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우익 할아버님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뭔 재민겨

푸른하늘김 2003. 6. 19. 11:57
책소개

대지주의 손자로 태어났으나 좌익으로 6여년간 옥살이를 했던 저자는 현재 고향에서 농사 짓고 나무를 가꾸며 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진짜 농사꾼으로부터 듣는 농사 이야기다. 현명한 농사꾼 노인이 농사를 통해 깨달은 우주의 이치, 세상사는 지혜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지은이 소개

전우익 -지은이 전우익은 1925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해방 후 서울대 영문학과 재학시 '민청'에서 청년 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의해 6년 남짓 징역을 살았다. 지금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 순응하며 산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대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고 자리를 매며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뒤늦게 나무에 반하여 사는 보람을 또 하나 알아 버린 그는 애써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사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이 시대의 진정한 노인(? )이다. 자연의 섭리와 세상살이의 이치를 질박하게 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내고도 나무에 푹 빠져 나무만큼 정직하게 사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나무 이야기를 화두 삼아 새로운 글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독자 앞에 두 번째 책을 내놓았다.




책표지 글
봉화에 사는 지은이는 누구를 만나든 농사꾼으로 자처하며 시종 농사짓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나 쉽사리 듣기 힘든 농사짓는 이야기 중에 큰 우주가 있고 예지가 빛난다. 그 이야기를 틈틈이 글로 적어 세상 사람들과 나누자고 하면 말없이 웃기만 하던 고집쟁이 농사꾼이 어느날 서울로 편지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는 계절에 대한 상념을 소박하게 적어내려 가는 동안에 역설의 철학과 넉넉한 사랑으로 한 세계를 열고 있다. 깊은 산속의 약초같은 이야기를 솔밭 사이로 부는 바람처럼 잔잔하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는 자연의 섭리에 세상살이의 이치가 질그릇처럼 녹아있고 혼탁한 세상을 사는 맑고 깨끗한 지혜가 무르익어 있다.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 / 신경림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운다
물이 갈라지듯 흙덩이가 곡선을 그으며
엄동설한 눈 속에 삿갓 하나 받치고
구경꾼과 구경거리
다양한 개인이 힘을 합쳐 이룬 민주주의
실패를 거울삼고
뿌리 없는 것이 뿌리 박은 것을 이긴다
삶이란 아픔이다
맞고 보내는 게 인생
스님과 노신
한 해를 보내면서







리브로 리뷰

농사 짓기, 스스로와 세상을 함께 갈고 가꾸는 일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 사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소 부려 밭 갈고, 심고 가꾸는 농사 짓기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농사 짓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내다본다.
작은 씨 하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씨가 작아야 뿌리기도 묻기도 간수하기도 쉬운 것처럼 이론 역시 사람의 마음에 뿌려져 자연스럽게 커나가야지 사람을 압도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이끌어낸다. 농약에 대해서는 세상에 나는 물건을 사람만이 독식해서야 되겠느냐며 권력을 한사코 독차지하자고 몸부림치는 꼴과 연결시킨다. 파의 뿌리를 잘라 심으면서도 성찰을 멈추지 않는다. 참된 뜻이 크기 위해서는 뿌리까지 잘라버리는 근본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던가. 그런데도 우리는 아프지 않으려고 피하다 오히려 아픔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한다.

그는 한 마디로 농사를 통해 철학을 하는 철학자이다. 그에게 있어 땅에 뿌리는 씨 한 톨, 산나물 캐다가 본 풀 한 포기, 마지막 잎새까지 떨구어내는 나무 한 그루는 삶에 관해, 세상에 관해 근원적이고 본질적으로 탐구하게 만든다. 그에 의하면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묻는 것”이고 “완전한 인간을 위한 탐색이고 몸짓”이며 “그 무엇엔가 그 누구엔가 정성을 쏟는 일”이다. 결국 그가 거둬들이는 것은 곡식과 열매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리고 자연과 개인과 세상의 이치가 각각 다르지 않다는 전우주를 아우르는 혜안이다.

“농민이 제대로 농민 구실을 하자면 땅과 스스로와 세상을 함께 갈고 가꾸어야겠다고 느낍니다.”

책 한 권을 통해 이처럼 능숙한 농사꾼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밭고랑처럼 파인 주름이 그저 세월의 흔적이기 쉬운 세상에서 그는 차곡차곡 지혜를 채워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흙냄새, 땀냄새 나는 그대로 소박하고 겸손하게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가. (윤정윤 phyllis@libro.co.kr/리브로)



미디어 리뷰

동아일보 - 백발 성성한 노농군의 천둥같은 삶의 가르침

8년 전쯤 일이다. 약속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시내 서점에 들어가서 어슬렁 거리다가 지금은 튀는 제목의 책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제목이 상당히 거칠어 보이는 책 하나가 내 눈을 붙잡았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현암사·1993) 순간 내가 엄청 야단을 맞고 있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굵은 글씨에 분량도 보통 책의 삼분의 일 밖에 안 되어서 망설임없이 계산을 끝냈다. - 김용숙/아나기 대표(2002-05-04 )
8년 전쯤 일이다. 약속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시내 서점에 들어가서 어슬렁 거리다가 지금은 튀는 제목의 책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제목이 상당히 거칠어 보이는 책 하나가 내 눈을 붙잡았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전우익·현암사·1993) 순간 내가 엄청 야단을 맞고 있다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굵은 글씨에 분량도 보통 책의 삼분의 일 밖에 안 되어서 망설임없이 계산을 끝냈다.
'농촌은 얄궂은 돌개 바람이 불어서 젊은이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고 있으니 무슨 경이라도 외어 잠재울 수는 없는 지?' '산수유를 퇴비만 주어 키우다가 뒷거름을 듬뚝 주었더니 산수유 열매가 땅에 지천으로 깔렸다.' '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에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염통에 쉬 쓰는(구더기 생기는)줄 모르고 손톱에 가시 든 줄은 안다.'

화려한 집에서, 좋은 차 타고,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으며 우리 가족끼리 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책을 덮었다 폈다 하기를 반복하면서도 거부하거나 변명할 명분이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남이 있으매 나의 존재가 의미있고, 자연이 있어서 내가 여기에 존재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나 혼자 잘 나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오만과 교만이 한 농사꾼 할아버지의 소박한 주장 앞에서 어이 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말은 배 터지게 먹고 돈 주면서 살 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없으면 꼼짝 할 수 없다는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공해로 인하여 멀지 않아 지구 전체가 '암' 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하긴, 돈 좀 있다고 마구마구 써대는 졸부들을 보면서 배를 움켜 쥐고 부러워 하고, 그들을 닮지 못해 안달하며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인간은 좋지 못한 일에 적응이 더 잘 되도록 창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희망은 인간을 존재케 하는 에너지이며 누구나 염원하는 행복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 행복을 위하여 행여나 하는 마음에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얼마 전부터 작은 줄기 하나를 붙잡고 불안한 걸음마를 시작하였다.

이 풍진세상에서 '아줌마 운동'을 한다는 것이 결코 녹녹치만은 않지만 안되는 일 버리고, 되는 일만 하기로 마음 먹으니 걱정 끝 용기 백배다. 전우익 선생님은 책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람은 착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기를 따 먹으면 사람에게 무서운 독을 안기듯이.'

이 말씀은 이 사회는 모가 난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충고의 말씀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줌마 운동을 해 가는데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일을 하면서 용기와 타협 중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깡패 아줌마'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갖게 되었다. 인간이기에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구경꾼이 되고 별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세상에서 '아.나.기'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뉴욕의 유엔본부 앞 광장에서 별난 한국 아줌마들이 앞장서서 전 세계 인류가 덜 먹고, 덜 쓰고 그래서 덜 사기를 생활화하여 생활주준을 낮추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 김용숙/아나기 대표(2002-05-04 )





한겨레 - "겉만 훑지마라" 스승 말씀에 딱 들어맞는 책

글쓴이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을 쓴 전우익 선생은 경북 봉화에서 대지주의 손자로 태어났으나 해방정국에서 '좌익' 활동에 연루돼 6년간 옥살이를 했으며, 지금은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나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는 독특한 이력의 그를 세상에 처음 알린 책이다.
투박한 글맛, 진솔한 사람맛이 그대로 배어 있는데다 사진작가 주명덕씨의 사진도 기막히게 어우러져 있으니 보기도 좋고 읽기도 즐겁다. 직장 생활 초년병 시절 모셨던 스승은 "사람을 만나면 겉모습만 훑지 마라. 그 집 댓돌에 신발이 어떻게 놓였는지, 그이 손발에 알심이 박혔는지 눈여겨 보라. 글쓰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당시 스승의 가르침에 딱 들어맞는 책이 나왔다며 동료들끼리 돌려봤던 기억이 새롭다. 스승은 가고 없지만, 전우익 선생은 얼마 전 [사랑이 뭔데]라는 세 번째 책을 펴내며 그 웅숭깊은 글맛을 다시 내보여 주었다. 고맙고 기쁜 일이다. - 이영희/출판사 열림원 주간(2002-03-23)








더불어 사는 삶

저자분의 이름이나 책의 서평,혹은 느낌표의 선정도서라는 이유로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누런 책 표지와 더불어 토속적인 제목에다가 살아온 삶의 고난이 느껴지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전우익 할아버지의 얼굴이 표지를 덮고 있는 출간일이 10년이나 지난 이 책은 그다지 읽고 싶은 동기를 주기에 어려웠다. 그러다가 해당 방송의 PD(일명 쌀집아저씨)가 조그마한 농사짓고 조용하게 살고 계신 전우익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서 그와 몇 마디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들의 짧은 대화속에서 '보통 할아버지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PD의 질문에 그리 기쁘거나 친절한 대답은 물론이거니와 자기를 만나러 온 사림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조금은 꼬장꼬장한 인상과 짜증나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할아버지의 말 중에는 나나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이 앞부분의 저자 양력을 보니 역시나 평범한 농촌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젊은 시절 청년 운동을 하시고 옥고도 치르시고 그 이후에도 그리 평탄한 삶을 살아온 분은 아니었다. 책을 읽고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거나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 내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와 삶의 지혜를 조금은 얻게 된 것 같다. 부족함이 없이 살다보니 진정 소중한 것을 잠시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갑갑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인위적이지 않고 정직한 자연과 함께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으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체감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과 편지글을 보면서 도시의 삭막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분의 책이 3권이 나와있는데 책 두께를 봐서는 3권을 한 권으로 합본해서 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출판사에 가져본다.



인용:

사람은 노동을 통해서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고역은 사람을 삐뚜러지고 잔인하게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노동의 고역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사람들은 일 자체를 부정합니다. 그래서 고들은 자식들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사무원,공무원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일을 변화시켜 노동의 고역(비지깜 흘리며 하는 일)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게 아니고 나와 내 자식만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입니다. 일을 변화시키는 일이 생활을 변화시키고 삶의 방식과 태도를 변화시켜 결국은 자신과 세상도 변화시키는 기초가 될 수 있지 않느냐 하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