를 하냐하니 그렇다고 한다. 악세사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전부 이스라엘 사람들인줄 그때 처음 알았다.
붉은 네온싸인과 젊은이의 열기가 넘쳐나지만 신주쿠의 겨울은 역시 춥다. 악세사리를 파는 이스라엘 사람에게 다가가 좀 팔리느냐 물어 본다. 그는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웃으며 고개만 옆으로 몇번이고 돌리다가는 "일본사람은 돈도 많으면서 깍쟁이다"라고 한다. "백화점에서 비싼 것은 사면서 자신들이 파는 싼 반지나 액세서리는 안산다"고 투덜거린다.
이역만리 떨어진 외국의 환락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외에도 남미계 사람들도 있었다. 옷이나 모자를 파는 아프리카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외국인들 가운데 한국사람 역시 신주쿠 바닥 한 켠을 차지하고 다부지게 꽃장사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악세사리 장사를 하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대부분 꽃장사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길거리 좌판에서 장사한다면 한국사람들은 소형트럭위에 꽃을 진열해 환락가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을 부른다.
자동차에서 꽃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인것 같다. 나름대로 애로가 많은것 같았다.
좌판장사와는 달리 반복되는 경찰의 도로단속에 물어야하는 벌금은 장사에 지장을 줄 정도이며 결국은 반복되는 벌금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되어 장사를 못하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그만한 좌판장사야 경찰이 뜨면 급히 좌판을 접어 자리를 옮기면 되지만 트럭의 경우에는 양도 많고 크게 판을 벌이는 관계로 정리할 시간도 없이 벌금을 물어야 하는것이 다른점이라면 다른점이라고 한다.
신주쿠역에서 가부키쵸로 들어가는 길목에 이스라엘 사람들의 악세사리 좌판이 10여개 정도 보인다. 그리고 한국사람 꽃장수는 3곳정도로 보인다.
꽃을파는 한국유학생에게 가서 잘팔리는가 물어보니 웃으면서 "그냥 나오는 거지요" 라고 하며 꽃을 다듬는다. 타코야끼와 타이야끼를 파는 포장마차엔 일본 손님들이 간혹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그외엔 타코야끼(문어토막이 들어간 구운빵으로 천안호도과자처럼 생겼다), 김말이, 구운떡, 타이야키(붕어빵) 포장마차가 장사를 한다.
먹는장사는 거의 일본인이다. 한지역에 동일업종은 하나밖에 없다. 야쿠자의 지역지정인지 자연스런 업종정리인지는 알수없다.
먹는장사에서 외국인이 하는것은 소고기를 훈제하여 칼로 베어파는 장사가 있다. 남아메리카계인듯한 사람이 트럭을 개조한 자동차 안에서 팔고 있다. 먹는장사. 입는장사.보는장사등 여러장사가 있지만 신주쿠 노점상들 중에 재미있는것은 점쟁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 점쟁이들도 최근 5-6년에 걸쳐 급격히 늘어난 것 같다. 경기가 침체되고 사회가 불안정하여 그런지 눈에 띄게 늘어난것 같다.다들 불안한 미래 때문인지. 신주쿠역의 서쪽출구 주변에는 거의 다닥다닥 붙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점쟁이들(사주 팔자 보는 사람들) 나이가 대체로 젊다. 간혹 나이든 점쟁이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나이다. 남자만이 아니고 여자 점쟁이도 많다. 여자에게 다가가 웃으며 가격을 물으니 3,000엔을 달라고 한다. 10년전이나 똑같다. 그녀는 날이 추워 무릎위에 담요를 올려놓고 있다.
붉은 네온사인에 휩싸인 신주쿠의 밤은 이들 노점상인들에겐 추워 보인다. 그러나 영원히 추울것만 같은 신주쿠의 겨울도 조만간 봄이 되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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