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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격렬한 반일시위 원인은 미국의 패권 약화

푸른하늘김 2005. 4. 19. 01:31

중국의 격렬한 반일시위 원인은 미국의 패권 약화
 
 
 
글:김종성  
 

 

 
중국에서의 반일시위가 이미 일정 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2월초부터 한국에서도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단순한 시위를 넘어 무력과시의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 양국 국민의 격렬한 기세 앞에서 일본은 움찔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뜯어말리고 싶은 미국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일본이 대립하는 데에도 뿌리 깊은 역사적 배경이 있지만, 중국-일본이 갈등을 빚는 데에도 역시 뿌리 깊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역사적 배경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중일관계를 보면, 양국은 동지나해 석유자원, 오키노토리섬 문제, 대만독립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양국은 분명 대립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대립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대립이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립할만한 상황이 성취되어야 대립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유’와 ‘상황’이 모두 갖추어져야 대립이 실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서로 반목하는 두 중학생이 있다고 하자. 두 학생이 서로 싫어한다고 해서 두 학생이 아무 때나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부모님이나 교사 앞에서라면 쉽게 싸움을 벌이지 못할 것이다.

중·일 양국은 19세기말 이래로 서로 대립할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중국인들의 경우에는 일본에 대한 역사적 분노를 가슴에 깊이 담아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러한 감정이 쉽게 분출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동북아라는 ‘교실’에 무서운 ‘교사’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동북아 패권국가 미국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은 일본에 대한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동북아의 분쟁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한일관계가 갈등국면으로 치닫다가도 금방 진정되곤 한 것은, 물론 한국 지도부의 진화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질서 안에서 불협화음이 벌어진다면, 이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는 반미감정이 들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동북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약화시킨 가장 큰 요인은 북한의 자주적 외교다. 핵을 무기로 한 북한의 대담한 대미전략으로 인해 미국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동북아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과 미국 패권의 약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격렬한 반일운동이 지난 2월 이후부터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핵강대국 북한의 등장으로 인해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으며, 그 틈을 활용하여 한국·중국 등이 일본에 대한 묵은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본에 대한 적대감정의 표현은, 일본의 배후 조종자인 미국에 대한 적대감정의 간접적 표현의 측면도 띠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동북아 국가의 지도자들은 지금 당장에 노골적인 반미시위를 ‘허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일시위를 ‘묵인’함으로써, 또 그러한 방식을 통해 미국 주도의 동북아질서를 흔듦으로써 한중 양국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중-일 3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고립시켜야 할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중-일 3국의 내부적 분열이 사뭇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중 양국의 격렬한 반일운동 앞에서 일본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일본을 보호해주던 미국의 핵우산에 현저한 차질이 생김으로 인해 일본의 위세가 한풀 꺾였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패권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향후 일정 기간 동안, 한중 양국의 반일운동은 ‘상당 기간’ 그리고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미국의 패권 약화 속도에는 가속도마저 붙게 될 것이다.

일본이 이러한 곤경에서 탈피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에서 무작정 벗어난다면, 이는 일본의 생존을 더욱 더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더욱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럼,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 일본이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군국주의적 야망을 포기한다면, 미국 없는 동북아에서도 일본은 주변국과 함께 생존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동북아를 떠나버리면, 남한-북한-중국은 일본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지만, 미국이 떠나가기 전에 일본이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여타 동북아 국가들은 일본에게 ‘선처’를 베풀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바로 그것이다.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