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메구미양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선생에게 보내는 편지

푸른하늘김 2006. 5. 18. 11:10

메구미양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선생에게 보내는 편지
 
 
 
글: 김원웅 국회의원  
 


아래는 제가 메구미양의 아버지이신 요코다 시게루 선생께 보내는 편지 전문입니다. 편지에는 납북자인 메구미양의 아버님을 위로하며 납북자 문제에 같은 관점에서 일제시대때 일제에 의해 강제로 납치된 수십만명의 조선인 '메구미'에 대해서도 일본정부와 국민이 관심을 가져줄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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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다 시게루 선생께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딸과 가정에 닥친 불행에 대하여 깊은 애통의 뜻을 표합니다. 일본인 납치피해자 메구미양의 아버지인 당신이, 딸의 남편으로 알려진 한 한국인을 만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는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습니다. 딸의 불운한 삶에 대한 가없는 부정(父情)이 제 가슴도 저미게 합니다. 메구미 양은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그녀는 전후 냉전체제의 희생자입니다. 지난 세기 냉전과 대립 속에서 남과 북은 서로 수천명씩의 공작원을 남파하고 북파하면서 수많은 납치를 자행했습니다. 이들 납치 피해자들은 결국 냉전체제의 희생자들입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당신의 딸 메구미양이라 할 것입니다. 메구미양의 원혼을 달래는 것은 이 냉전체제의 해체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부도덕한 냉전체제의 끝자락을 붙들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메구미양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것입니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남북 분단의 현실은 아직 동북아지역에 냉전의 잔재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런데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분단 극복과 평화체제 구축에 비협조적인 국가로 비춰지는 나라가 바로 당신과 메구미양의 조국, 일본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권문제는 인류문명이 추구해야할 보편적 가치입니다. 그러나 일본사회는 외눈박이 인권의식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문제는 선반위에 얹어놓고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만 애써 보려는 편협한 분위기가 일본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지난 세기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수백만의 조선인 중 상당수가 아직도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디로 끌려가서, 어떤 강제노역을 했는지 그 가족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몰론이고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는 아직도 수십만의 '메구미'가 있습니다. 심지어 조선인 '메구미'들 중에는 사후에 야스쿠니신사에 봉안(?)되어, 죽은 영혼마저도 지금까지 일제의 강제연행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국 국민이 납북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를 하였습니다. 당신의 호소는 당연합니다. 한국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데 반대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딸에게 부모가 있듯이 조선인 '메구미'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한국 국민들이 메구미양에게 관심을 갖기를 원하듯이 일제에 의해 강제연행된 수십만의 조선인 '메구미' 가족들도 일본 국민이 이들에게 관심을 갖기를 원합니다. 시게루 선생께서는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이웃들의 가족도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사람 존중과 사랑을 말로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게루 선생! 선생께 권하고 싶습니다. 혹시 시간이 나신다면, 이번 방한 길에 일제시 강제동원된 조선인 징용자, 군위안부와 그 유족들도 한번 만나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그들과 만나 부둥켜안고 함께 목놓아 통곡하는 것이 당신이 사랑하는 메구미양의 원혼을 진정으로 달래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이들과 만나실 수 있도록 제가 흔쾌히 주선할 뜻이 있습니다. 제 서신이 시게루 선생께 전달될 수 있도록 주한 일본 대사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시게루 선생의 이번 방한이 의미있는 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2006. 5.16
 
대한민국 국회 윤리특별위원장 김 원 웅 드림
김원웅 의원 메일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