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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가능성 있다

푸른하늘김 2005. 4. 18. 09:11

북한, 핵실험 가능성 있다
 
 
 
글:김종성  
 

 

북한 외무성의 2.10 성명 이후 북핵위기가 2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은 중국 등을 이용한 외교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참가를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미국의 노력은 현재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최근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역학관계 변화가 경우에 따라서는 6자회담의 틀을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6자회담 구도 안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지금 동북아에서 고립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의 군국주의적 의도가 한국·중국 등 주변국들의 견제와 반발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관계 역시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 정부 당국자가 언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금년 2월에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작전계획 5029-05에 관한 한미간 협의를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리고 이를 미국측에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한-미, 한-일, 중-일간에 생기는 외교적 갈등은 ‘한-미-중-일 연대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미국의 6자회담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북핵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기에다가 한국·중국 등의 외교적 협력마저 이끌어낼 수 없게 되면, 미국의 외교적 곤경은 더 한층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끝까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기 위한 중대한 결단을 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내릴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결단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핵실험 등의 방법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추측이 아님은 북한측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은 지난 2월 11·12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평화공존을 원하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거나, 아니면 뉴욕이나 워싱턴 앞바다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국내 언론을 통해 이미 상당히 알려졌다.

또 지난 4월 2~5일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 북한은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주 제1부상이 북핵외교의 실무책임자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북한측 인사들의 발언이 단순한 위협용이 아님은, 지나간 선례(先例)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다. 1993년 제1차 북핵위기 당시 한때는 북한을 침략하기라도 할 것처럼 기세가 등등하던 미국이, 갑자기 북미 고위급회담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있었다.

1993년 5월 29일 북한이 하와이 및 괌 앞바다에 떨어뜨린 ICBM이 클린턴 정권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던 것이다. 이때 북한제 ICBM은 6,000km를 비행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의 위력에 놀란 클린턴 정권은 북한과의 대화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며칠 뒤인 6월 2일부터 북미간에는 제1차 고위급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1993년에 북한은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있었을 때에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므로 북한은 지금의 북미관계가 장기간의 교착상태를 보이게 되면 이번에도 동일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CI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제 ICBM의 사정거리는 15,000km나 된다. 북한에서 15,000km 떨어진 곳은 뉴욕이나 워싱턴 앞바다다. 김명철 박사가 “북한제 미사일이 뉴욕이나 워싱턴 앞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정말로 뉴욕이나 워싱턴 앞바다에 ICBM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지하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미사일능력 혹은 핵능력을 입증하게 되면, 미국은 9·11 참사보다 훨씬 더 큰 충격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9·11은 도리어 미국에게 대테러전쟁 도발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북한이 조만간 단행할지도 모르는 핵능력 입증은 미국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인들을 극도의 불안상태와 심리적 위축감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좋을 수 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북한이 조만간 단행할지도 모르는 핵능력 입증은, 미국을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넣을 ‘과도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러한 극단적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하루빨리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북한과의 대타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위협이 단순한 외교적 언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실현된 다음에는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미국이 지금 결단하면 북미 양국간에는 대등한 ‘강화조약’이 체결될 수 있지만, 미국이 너무 늦게 결단하면 북미 양국간에는 불평등한 ‘항복조약’이 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지금 결단하면 북미 양국이 모두 승리를 거두게 되겠지만, 미국이 너무 늦게 결단하면 북한이 단독 승리를 거두게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간은 이미 미국의 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