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들의 북한 관심은 뜨거웠다
전대기련 OO지부 대담회 질의·응답 내용
글: 김종성
많은 사람들은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 나무란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이상, 어느 시대 어느 세대에 속한 사람이건 간에 공동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모든 개인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간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점은 05학번인 대학 새내기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요즘 대학생들을 나무라는 사람들 역시 그 선배 세대들로부터 “요즘 애들은 너무 개인주의적”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유가 확산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이다. 엄밀히 보면,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나 자유라는 가치관이 점점 확산되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 3월 3일 저녁에 대학 새내기들과의 대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05 학번 새내기들은 북한 및 북핵
문제에 관해 열렬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만 19세 새내기들의 질문 공세 앞에서 기자는 내심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놀라움을 감추기
위해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음료수를 벌컥 마시는 것뿐이었다.
그럼,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대기련) OO지부가 주최한 ‘새내기 북핵 대담회’의 질의·응답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질의·응답에
앞서, 기자는 약 20분 가량의 기조발표를 통해 북핵위기에 관한 2가지 관점을 소개했다. 한가지는 미국을 주인공으로 한 관점이고, 또 한가지는
북한을 주인공으로 한 관점이었다.
질의·응답 내용의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북미관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북한은 왜 핵보유 선언을 했을까?
먼저, 북한이 처한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자연재해와 미국의 대북봉쇄 때문에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중국과 경제협력을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필요하다.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북핵위기를 그대로 방치하고서는 북미간의 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이 저자세로 나가면 미국은 절대로 북한과 협력하지 않는다. 북한이 당당하게 나서야만 대등하고 협력적인 북미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2월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이 나온 것이다. 이 성명문에서 북한이 의도한 여섯 가지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을 상대로 북핵문제의 조기 종결을 요구한 것이다. 둘째, 미국 및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셋째, 미국을 상대로 대북적대정책의 포기를 요구한 것이다. 넷째, 미국을 상대로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것이다. 다섯째, 미국을 상대로 일본 강경파를 알아서 처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여섯째, 설 연휴기간에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국민을 상대로 남북 일체성을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다.
2. 북한의 핵 선언으로 인해 북미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북한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그렇게 되면 남한도 위험해지는데...
북미간의 전쟁이 터지면, 전세계가 모두 위험해진다. 전쟁의 승패 여하에 관계 없이 핵전쟁으로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북아에는
초유의 재앙이 생길 것이다. 미국은 물론 북한도 큰 상처를 입는다. 한국·일본 역시 전쟁터가 된다. 그러므로 북미간의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면, 오히려 북미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미국의 대북전략은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과 손을 잡는 것’이다. 북한과 손을 잡아야만 미국의 지위가 안정되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과 손을 잡되, 자신들이 우월적인 상황에서 손을 잡으려 한다. 북미관계에 긴장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북한은 대등하게 손을 잡으려 하고 미국은 우월한 입장에서 손을 잡으려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북한에 핵이 없는 게 확실하다고 판명되면,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을 제압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북한에 핵이 있어야만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무기는 전쟁 억지력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인해 북한의 대미 협상력이 높아지는 한편 미국의 북침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핵무기를 막는 길은 현실적으로 핵무기 밖에 없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선언으로 인해 동북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3. 북한은 테러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거기에다가 적화통일 의도까지 갖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남한에
위험한 일이 아닌가?
북한이 통일 의지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 남한 역시 마찬가지다. 통일에 대한 의지는 우리 민족 전체가 갖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적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볼 수는 없다. 2000년 6·15 선언 당시 남과 북은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남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전제하에서 통일을 이룩하기로 한 것이다.
비유하면, 부부가 각자 자기 명의로 재산을 가지면서 결혼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불순한 통일을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한 역시 마찬가지다. 남과 북의 두 정부는 지금 민족통일을 위한 의미 있고 정의로운 길을 함께 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 핵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남한에게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에도 핵이 있다.
남한에는 1957년에 이미 핵무기가 배치되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쏠 가능성은 제로다. 여기에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남한에 핵무기를 쏘면 한반도 전체가 위험해진다. 북한도 비슷한 피해를 입는다. 다시 말해, 누워서 침 뱉기다. 둘째, 북한이 핵무기를 쏘면 미국도 핵무기로 대응한다. 이것은 남북한과 미국이 함께 죽는 길이다.
셋째,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트너를 죽일 필요도 없고 죽여서도 안되는 것이다. 넷째, 북한정권의 존재기반 때문에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수 없다. 북한정권의 체제유지 명분은 민족주의다. 남한에도 항일투사가 많다. 그리고 북한에도 항일투사가 많다. 항일투쟁에 기반을 둔 북한정권은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명분으로 하는 정권이다.
통치자가 체제 명분을 저버리면 단 하루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만약 북한이 같은 민족인 남한을 공격하면 이는 민족주의에 위반된다. 그렇게 되면, 김정일 정권은 북한 내부의 쿠데타에 의해 멸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북한에 핵이 있는 것은 위험하기는 하지만,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부뚜막에 놓인 칼을 주방장이 사람에게 휘두를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4. 논외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북한은 독재정권 아닌가? 북한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다.
여기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독재와 장기집권은 다르다는 것이다. 독재는 자기 혼자서만 결정하는 것이고, 장기집권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통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장기집권을 하는 것이지 독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 체제는 공화국 체제이기
때문이다.
공화정은 합의를 기초로 하는 정치체제다. 그런데 한국·미국·일본 언론에서 김일성과 김정일만 부각시키다 보니까,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장기집권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첫째, 사회주의적 특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종교적인 신이 인정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통치자가 카리스마를 갖기 힘들다.
그런데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통치자가 일정 부분은 신의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런 시스템의 영향 때문에 장기집권이 가능한 측면도 있다. 둘째, 북한체제의 특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북한의 경우에는 장기간의 대미투쟁 과정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카리스마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
셋째, 동양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남한은 미국의 영향 때문에 서구화되었지만, 북한이나 중국 등은 동양적 전통을 상당 부분 갖고 있다. 북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 왕조의 멸망 후에 일본 국왕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다. 그러므로 김일성·김정일의 장기집권이 북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북한이나 중국 국민들에게는 서구식 정권교체가 친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김일성·김정일의 장기집권을 평가하기 바란다. 만약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통일 후에 김정일 정권을 심판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는 김정일 정권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을 이룩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최고지도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배우자 후보의 나쁜 측면을 강조할 수는 없다. 결혼 후에 살면서 고치면 된다. 일단 북한과 결혼하자.
5.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때문에 핵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어떤 식으로 북한을 부당하게 대우했는가?
미국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대북적대정책을 행해왔다. 첫째,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을 상대로 핵공격 위협을 가했다.
미국은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고 작전계획 5027을 세웠으며 팀스피리트군사훈련 등을 통해 핵공격 훈련을 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핵전쟁 위협인
것이다.
둘째, 북한의 주권과 영토를 끊임없이 위협했다. 미국은 끊임없이 대북정찰활동을 했다. 1968년 푸에블로호사건, 1969년 미군정찰기 격추사건은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인권법 제정 등의 방법으로 북한에 내정간섭을 일삼고 있다.
셋째, 미국은 북한의 경제를 봉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정상적인 무역활동을 제재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이나 남한 등과 제한적으로 교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전쟁 위협을 가하고 주권과 영토를 침해하고 경제봉쇄를 감행했다면, 이는 미국이 북한을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6. 미국은 왜 그렇게 북한을 적대시하나요?
이는 미국이 갖고 있는 북한 콤플렉스 때문이다. 제2차 대전 때 미국은 독일과 일본 등을 연파하고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그런데
불과 5년만에 미국은 한반도에서 첫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북미간의 규모 차이를 비교한다면, 이는 사실상 미국의 패배라고 봐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도 미국은 한번도 북한을 꺾지 못했다. 1968년에 미군 정찰선인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를 침범했다가 북한에 나포되었다. 당시 미국은 북한 해역을 봉쇄하고 소련 등을 동원하여 북한을 압박했지만,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이 사건은 미국의 사과로 끝나고 말았다. 1969년에는 미국 정찰비행기가 북한 영공에서 북한에 의해 격침되었다. 이때도 미국은 꼼짝 못했다.
그리고 1976년에는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찍어죽였다. 그래도 미국은 꼼작을 못했다. 1993년 제1차 북핵위기 때에도 결국 미국은 제네바합의서에 조인하고 말았다. 이처럼 북한을 한번도 꺾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콤플렉스를 갖게 되었다. 그러한 콤플렉스가 대북 적대정책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7. 아무리 미국을 자신들을 적대시한다고 해도, 북한이 질 것이 뻔한데 왜 미국에게 대드는 것일까요?
재래식 무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미국의 국력이 우월합니다. 미국에게는 원자력잠수함·전략폭격기·항공모함 등이 있지만, 북한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무기는 돈만 많이 들뿐입니다. 전쟁 억지력을 이룰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그런 무기가 없다고 해도, 미국에
얼마든지 대항할 수 있는 것입니다.
8. 일본도 납치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북적대정책을 취하고 있다. 왜 그러한가?
지금 일본에는 두 가지 기류가 있다. 북일수교를 희망하는 측이 있고 북일간의 긴장관계를 선호하는 측이 있다. 지금 외형상으로는
긴장관계가 강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북일수교를 지향하는 흐름도 있다. 그런데 길게 보면, 북일수교를 하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다.
그래야만 일본의 국제적 지위가 보장된다. 미국이 떠나면 일본은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일본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수교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입장에서 더 두려운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면 북일 양국이 수교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 벌어지는 북일간의 극도의 긴장관계는 3년전부터 두드러진 것이다. 부시의 대북강경책을 배경으로 일본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대북강경발언을 하는 진짜 목적은 일본 국익이 아니라 유권자의 표 때문이다. 진정으로 일본의 국익을 위한다면, 일본은 북한과 수교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확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조만간 북미 양국이 모종의 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일본 강경파의 존재가 미국의 대북전략에 장애물이 된다. 그러므로 조만간 미국은 일본 강경파들을 손보게 될 것이다. 북미평화센터 김명철 박사에 따르면, 최근 NHK 위안부 보도 압력사건으로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곤경에 처한 것은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조만간 미국은 일본 강경파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9. 북한은 꼭 핵 보유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는가? 6자회담이 나름대로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북한의 핵 보유는 전쟁 억지력을 갖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면 미국이
대등한 협상을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중국 등이 6자회담에 참여하는 진정한 목적은 북핵위기의 종결이 아니다. 그들은 북핵위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6자회담에 참여하는 것이다.
미국은 6자회담 지속을 통해 자국의 동북아패권을 공고히 하려 한다. 그리고 중국 역시 약간의 긴장을 즐기면서 이번 기회에 미국의 외교 대리인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6자회담은 북핵위기를 지속시키는 것일 뿐이지 종결짓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6자회담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대화 파트너인 북한의 체제를 부정하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무의미한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면 북한은 조만간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 데이트하자면서 여자를 핵무기로 위협한다면 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10.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 같은데, 한반도 비핵화를 하자면서 어떻게 핵 보유를 선언할 수 있나요?
북한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원합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원하는 것과 북한이 핵을 보유한 것은 전혀 모순이
않습니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핵 보유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핵이 없다면 미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핵화(核化)되고 맙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다면, 미국의 핵은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핵에는 핵으로’ 맞선다면, 미국의 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핵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북한도 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비핵화가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현실적 의미의 비핵화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 핵무기를 철거한다면 북한 역시 핵무기 철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겠습니까?
11. 북핵문제는 어떻게 해야 완전히 풀릴 수 있을까요?
대화로 문제를 풀려면 대화의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을 인정하고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북한의 요구조건은 바로
그것이다.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북미 양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또한 양국이 수교를 체결하면, 북핵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 북미 양국이 친구가
되면 양국의 긴장은 사라질 것이다.
12.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남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북한의 핵보유는 우리 민족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띤다. 첫째,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강도 혼자만 칼을 갖고
있다면 집주인이 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집주인도 칼을 갖고 있다면 강도는 함부로 칼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북핵은 한반도전쟁을 억지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둘째,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핵이 없는 북한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지켜주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하여 남한을 핵우산 아래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남북이 민족공조로 가고 있으며 또 미국이 북핵을 저지할 수 없음이 판명되었으므로, 남한은 더 이상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13. 남한에서는 ‘대북지원을 끊자’는 등 대북강경론이 나오고 있다.
북핵 선언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다. 이제까지 남북분단의 최대 요인은 바로 미국의 한반도패권 때문이었다.
그런데 통일의 장애요인이 지금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더 통일을 가속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남한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같은 형제끼리 협력하는 것이다. 거지에게 돈 몇 푼 집어주는 게 아니다. 그리고 북한은 거지가 아니다. 경제력에서는 남한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과 군사력에서는 북한이 앞서고 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인공위성도 쏘고 있다. 그러므로 대북 경제봉쇄만 풀리면 북한의 경제는 금방 살아난다.
북한의 기술력과 군사력에다가 돈까지 들어가면, 북한경제는 금방 소생할 것이다. 그리고 탈북자들이 북한 국민을 대표하는 게 아니다. 탈북자들은 압록강을 넘고 있지만, 남한의 노숙자들은 지하철 역사 안에 숨어 있다. 그래서 북한 탈북자만 보이고 남한 노숙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남과 북이 서로의 장점을 합하는 것이다. 남한의 경제력과 자본, 북한의 기술력과 군사력이 합치면, 우리 민족은 사상 최대의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
14. 그런데 기자님은 왜 ‘김정일’을 비호하세요?
나는 ‘김정일’을 비호하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 민족을 비호할 뿐입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이곳 한반도에 핵무기를 투하하려
했습니다. 그런 미국을 믿고 동족인 북한을 적대시한다면, 우리는 배알도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 민족이 살려면 미국의 핵우산을 한반도에서 제거해야
합니다.
나는 그래서 우리 민족을 비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김정일’로부터 밥 한끼 얻어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김정일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왜냐? ‘김정일’은 통일의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통일의 파트너를 무시하고서 어떻게 통일을 이룩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김정일’에게 잘못이 있다면 통일 후에 따집시다. 그러나 그 전에는 먼저 통일을 이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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