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카콜라와 초콜렛

푸른하늘김 2004. 2. 22. 15:20

코카콜라와 초콜렛 

이라크 파병, 점령군이 되지 않기 위하여 

글:이 수지  
 

필자는 지난 4월부터 비록 작은 회사이긴 하나, 일본 내에서 가장 알아주는 아라비아어 전문회사에서 한국어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나중에 안 것이였지만, 미국에서 동시다발 테러(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뉴스 등을 번역할 사람이나 관계자 섭외에 대한 문의가 쏟아져 회사도 어수선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회사 동료인 이라크인 A씨도 작년 후세인 대통령이 체포되었을 때에는 모 방송국 TV에 가족과 같이 모습을 내밀기도 했다. 그리고 “후세인 대통령이 체포되어서 정말 기쁘다”고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때 TV에선 발언되지 않았지만, 그는 후에 회사 회식모임에서 이라크에 자위대와 같은 군대(!)가 파병되어서는 안된다고 내게 말했다.

사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나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이 자위대 파견하는 것을 현실적인 의견으로 생각하여 왔다. 이런 생각의 뒤에는 한국은 싫기는 하였어도 당시의 미군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정권이 수립되었고, 일본의 자위대는 전쟁하러 가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나마 일본의 자위대가 가지 않으면 한국이 그 자리를 메꿔야 될지도 모르니까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하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국제적인 책임감을 같이 느껴주길 바랬다.

 

A씨가 비록 군대가 이라크에 파병되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사실 이라크는 NGO와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 목숨걸고 들어가라고 하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 수업시간에 일본 학생이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발언했을 때도, 나는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라크 재건을 위해서 과연 일본 회사들을 보낼 수 있는지, 정치적 민주적 기반도 없고 비즈니스 찬스가 없는 이라크에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NGO같은 단체도 들어가기에 너무 위험한 곳이고, 그래서야말로 자신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자위대가 파견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자위대의 파견이 있고 나서야 비즈니스 찬스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근거로 미국과 일미 안보조약을 맺고 있는 동맹국 일본이 자위대의 파견을 검토하기 시작한 작년 가을부터 NHK 교육방송이 사상 처음으로 ‘아라비아어 강좌’를 시작했고, 덕분에 우리 회사도 일이 늘어났다고 말이다. 또한 자위대의 파견을 예상으로 주로 중동 지역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이 사용설명서의 번역과 DTP 편집 의뢰를 재개해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순진한 일본 학생은 내 말에 한마디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신에게 이라크에 가서 살아보라고 하면 뭐라고 말할까 궁금하다.

 

 그런 나였지만, 요즘 들어 점차 자위대는 물론이고 한국의 이라크 파병이 절대적으로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회사 동료들로부터 중동의 현실을 전해듣으면서 시작되었다.

 

 회사가 아라비아어 전문이라서 그런지 위에서 말한 이라크인 A씨 외에도 팔레스티나 출신인 요르단인 B씨가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A씨는 후세인 정권 이전에는 상류층이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선지 같은 이슬람교이긴 해도 전 세계에 온 가족이 흩어져있는 자신과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다고 했다.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집트에서 다년간 개발정책 연구를 하다가 귀국한 호소가와상이 거들면서 아라비아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왜?”

 “코카콜라는 유태인 회사 꺼거든. 그래서 중동 사람들은 절대로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아. 그래서 언제나 펩시 콜라만 마셔.”

 “코카콜라도 펩시 콜라도 미국 회사이긴 마찬가진데?”

 “그렇긴 한데, 이슬람 사람들은 그래도 유태인을 싫어하니까.”

 그 외에도 미국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한 것에 대해서는 이라크 국민들에게도 찬반이 분분하지만, 걸프 전쟁 이후로 미국의 주도로 이라크에 경제적 제재가 실시되어 국내 경제가 상당히 위축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라크 국민들은 이라크 경제의 부진 원인으로 후세인보다 미국을 더 원망한다는 것이였다. 지난 이라크 전쟁도 석유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계산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도 이라크 국내의 유전을 전적으로 미국이 지배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원래 이라크는 중동에서도 석유 생산량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석유 판매만으로도 국내 경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면서 뉴스 화면을 보자니 이라크에 도착한 자위대원들이 이라크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총을 어깨에 두른 자위대원들 사이사이에 아이들이 아무 것도 쥐지 않고 앉아 있었다. 비록 시도때도 없이 일어나는 테러들에 더러 소년들이 관여되어 있다곤 하지만, 저들은 총을 쥐고 아이들보고 우리를 믿으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 아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는 지조차 모르고 있겠지. 사치스런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갑자기 저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생각하자니 눈물이 글썽거릴 것 같다.

 

 더불어 초콜렛을 미군들에게 얻어먹었다던 한국의 역사도, 패전 후 미군에게 점령되었다던 일본의 역사도 떠오른다.

 

이라크 전쟁도 끝나고, 지금은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한미 안보조약, 일미 안보조약에 근거(?)하여 이라크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의무를 행하고 있다. 그러나 점령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 국내에서는 자위대가 이라크에서 절대로 점령군으로서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겸허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것은 초콜렛과 화양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군도 참고로 해야 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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