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북, 수입 플루토늄과 대리 핵실험으로 핵무기 보유에 성공"

푸른하늘김 2005. 3. 14. 09:35
"북, 수입 플루토늄과 대리 핵실험으로 핵무기 보유에 성공"
'북의 비공식 대변인' 김명철 인터뷰
  


글:김종성  
  

북이 드디어 '핵 보유'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기자는 북측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에게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후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세계적 북한 평론가 김명철 박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여러 차례 가졌다. 김명철 박사는 1944년 일본 시코쿠에서 제주 출신 한국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일본식 교육을 받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기자로서 1966년부터 18년간 근무했다. 지금은 북미평화센터(http://www.cfkap.com)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본 및 서방 언론에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하는 김명철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친북적인'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나, 김명철 박사의 정치적 입장이 그대로 나타나야, 독자들도 그의 '현실 인식'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가감없이 게재한다.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월간『말』이나 해외 유명 언론 등을 통해 박사님의 글이나 입장을 여러 차례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선 근황을 설명해주시지요.

"지난해 11월말 미국 워싱턴국방대학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에서 지적한 내용은 '미군이 중동과 한반도에서 2개의 국지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윈-윈 전략)은 비현실적이며, 이는 21세기 미국의 군사전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17일엔 『워싱턴타임즈』와 인터뷰를 했고, 지난 1월 하순부터 9박 10일간의 일정으로 워싱턴국방대학 심포지움에 참석했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출판될 『김정일의 핵전략』(가제) 원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한민족 제일주의'원칙

-박사님은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어떤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BBC,  ABC 등 서방 언론에서는 저를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 혹은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워싱턴 국제문제연구소나 도쿄 주재 미국대사관 강연회 등에서도 그렇게 불린 적이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를 두고 "나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외교적 언사이며 또 과분한 평가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러한 상식의 배경에는 물(物)과 물량 중심의 발상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같은 작은 민족은 미국 같은 큰 나라를 상대로 결코 이길 수 없으며,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나약한 생각, 다시 말해, 사대주의적 사고방식이 그 속에 숨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심(心)과 인간 중심의 사고에 입각하여 '한민족 제일주의'의 원칙을 지킨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금의 동북아 국제정세는 그야말로 '격동의 과도기'로 표현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김 박사님께서는 현재의 동북아 역관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지역내 역학관계가 극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된 북한은 핵문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김정일 정권이 핵억지력에 기초한 강대한 군사력으로 미국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기 부시행정부는 국제정세에 있어서 일종의 '음치'였습니다. 미국의 정부 당국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방어해줄 힘은 없습니다. 미국의 전직 국방차관보인 조세프 나이는 '현재 동북아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 의한 억지력이 아니라 북한의 억지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발언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의 지원이 없어도 미국의 핵공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 정부의 당국자도 인정한 바와 같이, 북한은 미 본토에 핵보복을 가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대북제제론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 역시 현실성이 없습니다. 다케베  츠토무 일본 자민당 간사장은 작년 11월 20일에 '북한이 일본을 핵미사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대북제재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이 미국의 사전 허가 없이 대북제재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미국의 허가도 없이 나서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훼방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아무리 경제대국이라 해도 또 아무리 군사대국이라 해도, 그것은 전쟁의 승리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파키스탄의 핵실험은 북한의 대리 실험

-설날 연휴 마지막이었던 지난 2월 10일 북한이 돌연 '핵 보유'를 선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4차 6자회담의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의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 외무성 성명을 '장기'에 비유하면, '장군!'을 부르는 것에 해당됩니다. 북한이 이번에 '핵 보유'선언을 한 것은 미국에 대한 실망 때문입니다. 북한측은 '톰 랜토스나 커트 월든 같은 미 하원 의원들이 평양에서 내뱉은 말들은 다 거짓말이고, 그들이 한 말과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 말 사이에는 다른 점이 상당히 많으며, 더욱이 제2기 부시행정부에는 평화 공존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남녀관계로 비유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혼(국교정상화)을 전제로 하지 않는 데이트를 지속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미지근한 행동을 보이니까, '정말 나랑 결혼할 생각이 있는 거야?' '그냥 재미로 사귀는 거라면 앞으로는 그만 만나자'며 획 뿌리친 겁니다. 그리고 이번 성명은 이미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 2월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조나단 프랭크 미 해군대학 전략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측은 부시 정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수주간의 긴 시간을 미국에게 주었다. 그리고!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연설과 시정연설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를 예의 주시했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하는 말을 듣고서, 북한은 미국의 진의를 알아차렸다. 거기에다가 부시 행정부 내에는 콜린 파월 같은 인물도 이미 떠나 버리고 없다.' 마이클 허쉬 『뉴스위크』 기자도 '북한 외무성 성명은 합리적 반응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간주하고 북한 붕괴를 시도하는 부시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합리적 반응인 것이다'라고 했지요."

-그런데 북이 정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북한에 이미 20기의 핵무기가 있다고 보도했으며, 어떤 러시아 전문가는 50기가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엔 실전투입 가능한 핵무기가 적어도 300기 이상은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거기에다가, 북한은 미 본토를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은 핵실험을 실시한 경험도 없습니다. 또한 북이 1992년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한 바에 따르면 당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90g 정도 생산, 보유한데 불과했으며 이에 대한 사찰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수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북이 최대 12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이에 따라 5~6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리라고 추정하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반드시 핵실험을 해야 한다'는 것은전형적인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 북한엔 그런 사고방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핵실험에 성공했다면 그것으로서 충분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기폭실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이 행한 핵실험은 사실상 북한 핵실험의 대리 실험이었습니다.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북한은 파키스탄에게 미사일 기술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진상은 이러합니다. 파키스탄이 북한에게 핵 기술을 제공한 게 아니라, 사실은 북한이 파키스탄에게 핵 기술을 제공했던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까지 제공했습니다.

"북핵의 원료는 수입 플루토늄"

그리고 '북이 300기 정도의 실전투입 가능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제 주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 중엽까지 3백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만난 북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흔히 '핵탄두 하나를 만드는 데 5~7kg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1945년 당시의 낡은 기술을 사용했을 때에나 맞는 말입니다. 1kg의 플루토늄만 있으면 핵탄두 1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300kg 정도의 플루토늄이 있으면 최저 100개에서 최고 300개까지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변에 있는 흑연 원자로에서 추출된 플루토늄은 25~30kg 내외라고 합니다. 1945년 기술 수준이라면 5~6개 정도의 핵무기 밖에 만들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기술을 사용하면 적어도 3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문가의 표현을 빌려 '북한이 적어도 2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어느 러시아 전문가는 그 수효가 50개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2년 켈리 방북 이후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인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했을 뿐 미국의 주장대로 농축 우라늄 계획을 인정한 적은 없다"는 알쏭달쏭한 말만 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경우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농축 우라늄 계획의 존재 유무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입니다. 이것을 정직하게 발표할 것이냐 아니면 숨길 것이냐는 북한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입니다. 북한이 그것을 숨겼다고 해서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북-미는 전쟁상태에 있고 적대상태에 있습니다. 전쟁상태, 적대상태 하에서 미국에게 자국의 국가기밀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또 설령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해도 미국의 추궁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이 IAEA 사찰관도 아닌데, 미국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겠습니까. 전쟁상태에서 자국의 국가 기밀을 숨긴 것은 부도덕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북이 정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제네바합의를 위반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 제네바합의는 1994년 북-미간 고위급 회담을 통해 체결된 것으로 북이 흑연 감속로를 경수로로 대체하는 대신 연간 50만t의 중유를 원자력의 대체에너지로 제공받기로 함. 이외에도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측의 비핵화 의무 이행 등이 합의됨.)

제네바합의를 어긴 것은 미국

"북한이 제네바합의서에서 약속한 것은, 흑연로와 관련 시설을 동결하겠다는 것이었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네바합의서 어디에도 '북한이 핵을 제조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엄밀히 볼 때, 제네바합의서를 위반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미국은 제네바합의서의 주요 조항을 모두 위반했습니다. 첫째, 미국은 제네바합의서에서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북한에게 핵위협을 가했습니다. 물론 핵공격을 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부시 독트린은 선제 핵공격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제네바합의서의 정신을 근본에서부터 뒤집는 행위입니다. 둘째, 미국은 경수로 지원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경수로 2기를 2003년까지 건설, 북한측에 넘기기로 했지만, 지금 북한 땅어디에서도 경수로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셋째, 미국은 중유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흑연로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서 연간 50만 톤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부정기적으로 이행하고 또 질질 끌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제공한 것도 저질 중유(유황분 다량 함유)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야바위꾼'같은 행위는 없을 것입니다. 넷째, 미국은 대사급 외교관계를 약속했지만, 외교관계는커녕 체제전복을 공언하였습니다. 미국은 양국관계를 대사급 외교관계로 격상시키겠다고 약속해놓고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체제전복을 공공연한 정책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측 전문가들도 제네바합의서 위반의 책임은 북한이 아닌 미국에게 있다고 인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차관보는 '북한이 농축우라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제네바합의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레이건 정권 때에는 고위 관리를 지낸 바 있고 지금은 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클라이드 플레스토비츠는 「불량국가」라는 책에서, '미국이야말로 불량국가'라고 비판하면서 '제네바합의를 깬 것은 미국이지 북한이 아니'라고 인정했습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북한의 농축우라늄 계획 추진은 1992년 남북 비핵화선언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진상과 다릅니다. 핵을 탑재한 미군의 항공기·함선이 한반도에 이미 배치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 선언은 이미 사문화된 존재에 불과합니다. 이미 사문화된 선언의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하자 남한에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햇볕정책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냐는 비난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 엉뚱한 일입니다. 지금 한국 언론은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를 비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핵전쟁용 군용기와 군함을 한반도에 드나들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미국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한 한국인이 아니며 그저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할 것입니다.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이 손해볼 것은 없습니다. 만약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면, 미군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동원하여 북한에 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것이며, 한국은 완전히 폐허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라크를 보면 그 점이 명약관화하지 않습니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북한의 핵무기가 한반도 전체를 핵전쟁, 전면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고 있다고 보아도 전혀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을 욕하는 것은 좀 엉뚱한 일입니다. 한국인들의 선거로 선출된 한국 지도자를 지지하지 않고 미국에게 꽁무니를 흔드는 사람들은 대체 미국 국민입니까 한국 국민입니까? 지금 비판받아야 할 사람은 김대중, 노무현이 아니라 바로 부시입니다."

"김정일이 부시를 이긴다"

-향후 북-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3가지의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한의 핵억지력 증강을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하며 북한을 테러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첫 번째 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 될것입니다. 두 번째 카드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전쟁과 똑같은 악몽이 될 것입니다. 결국 미국은 세 번째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재래식 전쟁을 하건 핵 전쟁을 하건 미군을 꺾을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 점은 미국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1993·1994·2003년에 미국 펜타곤이 실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도 미국이 패배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1993년 12월 12일자 『워싱턴포스트』 기사의 제목 중엔 '공포가 미국의 핵정책을 지배한다'라는 게 있었을 정도입니다. 2월11일자 『노동신문』은 '북미전쟁이 발발하면 3개월 이내에 미국이 항복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지금 핵문제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것은 미국이 아닙니다. 북한입니다. 미국 단독 패권의 시대가 아닌 것입니다. 역학관계가 크게 변했습니다. 만약 앞으로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뉴욕이나 워싱턴 앞바다의 공해상에 미사일을 떨어뜨려 자국의 '핵 능력'을 입증할 것입니다. 이제 '공'은 미국에게 넘어 갔습니다. 미국은 북한과 한판 싸움을 벌인 뒤 최강의 지위를 상실할 것인지, 북한과 손을 잡고 최강의 지위를 그나마 유지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결국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