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먹고 살기 힘든 일본

푸른하늘김 2003. 10. 10. 18:17

먹고 살기 힘든 일본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사람들이 '일본생활이 좋으냐?'는 질문부터 '돈벌이는 잘되느냐?'는 질문을 해올 때면 나는 늘 미소만 짓고 만다. 돈벌이도 시원찮을 것 같고, 언어도 잘 안통하고, 별로 배울 것도 없을 것 같은 일본에서 왜 사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돌아와 봐야 불경기로 일자리도 없다며 그냥 일본에서 눌러 앉아 살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부모님의 뜻대로 공부만 하고 돌아가려고 하였지만, 자식까지 낳고 취직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부터는 쉽게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국의 불경기가 더더욱 나를 일본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월급쟁이들은 주로 나이와 비슷하게 월급을 받고 살아간다. 23세이면 23만엔, 30세면 30만엔, 50세면 50만엔의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호황기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의 경우를 보자면 1968년생이고 만 35세인 관계로 월 35만엔을 벌면 보통의 월급쟁이 수준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에 와서 전문기술인력의 경우에는 일본 기업에 취업을 하여 자신의 나이에 맞는 월급을 받게 되지만, 보통의 회사원의 경우에는 외국인 차별이 존재해 초임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일본 친구들에 비해 조금은 적은 월급을 받게되는 것이 사실이다.

남자는 군대 갔다와서 일본어 코스부터 시작하는 경우 일본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만 30살은 되는데 일본 친구들이 23세에 취업하는 경우와 같은 월급을 받게되는 관계로 상대적으로 보자면 적은 월급이 되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도 물론 어학연수 기간과 대학 졸업을 따지면 2-3년 일본인들보다 늦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최근 불경기로 대졸 초임이 20-22만엔 정도. 과거에는 연 1만엔 정도 임금 상승이 있었지만, 요즘은 불경기로 임금 상승이 거의 없어서 중년이 되어서도 30만엔만 주면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 보너스에 퇴직금도 사라지고 있는 회사가 많다. 신입의 경우 월 20-22만엔 정도의 월급에서 나가는 세금이나 연금을 제하고 나면 초임의 경우 15만엔을 가져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나의 경우도 어쩌면 예외가 없는 것이 일본 생활을 시작하고서 받은 월급이 20만엔 정도였다. 물론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관계로 월 15만엔 정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에 공부에 이중고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일본에서 어렵다는 돈벌이를 하면서 고생을 하고 있다.

결혼 초기 아이가 없고 둘이서 맞벌이를 할 때에는 솔직히 돈에 대한 어려움이 많지는 않았다. 둘이서 벌면 월 50만엔 가까이 벌 수 있고 여유도 있고 조금은 금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아내와 돈을 벌기 위해 생업전선에서 뛰고 있는 현재의 나의 상황으로는 정말 일본인들이 자기 나이만큼 벌지 않으면 도저히 살기 어렵고 또 너무 적게 벌면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 월급쟁이 노릇을 하는 것이 물가나 소득 수준을 따지고 보면 더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이 요즘은 다들 연봉 3000만원은 번다고 한다. 어쩌면 적은 월급으로 일본에서 사는 것 보다 물가 싼 한국에서 월급쟁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요즘은 돌아가도 일자리가 없어서 곤란하다는 결론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아직은 배우고 또 해야할 일이 많은 관계로 가능하다면 몇 년을 더 있을까 생각중이다.

가뜩이나 월급이 적다는 한국 회사에 다니는 나는 요즘 사실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월 40만엔 정도는 벌고 있다. 혼자서 월 40만엔을 벌기 위해서는 정말 일을 많이 해야하고 또 주어지는 일이 많다. 물론 건강을 해치는 정도로 일을 하거나 일에 치여서 살지는 않지만 일년 365일 거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 12시간 정도 일하고 쉬지 않고 늘 일을 하면서 산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지만 정말 창문 밖 공기를 제대로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출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주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도 늘 일의 연장으로 지내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것이 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일이 아들놈 보육원 운동회인데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토요일 오랜만에 마당에서 아이랑 꼬마친구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는 성실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