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더 이상 세계 최강이 아니다
미국은 겸손한 자세로 북핵위기 해결해야...
글:김종성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를 둘러싸고 북·미 양국이 긴장관계를 빚고 있다. 양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간에,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최강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더욱 더 겸손해질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주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그러한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당시 토론회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토론회 내용 중에서 (1)미국의 국력이 강해지고 있는지 여부, (2)미국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여부에 관한 부분만 소개하기로 한다.
1. 미국의 국력은 강해지고 있는가?
류아이청(인민일보 미국특파원) : "2004년 한해 동안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힘을 과시했지만, 사실은 강대(强大)해졌다기보다는
강경(强硬)해졌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강경해진다는 것은 역부종심(力不從心,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라크 문제가 그
증거다. 당초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전복한 다음에 이라크를 신속히 재건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수렁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위안펑(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 부소장) : "2004년에 미국의 건재함이 드러나긴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하면, 중국측 국제전문가들은 "외형상으로는 미국이 강대해진 것 같지만 사실은 강경해진 것뿐이며, 미국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평가에 해석을 덧붙이면, 미국의 강경함 속에는 미국의 문제점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중국측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문제점이란 무엇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2. 미국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류아이청 : "이라크에서 미군의 인명 손실이 크다. 이것은 미국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보급능력도 부족하다.
그리고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2004년에 4150억 달러에 달했으며, 그 중 2250억 달러는 이라크전쟁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적자 확대는 경제발전과 사회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는 국민적 불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최대 약점은 세계적 범위에서 나타난 이아획선(以我劃線, 자기 기준으로 남을 판단한다는 의미)과 목공일절(目空一切, 안하무인이라는 의미)이다. 그 결과, 유럽연합 및 여타 국가들과 미국 사이의 균열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고립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위안펑 : "(위에 언급한) 미국의 구조적 약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포로학대 사건의
폭로, 미-유럽 관계의 긴장, 한국·호주 등 아태 국가들의 이반(離反),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영향력 감소 등이 그 예가 된다.
둘째, 미국의 정치·사회·민족적 분화다. 지난해 연말 대선은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극화(極化) 현상을 반영하였다. WASP(앵글로색슨계 신교도)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 사회가 응집력의 유지라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셋째, 미국은 전략적혼선을 겪고 있다. 미국은 대테러전쟁을 내걸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냉전시대의) 전통적인 대국위협론(大國威脅論, 중국위협론을 지칭)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하면, 중국측이 보는 미국의 문제점은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재정적자의 확대, 일방주의에 기인한 동맹국들(특히 유럽)과의 균열 심화, 아태 지역에 대한 영향력의 약화, 미국 내부의 정치·사회·민족적 분열의 심화, 대외전략상의 혼선 등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위안펑의 마지막 발언이 흥미를 끄는데, 이는 대테러전쟁을 주장하면서도 이따금씩 중국위협론을 흘리는 미국측의 태도에 대한 중국
지식인으로서의 불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튼 위와 같은 내용들을 종합할 때, 적어도 중국 지식인들 역시 ‘미국은 더 이상 강력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도 미국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더 이상 자국을 세계 최강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자신에 대한 겸허한 평가를 바탕으로 북핵위기의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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