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영풍그룹 석포제련소 열흘간 조업정지, 이강인 대표 등 3인 구속영장 실질심사, 유례없는 281억원 과징금 폭탄. 영풍이 한 달 새 환경당국으로부터 받은 징벌적 처분이다. 세 건 모두 재무상황과 기업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근 영풍을 옥죄어가는 환경당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281억원 과징금 부과는 지금까지의 사업 해태에 대한 징계나 조업정지 등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단죄적 성격'의 처분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영풍은 중금속 유출을 줄이기 위해 1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투자해 지하수 차집시설 등을 구축해왔다. 이같은 노력이 무색해질 정도로 영풍의 지난해 영업이익(260억원)보다도 높은 과징금이 부여된 것은 사업자와 규제당국 간 타협점 찾기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물환경보전법이 아닌 '환경범죄단속법(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과징금이 부과됐다는 사실이다. 환경범죄단속법은 친환경 기조를 가진 문재인정부가 환경파괴 기업을 엄벌하기 위해 올해 시행한 법안인데, 영풍이 첫 타겟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당국이 영풍에 이같이 대대적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건 이례적"이라면서 "카드뮴 유출이 의도적이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동시에 계속해서 정부의 친환경 기조와 마찰을 일으키는 영풍을 단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의 위법행위에 대해 분절적으로 제재를 가했다기보다는 영풍의 비철금속 제련사업 행위 자체에 제동을 걸고 함께 갈 수 없는 기업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이번 제재가 하천점용허가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통합환경관리허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낙동강에서 철수하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환경부가 앞으로도 영풍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김종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낙동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의 낙동강 불법배출을 지속할 경우 제2차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체조사를 통해 환경부의 처벌 수위를 경감하려는 영풍의 노력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석포제련소 하루 카드뮴 유출량이 2kg에 불과하다는 영풍의 반박자료를 붙임자료로까지 활용했다. 이는 '유출량이 22kg에 달한다'는 대구청 조사 결과와 무려 10배나 차이가 나는데도 환경부는 최종적으로 대구청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사실상 영풍의 반박을 허위사실로 규정한 대목이다.
한편 영풍석포제련소는 정화명령을 받은 오염 토양의 1.9%만 처리하는데 그쳤다. 봉화군에 따르면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는 2018년 12월 석포제련소에 총 34만3199㎥의 토양을 2020년 11월까지 정화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2년의 정화 기간에 절반이 지나는 동안 정화 명령이 내려진 토양의 1.9%에 해당하는 6509㎥에 대해 정화작업을 완료하는 데 그쳤다. 석포 초등학교 토양 932㎥와 석포중학교 토양 5577㎥만 정화한 것이다.