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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한미동맹 변화의 본질을 잘 모르는 듯

푸른하늘김 2005. 7. 3. 00:40

북은 한미동맹 변화의 본질을 잘 모르는 듯
2일자 <노동신문>, 한미동맹 해체에 희망 섞인 논평


글:김종성
http://www.news615.com

 


우리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최근 북한의 대남인식에 잘 적용되리라 본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월감을 갖고 있다. 그 우월감은, 옛 북아시아 유목민족들인 거란·몽골족 등이 남쪽의 농경민족들에 대해 가졌던 우월감과 유사한 측면도 갖고 있다.

최근 북한측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북한의 우월감이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월감이 지나치다 보니, 남한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북한에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혹은 북한에 불리한 측면들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북측의 ‘간과’를 일정 정도 보여주는 것이 7월 2일자 <노동신문>논평이다. 한미동맹에 관한 노동신문 논평에서는 “남한에서 한미동맹은 더는 신성불가침의 것이 아니라 제 명을 다한 낡은 시대의 오물로 배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또 “미국이 낡아빠진 ‘동맹’ 간판에 비단 보자기를 씌우며 남조선 인민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미국은 남조선의 민심을 똑바로 보고 더 이상 강점자의 행세를 하지 말아야 하며 남조선에서 침략군을 철수시킬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으로도 보이고 또 이전에 늘 되풀이해 온 표현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이 최근 한미동맹의 변화가 갖는 본질에 관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한미동맹 해체가 북한에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남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또 한미동맹이 해체된다 하여도, 그것이 곧 북한의 국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북한은 2002년 이전의 한국과 그 이후의 한국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02년 촛불시위 이후의 한국은 새롭고 젊으며 자신감에 찬 나라다. 북한이 과거에 생각하던 사대주의 한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탈미 경향이 강화되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의 신흥 엘리트들은 북한에게 ‘나라를 바칠’ 의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한국의 신흥 엘리트들은 북핵위기라는 ‘호재’를 활용하여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또 동북아 역내의 균형자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꿈’은 일정 정도 그리고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분명히 강조하건대, 최근 한미동맹의 해체 현상은 북한의 영향력 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도리어 한국이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행위자가 동북아에 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 <노동신문>논평은, 어찌 보면, 한미동맹 해체를 격려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북한이 남한의 역동적인 변화가 갖는 본질적 의미에 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이 남한과의 선의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통일 후의 주도권을 잡고자 한다면, 등잔 대신에 형광등을 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모든 곳이 두루 잘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북한이 남한의 역동적인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다. 남한에 대해 무조건적인 우월감을 갖기보다는, 남한의 역량을 긍정하고 남한을 민족적 동반자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남한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우월감을 갖는다면, 통일작업이 지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 후에 북한이 충분한 ‘지분’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