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행하다가 벌금 물게 된 한국 유학생

푸른하늘김 2003. 7. 22. 10:35
선행하다가 벌금 물게 된 한국 유학생

글: 유재순


NHK 라디오 국제국에서 30여 년 가까이 우리말로 방송을 하셨던 김 유홍 선생님으로부터 긴급 전화가 걸려 왔다. 일주일 내내 찾았다는 김선생님의 이야기였다.
“한국 유학생 중에 너무 억울한 일이 있어서 연락했어.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있어야지.”
내용인즉 이러했다.
고 두일, 김 정기라는 한국유학생이 있었다. 이 두 유학생은 이삿짐 센터에서 짐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심성이 착했다.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이 두 사람이 느낀 것은, 버리고 가는 짐 가운데 꽤 괜찮은 물건이 많다는 것.
이 때 두 사람이 생각한 것은 이 아까운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삿짐을 나를 때마다 괜찮은 물건들을 골라 홈 리스(노숙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당연히 홈 리스들은 이들의 ‘선물’을 대단히 반겼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이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때문에 주인이 버린 물건 중에 골라 놓은 물건을 홈 리스들에게 가져다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홈 리스가 몰려 있는 장소 빈터에 이불 및 생활 필수품들을 잠시 쌓아 놓았다. 이튿날 날이 밝으면 홈 리스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유학생은 자신들의 행위가 문제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헌데 이들이 짐을 쌓아 놓은 것을 본 근처의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자리에서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됐다. 죄명은 ‘폐기물 처리 및 청소에 관한 법률 위반.’
벌금으로 두 사람은 각각 50만 엔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학교공부 외에 틈틈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하는 유학생 입장에서 그런 큰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벌금을 내지 못했다. 아니 억울해서라도 그 벌금을 낼 수가 없었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NHK 보도국 사회부 고토 여기자. 본인들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고토 기자는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변호사부터 선임했다. 그리고 벌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NHK청소차 과장이 재판정에 나와 물건들을 길가에 버리고 가는 일본인들이 상당히 많으며, 따라서 두 유학생이 한 행위는 벌금을 부과 받을 만큼 위법은 아니다 라고 증언해 주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패소. 고 두일, 김 정기 두 유학생과 일본인 변호사, 그리고 고토 기자는 다시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렇지만 지난 17일 또다시 기각 당했다. ‘홈 리스들에게 전해준 것은 인정하는데, 전해주지 않고 놓아 둔 것은 폐기물’이라고 법원이 정의를 내린 것.
이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한 마디로 분노 그 자체. 그렇잖아도 무차별, 무분별, 무 이유 살인 사건으로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선행을 한 유학생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일본인의 행태에 모두가 분노를 하고 있는 것.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조차 무섭다고 할 만큼 일본사회가 삭막해진 가운데, 젊은이들이, 그것도 일본인도 아닌 한국유학생이 의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잠시 물건을 쌓아 놓은 것을 가지고 법률 조항을 들이대는 것은, 법 이전에 옹졸하고도 편협한 일본인들의 생각에 다름 아니라고 자국민인 일본인들이 먼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2002년 1월, 신오오쿠보 전철역 홈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함께 사망한 고 이 수현 씨에 이어, 선행을 하다 불이익을 받게 된 고 두일, 김 정기 두 유학생.
난 이들 두 학생과 고토 기자, 변호사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한편 두 유학생은 변호사와 고토 기자, 주위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대법원에 항고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