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이것이 이상하다 1

푸른하늘김 2002. 10. 14. 19:59
일본, 이것이 이상하다 1



이글은 강동완 선배의 글입니다




우선, 내가 일본생활을 하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오늘은 이것 하나만을 이야기하고 싶다.

왜 일본의 대학에는 예술 분야의 학과가 전무한가?
영화과의 진학을 목표로 유학을 온 것은 아니지만(현재는 공학분야와 미디어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처음 일본에 와서 진학을 위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대학내에 연극영화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가 단 3개(관동지역만,관서는 알아보지 못하였다) - 일본대학(日本대학), 타마대학(多摩대학), 와세다대학(早稻田대학) - 밖에 없다는 사실에 많이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럴수가!

내가 대학을 다닐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약6개(전문대1개 포함)의 대학에 연극영화학과가 설치되어 있었고, 90년대 초반 부터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 지금은 몇개나 되는지 숫자 파악 조차 제대로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1억2천의 인구가 산다는 이 일본땅에, 더구나 선진국이라는 이 나라에 과연 문화와 예술에 대한 마인드는 무엇인가?

물론, 일본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전문학교 제도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전문학교와 대학이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는 분명 다르지 않은가!

전문학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을 양성함을 그 목표로 한다. 그러나 대학은 사회에 학문적/이론적 토양을 공급한다. 전문성이란 기술적 요소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학문과 이론이란 역할에 더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싶다.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쟁이" 이상의 무엇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무엇"의 의미는 창조성을 뜻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건 유에서 유를 창조하건 그건 나만의 색깔을 지닌 독자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언하건데, 대학 시절 나의 독자성(예술관)을 찾고 만들기 위해 마셨던 막걸리의 양과 예술적 가치관은 비례했던 것 같다. 정말 엄청나게 마셨고, 엄청나게 고민했고, 엄청나게 토론했던 나의 젊은 날들 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된 한 편의 영화(故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를 통해서 나는 예술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이란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요즘 이 곳에서 만나는 영화계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한국영화가 굉장히 발전했다고.....
이제는 영화가 단지 예술이 아닌 entertainment화, 산업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가적 산업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적어도 뒤쳐지지 않고, 선도해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 교육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 나가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그것을 한국 사회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기억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이후, 외국 유학 출신 연극 연출가들이 한국 연극계에 보여주었던 실험적 무대와 언어들을 !
그들은 우리의 연극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고, 침체된 연극계에 큰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신출내기 연출가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대학로의 어느 실내 포장마차에서 나는 술이 잔뜩 취해 나를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린 기억이 있다.
"선생님, 저는 저들과 결코 라이벌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젊은 저보다 더 실험적이고, 더 야수 같은데.... 저 자신없습니다. 연출 포기하겠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나는 떠나왔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보자.
이들에게 영화와 연극은 아주 낮선 어떤 분야일 것이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다고 해서 마땅히 보장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 강의는 감히 생각도 못할 것이다. 한정된 자리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외국가서 그 분야를 공부하려고 하겠는가? 설령 공부했다고 해도 누가 돌아오려고 하겠는가?

물론, 외국 유학이 전부는 아니다.
유학을 갔다 오지 않고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이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들 옆에서 보이든 보이지 않든 하나의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안내하는 평론과 비평의 역할 역시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가끔 연극을 보러간다.
그러나 내가 바라봐야 하는 무대는 하나 같이 변함이 없다.
다양성과 실험성은 참 찾기 힘든게 오늘 이 곳의 현실이다.
하나의 연극만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모든 이들이 미래를 암담하고 알 수 없는 어떤 것이라 절망하고 포기한다 할지라도 그래도 예술은 미래를 그리고, 비젼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

아무리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그곳은 인간이 사는 인간의 땅이다. 조금이라도 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문화가 예술이 시대의 등불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

세계는 변하고 다양화하는데, 이들은 아직도 20세기 초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