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크랩] 최석조 선생 <단원의 그림책> 출간

푸른하늘김 2008. 8. 28. 11:18

 최석조 선생 <단원의 그림책> 출간

현대인의 눈으로 쉽게 감상하는 고미술 평론서

 

 

 

“옛 그림을 감상하는 절대 원칙 중 하나는, 옛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절대 원칙을 깨고 싶습니다. 옛 그림은 꼭 옛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할까요? 지금 우리의 관점으로 봐서는 결코 안 되는 걸까요? 그림을 그린 사람은 옛사람이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우리 아닌가요? 지금 우리의 생각, 지금 이 시대의 정신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렵니다. 옛사람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려고 합니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색다른 시도인 셈입니다. 그림책이 갖는 오늘의 의미, 그건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얘기하는 것입니다.”라고 <단원의 그림책-도서출판 아트북스>의 저자 최석조 선생은 현대인의 시각에서 본 단원의 그림 감상법을 말하고 있다.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라는 부제로 <단원의 그림책>이 경기도 안양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석조 선생의 집필로 지난 봄 출간되었다.

 

<단원의 그림책>을 쓴 최석조 선생은 한문도 잘 모르고 그림도 잘 모르는 까막눈으로 ‘마음’으로 김홍도의 풍속화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현대의 눈으로 단원의 그림을 분석했다.

 

사실 어떤 그림들은 너무 많이 봐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모나리자 같은 그림이다. 인간의 모습을 최초로 그린 모나리자는 사실 미술사를 바꿀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 그러함에도 너무 많이 열려져 있고, 복제본이 여기저기에 걸려 있어서 사람들이 공기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모나리자의 대단함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그림 중에서는 어떤 그림이 그런 불운을 안고 있을까? 아마도 열이면 아홉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떠올릴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숱하게 실려 있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그림들은 너무 친숙하기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우연한 기회에 이 그림들과 친해질 계기를 갖게 된 최석조 선생은 곧 의문을 갖게 된다. 무동이나 씨름 같은, 풍속화첩에 수록된 풍속화 중 아주 유명한 그림 몇 점에 대한 것 외에는 왜 단원풍속화첩 풍속화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설서가 없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래서 최 선생은 팔을 걷어붙이고, 그 일을 스스로 해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한자 독해 능력과 그림을 보는 소양의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좌절을 맛보고는 이내 포기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광경이, 다시 김홍도의 풍속화로 그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것은 한 패스트푸드 업체가 만든 포스터였다. 햄버거 광고 포스터의 배경에 바로 단원 김홍도의 무동이 쓰였던 것이다. 새삼 김홍도의 풍속화가 가진 힘을 실감했다. 현대 광고에 사용될 만큼 호소력 있고 친숙한 이미지, 즉 현대와 소통할 수 있는 김홍도 풍속화의 힘에 다시 한 번 감탄한 것이다.

 

여기에 최 선생은 용기를 얻었다. ‘그래, 한자를 몰라도, 그림에 대해 잘 몰라도, 오늘의 눈으로 김홍도를 읽자. 김홍도라면 가능하다.’ 이것이 <단원의 그림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사연이다.

 

고미술평론가로 유명한 오주석 선생은 옛 그림을 볼 때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옛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옛사람의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원의 그림책>에서 저자 최 선생은 과감히 이 원칙을 부셔버린다.

 

오늘의 눈으로, 또 오늘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대하고자 한 것이다. 오주석 선생은 “옛 그림을 잘 감상하기 위한 첫 번째 비결은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 보는 것이라는 결론이 된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안목은 설령 지적인 것이 아닌 막연한 것일지 몰라도 오히려 허황된 권위로 포장된 기성 학계의 틀에 박힌 설명보다 훌륭한 것이다. 그것은 작품을 자기만의 눈으로 소화하고 즐길 수 있는 자율적인 역량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단원의 그림책>은 바로 단원의 풍속화를 '자기만의 눈으로 소화하고 즐긴’ 결과다. 최 선생은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에 수록된 풍속화 25점을 사랑하여 즐겼고, 찬찬히 들여다본 후 자기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무동의 춤추는 소년에게 ‘무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가 춤 솜씨, 외모, 패션 감각을 두루 갖춘 그림책 최고의 스타라고 너스레를 떨고, 씨름의 선수에게서 최고의 씨름 스타 이만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쟁기질에 등장하는 농부가 능숙하게 소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서툰 운전솜씨를 떠올리는 식이다.

 

저자 최석조 선생은 단원풍속화첩을 단순히 그림책이라고 부른다. ‘화첩’을 우리말로 쓰면 ‘그림책’이니,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단원풍속화첩을 그림책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세상 유일한 단 한 권의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다른 모든 화첩들은 그림책이라고 불릴 수 없다. 이렇게 일반명사가 고유명사가 될 수 있는 경우는, 그것이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며 또 대표성을 갖기 때문이다.

 

최석조 선생이 단원풍속화첩에 그런 지위를 부여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그가 처음으로 알게 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매우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아기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엄마로 인식하듯이, 그렇게 단원풍속화첩은 그에게 유일한 그림책으로 깊게 각인되었다.

 

둘째, 작품성 때문이다. 그림책에 수록된 김홍도의 풍속화는 그림의 기본에 충실하다. 화려한 색도 없고, 자세한 배경도 없는 그림들이지만 단순한 선만 가지고 핵심에 도달하는 뛰어난 경지를 갖추고 있다. 그림책의 풍속화들은 마치 비틀스의 노래처럼, 단순하지만 언제 봐도 좋고 자꾸 봐도 좋고 보면 볼수록 좋은 그림들이다.

 

셋째,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성 강한 인물의 배치, 의표를 찌르는 유머, 양반에 대한 풍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등'이 그림책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파악한다.

 

넷째, 쉽기 때문이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면, 누구나 그림 속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또 보는 즉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단원의 풍속화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조선의 그림이 될 수 있었다.

 

다섯째, 친숙하기 때문이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는 생활의 현장을 담고 있다. 조상들이 즐겼던 여가 무동 씨름이 있고, 노동의 현장 기와이기 고기잡이 타작 쟁기질 대장간 이 있으며, 생활의 고단함 사이사이 찾아오는 짬 고누놀이 새참이 있으며, 결혼식 같은 인생의 중요한 한때 신행도 담겨 있다.

 

저자 최석조 선생은 단원의 그림에서 “옛사람의 넉넉한 마음을 배운다”고 말하고 있다. 단원풍속화첩에는 모두 25점의 풍속화가 수록되어 있고, 원래는 여기에 두 장의 신선도가 앞뒤로 붙어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단원의 그림책>에서는 이 중에서 16점의 그림을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았고, 나머지 그림들 또한 커다란 도판으로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 ‘어, 이런 그림도 있었나’ 하는 신선한 만남의 기회를 갖게 하고, 또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따로 따로 떼어내어 설명함으로써 하나의 그림 안에서도, ‘아, 이런 장면이 숨어있었구나’ 하고 경탄하도록 만든다.

 

<단원의 그림책>은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一장 '그림책의 빅3'에서는 단원풍속화첩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세 점 무동 씨름 서당을 소개한다. 그림책에 실린 그림이 모두 훌륭하다고는 해도, 모두가 기억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대표작이 이 세 점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二장 ‘꽃밭의 침입자’는 ‘우물가’와 ‘빨래터’라는 대표적인 조선시대 여성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 두 점을 소개한다. 이 두 점의 그림에서 재미를 제공하는 건 여초 지대에 끼어든 남자들이다.

 

우물가와 빨래터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공간이다. 역설적으로 남자가 꼬이게 마련이다. 우물가에는 우물가 여인에게 물 한 바가지를 얻어 마시고 있는 볼품없는 행색의 남자가, 빨래터에는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빨래하고 있는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는 양반이 등장하고, 이들은 김홍도의 붓끝에서 웃음거리가 된다.

 

三장 ‘큰물에서 놀다’는 우물가와 빨래터와 대별되는 너른 물 공간을 다룬다. 어부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사공은 수많은 사람과 짐승을 태우고 강을 건넌다 고기잡이 나룻배. 넓은 물 공간을 다뤘기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넓은 배경은 그대로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노동과 생활을 공간을 다뤘지만 넉넉한 여유가 느껴진다.

 

四장 ‘짬의 즐거움’은 힘든 일과 사이에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을 담은 그림들을 다룬다. 모내기하던 농부들의 ‘새참’과 짐 지고 가던 머슴들의 ‘고누놀이’가 그것이다.

 

五장 ‘노동의 현장’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두 점의 그림 기와이기와 대장간을 다루고 있다.

 

六장 ‘농부의 해탈’역시 노동의 현장을 다루지만, 이번에는 농부들의 세계다. 한 해를 열며 논을 가는 농부와 한 해를 마감하기 위해 타작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고된 노동 중에서도 김홍도의 농부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홍도의 풍속화에는 “일의 고통보다는 폭발하는 삶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七장 ‘조선시대 카퍼레이드’는 어딘가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을 다뤘다. 어딘가로 이동하자면 필요한 건? 교통수단이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말이었다. 때로는 소가 대신 탈것이 되기도 한다. 신행 훔쳐보기 말 탄 사람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말 또는 소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을 담았다.

 

책 사이사이에 배치된 ‘쉬어가기’ 또한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림책에 수록된 그림을 설명하기만 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쉬어가기’ 코너를 통해서는 김홍도가 단순히 풍속화에만 능했던 화가는 아니었다는 것, 김홍도와 정조 대왕 간의 돈독한 관계,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신윤복이나 김득신 같은 화가의 이야기 등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아울러 저자 최석조 선생이 25점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본 후, 그림책이 가진 비장의 멋이 무엇인지 공개한다. 그것은 한 화면 안에, 그리고 단원풍속화첩 전면에 흐르는 ‘힘과 부드러움’의 공존이다.

 

씨름에서는 승부가 갈리는 절박한 순간에서도 딴청을 부리는 엿 장수의 여유를 볼 수 있고 쟁기질에서는 고된 노동을 하는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농부와 소의 여유가 있다. 고누놀이에는 산더미 같은 짐을 진 나무꾼과 반대편에서 느긋하게 앉아 담배를 물고 있는 노인의 여유가 공존하며 타작에는 힘찬 농부들의 모습과 누워있는 마름의 게으름이 함께 있다.

 

<단원의 그림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그저 무심히 지나쳐왔던 그림의 세세함이다. 그 작은 그림 속에 그토록 수많은 표정이, 그토록 다양한 인간상이, 그토록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었다는 것에 독자들은 분명 놀라게 될 것이다.

 

<단원의 그림책>의 저자 최석조 선생은 1964년 강원도 태백시에서 태어나 소백산 아래 경북 영주시에서 영광중, 영광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을 유학 가 서울시립대를 잠시 다녔으나 그만두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뒤늦게 국립 대구교대를 나와 지금은 경기도 안양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한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오주석 선생의 강의를 들으면서 옛 그림의 멋에 눈떠, 보통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옛 그림을 즐기고, 어린이들도 옛 그림을 가까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린이들을 위한 <단원의 그림책> 초등학생용을 집필하고 있으며, 간간히 동화 쓰는 재미에도 흠씬 젖어 있다.

 

-최석조 선생 전화 연락처 : 011-9638-3976

-도서출판 아트북스 주소 :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산남리 42-8,전화 연락처: 031-955-7977

 

 

 

출처 : 사월과시월
글쓴이 : 김수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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