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재순의 일본리포트] 아름다운 파라사이트족과 프리타들(1)

푸른하늘김 2003. 2. 24. 23:14
[유재순의 일본리포트] 아름다운 파라사이트족과 프리타들(1)


부모에 얹혀사는 '파라사이트족 ' 들은 공생공존
 지난 한 주일은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취재팀을 따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본 곳곳을 돌아다녔다. 취재 테마는 장기간의 불황으로 자식들이 부모에게 기생해서 사는 '파라사이트(parasite)족'.
 이 말은 일본의 학예대학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정의를 내려 이를 일본매스컴에서 크게 보도했다.
 야마다 교수가 정의한 '파라사이트족'은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자신이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는 이들을 가리킨다. 특히 '파라사이트 싱글'이란 말은 최근 몇 년 간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었다.
 바로 이 같은 현상을 한국의 프로덕션 공주영상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일본에 온 것이다.
 사실 '파라사이트족'에 대한 기획을 한 것은 바로 나였다. 작년 가을 기획 안을 만들어 공주영상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한 주일을 취재현장에서 보낸 나는 이를 매우 후회하고 있다. 왜냐하면 야마다 교수의 말과 일본언론들이 취재한 막대한 자료를 통해서 본 '파라사이트족'과 직접 현장에서 부딪친 '파라사이트족'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난 사회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일본의 일부 르포기자들을 대단히 신뢰해 왔다. 그들은 늘 문제의 현장에 있었고 돈 없고, 힘 없고, 백그라운드가 될 배경이 없는 자의 입장에서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파라사이트족'에 대한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 이 문제가 야마다 교수에 의해서 처음으로 제기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일본의 르포기자들이었다.
 그들은 이 문제를 일본 사회의 한 상징으로 생각하고, 안락한 노후를 꿈꾸는 부모들의 '예정된 행복'을 빼앗아 가는 형편없는 '기생충'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어느 매스컴이든 간에 당연한 수순처럼 야마다 교수의 말로 기사를 마무리 했다.
 헌데 막상 일주일 이상을 밤낮으로 자칭, 타칭 '파라사이트족'이라고 불리는 당사자들을 만나 취재하는 동안 난 깜짝 놀랐다. 자료를 통해서 본 '파라사이트족'과는 너무도 많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공주영상의 김종호 PD가 야마다 교수에게 물었다. '파라사이트족'의 구체적인 현상이 무엇이냐고. 이에 야마다 교수는 지금까지 해 왔던 주장을 다시 펼쳤다.
 "자신이 좋아하는 벤츠나 명품을 사기 위해 부모에게는 한 푼도 생활비를 안 내면서 사는 젊은이들이 바로 '파라사이트족'이다."
 그럼 실제로는? 천만의 말씀이다. 현장에서 만난 당사자들은 야마다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나름대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파라사이트족'으로서 공생공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야마다 교수는 '파라사이트족'을 몇 명 소개시켜 달라는 김 PD의 말에 기가 막히게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파라사이트족'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내렸을까?
 우리나라에도 간혹 명예욕에 가득한 일부 지식인들이, 실제 현상과는 거리가 먼 아주 작은 내용을 가지고 침소봉대하여 문제를 극대화시켜 대단한 사회문제처럼 거론하는 일이 종종 있다.
 가령 노동문제를 거론하면서 노동 현장에는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채,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이야기 한다든가, 남존여비에 시달리는 서민층 전업주부들을 만나 그 실례를 들은 적도 없는 일부 여성학자들이 대단한 페미니스트인양 여성문제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야마다 교수의 정의에 학예대학 대학원생이 대신 대답을 해 줬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