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누가 이승연을 ‘현대판 위안부’로 만드는가?

푸른하늘김 2004. 2. 13. 11:31

역사인식이 백치 아다다 수준!

글:장팔현

시대는 다시 100 여 년 전 조선말의 어지러운 상황과 흡사한 것 같다. 자칭 “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재조명하기 위해서(동아,2월12일 기사)” 동영상을 찍었다는 탤런트 이승연씨는 과연 탤런트라는 공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역사인식 수준에 있어, 백치 아다다 수준으로 끌어내렸을까?

일제 시대 우리의 할머니들이 나라 잃은 백성으로써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아가면서 미치도록 후덥지근한 동남아 전쟁터로 끌려 다니면서 갖은 수모를 당했는데, ‘종군위안부’를 테마영상물로 제작하다니, 과연 그들이 제정신들인가? 무엇이 자랑스럽고 무엇이 ‘재조명하기 위함’인지 보통 수준의 지능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이런 가당치도 않은 발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2일자 한겨레신문에 의하면,"이승연과 네티앙엔터테인먼트는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군위안부라는 의미있는 주제를 갖고 '여인'의 장중한 삶의 표현을 통해 한.일 관계의 역사적인 재조명의 의미를 지니는 서사적 작품, 영상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하니, 그 요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술 더 떠 ‘종군위안부’를 영상물로 찍은 (주)로토토 관계자는 “기존 연예인 누드 사진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동아 2월12일 기사)”고 주장하나, 이는 역사의 재조명이 아니라, 국치(國恥)를 상업에 이용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작금의 상황은 한,일합방 되기 30년 전과 흡사하다 할만하다. 일찍이 우국지사 최익현 선생은 “일본은 반드시 조선을 침략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정치인 지식인들에게 그 대비책을 설파하며 미친 듯이 나라 구하기에 심혈을 기울였었다. 그때도 조선을 이끌던 지식인, 정치인들은 최익현 선생의 선견지명에는 한마디 귀 기울이지도 않고 오히려 그를 미치광이 취급했던 당시의 엘리트 집단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또 다시 우리는 일본이 유사법제를 통과시키고 착실히 군사대국화로 치닫고 있는데, 아직도 정치인들은 국익보다 ‘당리당략’에 이끌려 나라가 혼란스럽고, 지식인들 또한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응책에 골몰하기보다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헤쳐모여를 반복하면서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사꾼들은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성까지도 상품화하고 있다.

아니, 자본주의 체제의 마지막 골목이 ‘성(性)의 상품화’로 가고 있음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를 보면 아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적 수모인 ‘종군 위안부’마저 상업적인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며 누드상품화 한다는 것은 ‘억울한 역사를 이용한 치부(致富)’이자,‘국가적 치부(恥部)를 이용한 치부(致富)’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과의 사상적 전쟁에서 지고 있다. 한국인 핏줄을 이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일파’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한민족과 남북한 깎아 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한국에서는 일본 우익인사들이 칙사 대접 받아가며, 방송과 언론매체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1900년 초기의 상황과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필자는 별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어떻게 해서라도 돈 벌겠다’는 심산인지, 장사꾼들은 역사까지 팔아가면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가히 정신을 잃고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장사꾼들은 시대야 어찌됐건 돈을 향해 미친 짓들을 하고 있다. 우리에겐 진정 정신이 죽었는가? 누가 이승연씨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히려 이승연씨는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게 사과드리고 누드 찍기도 그만둬야할 판에, (주)로토토는 앞으로도 계속 같은 타이틀로 누드를 찍겠다니, 가히 그 후안무치한 얼굴과 가슴은 만인들이 알아주고도 남음이 있겠다. 역사적 국치까지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이를 아무리 요설(饒舌)로 변명만 늘어놓는다하여, 비판이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종군위안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러한 누드 찍기는 역사 재조명도 색다른 발상도 아닌, 그야말로 현대판 ‘색티즌 위안부 만들기’라 비판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승연씨와 관련회사는 변명하기 보다는 차라리 누드 찍을 각오만큼이나 솔직해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내숭과 변명을 팽개치고 속직이 속내를 다 까발리라는 말이다.

왜 상업적 누드 찍기에 ‘종군위안부’를 빙자하여 그들 가슴 아픈 할머니들과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가? 올바른 역사인식은 역사학자들이 풀 문제이지, 누드로 풀 문제가 아니다. 누드를 찍는 이승연씨나 관련회사는 대오각성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