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번지수를 잘못 찾은 아베 총리

푸른하늘김 2007. 5. 3. 10:11

번지수를 잘못 찾은 아베 총리
사죄는 한국 등 피해국에 해야

 

글: 장팔현 http://www.ohmy-japan.com
http://www.onekorea.info

 

일본의 아베총리가 종군위안부 사죄문제에 있어 좌충우돌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 때 위안부를 강제 동원하여 성노예를 삼고도 이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고사하고 말장난으로 일관하고 있음은 매우 유치한 외교행태에 다름 아니다. 특히 강자에 한없이 약하면서 약자에게는 잔인하리만큼 폭압적인 일본 국민성을 잘 나타내듯 아베 일본총리는 미 하원에서의 종군위안부 발의에만 온 신경을 곧추 세우면서 정작 피해국인 한국이나 중국 등 해당국과 해당자에게는 사죄할 의향이 없는지 미국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니 아베가 지난달 26일 미국을 방문하여 미 하원 양당지도부 1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들에게 “미안한 느낌(sense of apology)을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보더라도 이는 진정한 사죄가 아니라 마지못해서 사과하는 시늉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진짜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죄가 아니고 알듯 말듯 일본인들이나 알아들을만한 조잡한 신조어로 사죄시늉만 내는데 그쳤다.

 

특히 미일정상회담을 하면서 미 대통령인 부시에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동정한다고 사죄하고 부시 대통령이 사죄를 수용한다고 말했다”는 것은 참으로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피해국은 한국, 중국, 필리핀, 네델란드 등의 여성들인데, 아베는 엉뚱하게 부시대통령에게 사과하였고 부시는 이를 수용한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베의 잔꾀와 말장난에 멍청한 부시가 순간적으로 놀아난 감이 든다.

 

애매모호한 타마무시이로(비단벌레색깔) 식 발언으로 말장난에 그치는 건성사과로 엉뚱하게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종군위안부 강제 연행이라는 파렴치한 전쟁범죄이자 성범죄에 대하여 면죄부를 받으려는 아베 일본총리의 얍삽함이나 이를 수용한다는 부시의 발언이나 무언가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영 개운치가 않다. 아베나 부시나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마치 태평양전쟁 시 두 방의 핵폭탄 세례를 받고 ‘무조건 항복’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던 일제가 한반도에 물러나면서 미국에 사죄하며 물러난 것과 오버랩 됨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일제는 패망 후 한반도를 떠나면서도 미국에 대하여 아부하며 사죄하면서 한국인에 대하여는 미안한 감정이나 사죄조차 없이 ‘다시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다’라는 말을 뇌까리며 부산항을 떠났었다. 그 버릇이 아직도 남았는지 피해국에는 진정어린 사죄하나 없이 힘의 우의에서 일본을 내려다보는 패권국 미국에만 가자미눈을 돌리는 일본의 처사가 매우 불합리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초강국 미국에는 어쩔 수 없이 종군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하여 말장난일지언정 사죄를 하는 시늉을 하나 일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콧방귀나 뀌자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무사(사무라이) 출신이 나라를 이끌던 역사가 길었던 일본은 인류평화라는 정치철학이 대단히 부족한 나라다. 그러한 나라의 일본 우익정치가들이 어찌 홍익인간을 이해할 것이며, 인류 보편적 도덕성에 눈을 뜰 것인가. 아직 철이 덜 든 나라라고나 할까. 철이 부족해도 보통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오로지 야마토민족만의 이해타산만 따지며 어느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힘이 센 국가인가에 초점을 맞춰 사죄할 대상조차 번지수를 잘못 찾는 아베이고보면 그의 안목이나 식견도 일자무식에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 자가 일본의 국정을 맡아 한 나라를 이끈다는 것이 일제의 최대 피해국이요, 인접국 한국으로써는 정말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일본총리의 부적절한 사과처(謝過處) 선택과 어물어물 말장난에 세계인은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베는 사죄할 곳이 미국이 아님을 깨닫고 종군위안부 강제 연행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 중국, 필리핀 등의 나라에 대하여 즉각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죄를 해야 할 것이다. 아베여! 먼저 인류 보편적 양심을 되찾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할 것이며, 더욱이 번지수나 제대로 찾아 사과의 예를 갖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