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사 힘들어도 월급쟁이 보다는 낫지! "

푸른하늘김 2003. 10. 26. 16:08

"장사 힘들어도 월급쟁이 보다는 낫지! "

4代째103년을 이어온 식품점 콘도씨 일가





3년 전 지금 살고있는 동경 아라카와(荒川)구의 南千住(미나미 센주)로 이사를 왔다. 외진 주택가라 집 근처에 큰시장이 없는 관계로 퇴근길,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近藤商店(콘도상점)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계산대 뒤에는 온갓 식품과 채소, 과일에 관한 영양표와 조리법 등이 늘 붙어있고, 동네의 조그만 행사까지도 안내판이 있어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우리 아들 연우가 다니고 있는 보육원에 식료품을 납품하는 관계로 가끔씩 보육원 문전에서 만나게 되는 주인아저씨도 마음에 들어서 자주 가게 되는 곳이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식료품은 집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큰시장에 가서 사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주로 퇴근길 과일을 사거나 갑자기 저녁늦게 엉뚱한 과일을 찾는 연우를 위해 주로 이용한다.

지난 여름. 8월 31일 "야채의 날"행사가 있다는 신문기사를 통해 1980년부터 시작된 야채의 날의 의미와 유래, 일본인들의 야채 섭취량, 계절별로 몸에 좋은 야채와 과일에 관한 정보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오늘도 퇴근시 사과와 귤, 감, 고구마를 사려고 갔더니 요즘은 브로콜리가 최고의 야채라 맛도 좋고 제철이라며 한달 정도 매일 먹을 것을 권해주었다.

아무튼 아침 9시 30분에 문을 열어 저녁 9시 문을 닫는 近藤商店(콘도상점)을 나는 주로 저녁퇴근시간에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오후 점심식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갔을 때 농담삼아 "아저씨 이 가게는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라는 질문에 "4대째니 103년이 되었다"라는 것이었다. 그 말에 한번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을 잡고서는 목요일 오후, 일찍 퇴근을 하면서 近藤商店(콘도상점)에 갔다.


-4대째이고 103년을 식품점을 하셨다는데 정말 입니까?
"그럼. 내 증조부가 이 자리에서 식품점을 시작하여 벌써 103년이 되었지. 지난번 말한 것처럼 우리 동네에서는 조금 오래된 가게 중에 하나이지. 얼마전에 소개한 이이즈카(飯塚)약국이나 옆에 있는 잡화점에 비하자면 명함도 못내미는 정도지만 말이야."

-한달 매출은 얼마나 되고 순수익은 어느 정도 되는지요?
"한달에 일요일을 제외하고 26~27일 정도 일하는데 월 매출은 600만엔 정도이고 순수익은 27% 정도 되니까 월평균 160만엔정도 된다고 보면 되지. 집사람과 나, 동생이 일하고 부모님이 틈틈히 일을 돌봐주시는 정도이니 동생에게 40-50만엔 정도 월급을 주고 나면 월 100만엔 수입은 되지."

- 남동생 분에게 월급주고 남는 나머지가 월 100만엔은 된다는 말씀이군요. 부부 두분과 가끔 나오시는 부모님의 생활은 충분하시겠군요?
"그렇다고 봐도 되지. 아들만 둘 있는데 대학생과 고교생이라 학비와 부모님 용돈을 쓰고 나머지 생활비를 한다고 해도 월 30-40만엔 정도는 저축이 가능하니 월급쟁이 보다는 낫다고 봐야지. 하지만 아침 7시만 되면 농산물 시장에 가서 식품을 사고 9시 30분에 가게문 열어서 정리하고 일일히 비닐 포장에 청소며 배달까지 하면서 저녁 9시까지, 일하는 시간을 따지면 하루 15시간 정도 되니까 몸은 정말 힘이 들지. 피곤하고."

- 그래도 월급쟁이 보다는 낫지 않아요. 그러고 보면 대를 잇는 것도 역시 돈과 관계가 있나봐요?
"사실 그렇지. 월급쟁이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드니까 가업을 물려 받는 것이고 또 나름대로 안정감도 있지. 4대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다보니 이 동네 모르는 사람도 없고 단골도 많은 잇점이 있지. 하기야 장사가 잘 안되는 옷가게나 책방, 기모나 가게 같은 것은 요즘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 다들 힘들고 어려우니 자식들도 거부하고 부모들도 물려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거든."

- 아드님에게 식품점을 물려주실 생각은 있으신지요?
"아직은 몰라. 대학생인 큰 놈이 식품점을 하려고 하는지는. 요즘 애들은 시간 길고 몸 힘든 일은 좀처럼 하려고 하지 않거든. 그래서인지 녀석은 가게가 바쁜 시간에도 나와서 돕는 일이 거의 없어. 연로하신 부모님들만 가끔 나오시는 정도이고. 아무튼 이제 곧 졸업하니까 녀석도 취업문제로 고생스럽고 또 식품점이 돈 된다는 생각이 들면 물려달라고 하겠지 뭐. 아직 내가 젊으니까 상관없어. 이제 겨우 53살인데 뭐. 아직 20년은 거뜬 하거든. 그동안 아들 놈들이 다른 거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아무래도 4대를 지켜온 것이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옛날과 지금의 차이와 소득에 차이나 없는지요?
"어떻게 보면 식품점도 점점 장사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지. 요즘은 수퍼도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잖아. 그리고 편의점도 많이 생겨서 다양한 식료품을 24시간 팔고 있으니 과거에 비해 직장일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휴일날 몰아서 장을 보거나 야간시간에 슈퍼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많아지니까 우리같은 동네 식품점은 힘들지. 그래도 주택가에 있고, 큰시장이 멀리 있고, 저녁 9시까지 문을 열고 있으니 퇴근길에 들려주는 손님이 많지."

-팔다가 남은 식품들은 어떻게 처리하는가요?
"버리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일본도 "푸드뱅크"가 잘 되어 있어서 근처의 양로원이나 어르신들만 사는 가구에 직접 배달을 가는 경우도 있지. 그리고 구석에 쌓아두고 싼 값에 파는 경우도 많아. 오늘도 바나나와 귤은 싸고 사과는 비싸니까 바나나와 귤은 재고처리를 빨리 해야지. 그리고 토요일쯤 되면 오후에 떨이판매를 시작하지. 그때 오면 싸잖아. 그때 와."

-힘드신 거나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왜 없겠어. 요즘 불경기로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인지. 과일은 안팔려. 당신처럼 과일 많이 사가는 사람 드물어. 아무래도 불경기가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장사도 예전 같지 않고."

4대째, 103년을 이어온 近藤商店(콘도상점). 주인 아저씨 콘도씨의 말처럼 일본의 젊은이들도 요즘은 힘들고 긴시간 일하는 것을 싫어해서 가업을 이어 받을지 잘 모르겠다며 조금은 걱정이란다. 하지만 불경기로 취업이 힘들고 사회에 나가 고생하기 보다는 부모님이 주시는 가업을 잇는 실속을 챙기는 젊은이들도 많기에 큰아들이 가게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나이가 들어 철이 들면 자연스럽게 近藤商店(콘도상점)을 물려 받을 것 같다고 웃음 짓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