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실수로 구설수 오른 일본 정치인들

푸른하늘김 2003. 6. 28. 20:33
말실수로 구설수 오른 일본 정치인들

집단강간하는 남자는 아직 기운이 있다는 증거?

글:박철현




지난 6월 19일 일본의 빅3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와세다의 한 학생서클 구성원들에 의한 집단강간 사건이 일본 전역을 놀라게 했다.

이 서클의 대표이자 5명에 의한 집단강간사건의 주모자이기도 한 W(27)씨는 아자부 경찰서의 심문에서 "강간이 아닌 화간이었다" 라는 말을 계속 했으나, 피해자인 여성은 "말도 안된다. 엄중하게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가해자 5명은 지난 5월 18일 동경 록뽄기의 어느 빌딩 12층에 자리잡은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후 술에 취한 20살의 여자대학생을 속여 유인한 뒤, 11층의 계단 부근에서 차례 차례 성폭행 한 것으로 드러 났다.

그리고 이후의 조사에 의해, 이들에 의한 집단 강간 사건은 이번 한번뿐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보통 대학생들보다 5살이나 많은 리더인 W씨는 흔히 이 콘파(コンパ)라고 불리는 "여대생들과의 파티"를 위해 대학 졸업후 다시 와세다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더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사건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주일이 지난 26일 이 문제의 사회면 톱기사는 자민당 주최의 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실수로 인해 정치면 톱기사로 변하게 된다.

모리 전수상, 오오타 전 총무부 장관, 그리고, 사회를 맡은 정치평론가 타와라 소이치로가 자민당 주최로 열린 카고시마의 토론회에서 웃어가며 말한 그 발언은 일본 정치인의 의식수준을 드러냈다.

오오타 전 총무부 장관의 무의식적인, 그러나 이미 남존여비 사상이 뼈속깊이 박혀 있는 "(집단강간을 하는 남자는) 아직 기운이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괜찮다. 정상에 가깝지 않느냐? " 라는 말은 27일 각 신문 지상의 톱으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것은 한 정치인의 망언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많은 상처를 남겼다. 바로 그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그 발언 이후, 이어진 대화의 내용 때문이다.

그 발언 직후, 정치평론가 타와라 소이치로가 웃으면서 "그런 말하면 문제가 될 건데, 아마 욕먹을 거예요" 라고 덧붙이자 오오타씨는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식으로 "요즘 여자들도, 남자들도 용기가 없어서 프로포즈를 못한다. 결혼이 적어지고 아이들 수가 적어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라는 식으로 맞받아 웃는가 하면, 모리(森) 전 수상은 옆자리에 앉아 박장대소를 했다는 것.

게다가 유일한 여성 참석자였던 하시모토 세이코(일본의 유명한 스케이트 선수. 동계올림픽에 출전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하계 올림픽에서는 사이클 국가 대표로 출전한 경험도 있다) 의원이 사회자의 "화 안내요? 한마디 하세요"라는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일본 정치계의 마초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한편의 씁쓸한 코미디였다.

27일 오전, 물론 오오타 의원은 "실수를 사죄한다. 집단강간은 범죄행위이다. 어제의 토론회 분위기에 맞춘다는 것이 실수를 한 것 같다(토론회 주제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자녀수를 걱정하는 것> 이었다-필자주) 앞으로는 강간 등 폭력행위에 대한 입법행위를 더욱더 철저히 해 나가겠다" 라는 식으로 무마를 했다.

그러나 TBS 심야뉴스에서 치쿠시 테츠야 캐스터는 이 내용을 다루면서 다음과 같은 멘트를 덧붙였다.

"저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오오타 의원과 모리 전 총리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냐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성을 남성들을 위한 성의 대상으로 혹은 자식을 낳는 도구로만 본다는 것. 저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딱 여기에서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