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 명소 '리쿠기엔(六義園)'

푸른하늘김 2003. 6. 10. 11:26
특별 명소 '리쿠기엔(六義園)'


글:김종래


도쿄도(東京都) 내 스가모(巢鴨)에 위치한 ´리쿠기엔(六義園)´에 다녀왔습니다.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많이 조성되어 있는 일본.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공원이 있지만, 시간상 그다지 찾지 못했습니다. 혹, 찾는다 해도 홈리스들의 터전으로 자리한 지 오래인 곳이 있어서 왠지…. 많은 공원들이 무료입장이기에 그러할까요?

하지만, 리쿠기엔은 출입관리 때문에 그럴 염려가 없어, 호수 주변에 있는 듯한 기분으로 오랜만에 신록과 함께 무르익은 봄을 만끽했습니다.

리쿠기엔은, 에도막부(江戶幕府)의 5대 장군인 도쿠가와쯔나요시(德川綱吉)의 신임이 두터웠던 가와코시 번주(川越 藩主) 야나기사와요시야스(柳澤吉保)가 원녹(元祿) 15년(1702)에 축원한 <回遊式築山泉水>의 다이묘(大名) 정원(庭園)이라고 합니다.

연못을 돌아 긴 길을 걸으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섬세하고 온화한 일본 정원입니다. 에도 시대 다이묘 정원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으로 메이지(明治) 시대에 들어와 미쯔비시(三菱)의 창업자인 이와자키타로(岩崎太郞)의 별가가 된 후, 쇼와(昭和) 13년(1938)에 이와자키 가(家)에서 도쿄도에 기부, 쇼와 28년(1953)에 국가의 특별 명소로 지정된 귀중한 문화재라고 합니다.

리쿠기엔은 서너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축소판 같습니다. 정원을 산책하기 위한 문(內庭大門)을 들어서면, 실 벚나무들이 춤을 추며 반깁니다.

그 문을 지나면 정면에 데시오노미나토(出汐の湊)라 불리는 전망 좋은 커다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 가운데 이모야마·세야마(妹山·背山)라 불리는 산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 있습니다. 옛날엔 여성을 이모(妹), 남성을 세(背)라고 칭했다는데 이 섬은 남녀사이를 표현한다고 합니다.

산 주변에는 용의 등 모습을 한 바위 와룡석(臥龍石)과 신선도에 있다는 3개 섬의 하나로 거북이 형태의 봉래도(蓬萊島)가 넓은 연못을 의연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 맞은 편에 후지시로토우게(藤代峠)라 불리는 또 하나의 산이 있습니다. 표고 35미터의 산으로 와카야마(和歌山)에 있는 同名의 고개에서 이름지어졌고, 후지시로토우게를 오르는 사사카니노미찌(蛛道)라 부르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이 거미의 가는 실처럼 좁아서 이름지어졌다 합니다.

연못 내, 형형색색 때깔 고운 수천 마리 잉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앙증맞게 보이는 손바닥 크기의 거북이(안내자가 거북이라 해서…. 남생이 일지도 모르겠습니다)는 가장자리 돌멩이에 몸을 드러내고 봄을 즐기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리저리 걷다가 새끼 거북이 한 마리를 주웠습니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거북이. 방생하는 기분으로 연못에 내려놓자마자 잉어가 한 입에 꿀꺽, 일행들은 괴성을 지르고 저 또한 어이가 없더군요. ˝그 딱딱한 거북이를 소화시킬 수 있을는지˝ 하는 순간 먹이가 아닌가 싶던지 다시 토해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박수소리. 짝짝짝.

정원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자리하고, 그 옆을 흐르는 시냇물과 바위 사이에서 떨어져 물보라를 내뿜고 있어 정자에서는 폭포와 그 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숲 속 벤치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데이트 모습이 눈에 띕니다. 역시 노인들의 하라주쿠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원내에는 돌기둥이 많이 있습니다. 원내 88개소의 경치 좋은 곳(六義園 88境)에는 각각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는데, 현재는 32개소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리쿠기엔의 이름은, 중국의 시의 분류법(詩의 六義)에 따른 고금집(古今集)의 순서인 와가(和歌)를 분류하는 육체(六體)에서 유래한 것이라 합니다.

87809.41㎡의 정원은 침엽수, 상록수, 낙엽수 등 6340그루와 동백나무, 목련, 철쭉, 수국, 백일홍 등의 꽃이 어우러져 있어, 매달 갖가지 꽃들이 입장객들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또한 숲에는 휘파람새, 동박새 등 조류들이 살고 있다는데, 정답게 느껴지는 그런 새들은 못보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까마귀만 실컷 구경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사람도 위협한다는 거리의 사냥꾼 까마귀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학하시는 분들, 스가모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로 멀지도 않은 도심에 위치한 정원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봄을 만끽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다이묘(大名)는 넓은 영지를 가졌던 무사, 츠키야마(築山)는 정원에 쌓아올린 작은 산이고, 센스이(泉水)는 뜰에 만든 연못을 뜻합니다.

開園時間: 오전 9시∼오후 5시(입장은 오후 4시 30분까지)
休 日: 연말연시(12/29∼1/1)
入 園 料: 3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